스토리 #4
붉은색, 갈색, 노란색이었던 단풍들이 낙엽 되어 떨어집니다.
단풍은 아름다웠으나 낙엽은 측은 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위에 가을비가 내립니다.
떨어진 낙엽들 은 각자의 자리에서 넙쭉이 엎드려 있습니다.
누가 건드려도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화원들의 심한 비질에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진정 낙엽스럽습니다.
낙엽이기에 취할 수 있는 포즈입니다.
어쩜 낙엽은 물망초님인가 봅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우리 요양원은 굳세게 문을 닫고 코로나 접근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지독한 코로나는 심하게 현관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흔들어 댔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물망초님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힘없이 작은 몸을 부여 안고 계시던 물망초님은 코로나가 몸에 닿자 밀쳐 내려 안간힘을 쓰고 계셨습니다.
물망초님이 코로나를 밀쳐내는 과정은 처절했습니다.
온몸이 40도를 웃도는 불덩이가 되었고 눈은 초점을 잃어 허공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알콜 거즈로 몸 구석구석 마사지 해 드리고 얼음팩을 양쪽 겨드랑이 사이와 목 뒤에 받혀 드렸습니다.
마스크 쓰고 방호복 입고 위생 장갑까지 착용하고 하려니 몹시 더워 호흡하기 버거웠습니다.
또, 목에서 연신 기침 내뱉으시며 가래 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간호 선생님들이 썩션 해 드리고 해열제 드리며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물망초 님은 코로나를 이겨 내셨습니다.
젖은 낙엽처럼 끝까지 견뎌 내 셨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당신 자리 굳건히 지키고 계십니다.
오늘 아침
“어르신 안녕히 주무셨어요?”하는 저의 인사에
“으으으헹” 하는 소리로 답을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