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에너지의 복합적 관계에 대한 고찰
https://www.iea.org/reports/energy-and-ai
0. 들어가며
AI가 전 세계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지탱하는 물적 기반이 바로 ‘에너지’라는 점은 의외로 간과되기 쉽다. IEA의 2025년 4월 10일자 World Energy Outlook Special Report: Energy and AI에 따르면, AI는 엄청난 연산 처리 능력으로 인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함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와 전환을 도울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은 이미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전력망 안정성·에너지 안보·탄소 배출 관리에 새로운 부담을 더하고 있다. 반면 AI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산업 공정 최적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역설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AI와 에너지는 상호 모순적인 관계에 있으나, 긴밀히 협력해야 할 운명적 파트너라는 점을 IEA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며, 에너지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AI가 제공하는 혁신적 수단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확충과 탄소 저감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시사점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AI가 초래하는 전력 수요 증대와 그에 따른 에너지 안보·기후 영향,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AI 기술 혁신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궁극적으로, AI와 에너지 부문이 함께 구축해야 할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투자·공급망 전략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본 보고서의 구성에 따라, 1장에서 5장까지 순서대로 핵심 내용을 검토하고 시사점을 정리한 리뷰해봤다. 각 장에서 제시된 주요 개념, 데이터, 정책적·기술적 함의를 명료하게 설명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1장: AI의 급부상과 에너지의 접점
1.1 장 개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공지능(AI)이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 중 하나로 급부상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연구 주제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수백억~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비롯한 생성형 AI가 미디어·교육·제조·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졌으며, 그 기반이 되는 컴퓨팅 자원(특히 데이터센터) 역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AI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는지, AI와 에너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 연결되는지,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 구현의 ‘물적 토대’로서 얼마나 큰 전력 사용량을 야기하는지 정밀하게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AI는 에너지 수요를 증대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 부문을 최적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1.2 AI의 부상 배경
1.2.1 계산 비용 하락과 모델 규모의 폭발적 증가
가) 컴퓨팅 비용 급락: 2006년 이후 GPU(그래픽처리장치) 단가는 연산량 대비 99%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AI에 특화된 GPU 연산은 매우 비쌌으나, 최근 들어 병렬 연산 효율이 높아지고 대규모 칩 제조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학습 비용이 급감하였다.
나)AI 모델의 연산량(Compute) 증가: 2014년 대비 최첨단 AI 모델에 투입되는 연산량(FLOP 기준)이 약 35만 배 증가하였다. 예컨대, GPT-4는 수조수십조 개의 파라미터(parameter)를 학습하며, 이를 위해 10MW20MW 규모의 GPU 클러스터를 여러 주(週)~수개월간 가동하기도 한다.
다)데이터 폭발: 전 세계적으로 생성·축적되는 디지털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셋이 확보되었다. 2020년대 중반에는 누적 데이터 규모가 제타바이트(ZB) 단위로 추정될 정도이다.
위와 같은 하드웨어(칩·서버)의 효율 향상, 컴퓨팅 단가 하락, 빅데이터의 풍부한 공급, 그리고 딥 뉴럴 네트워크(Deep Neural Network) 구조의 혁신이 결합하면서, AI 모델 성능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AI 연구는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여, 해마다 수백조 원 규모의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그림은 크게 두 가지 지표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왼쪽 그래프는 ‘GPU 연산 비용 지수(GPU compute cost index)’를, 오른쪽 그래프는 ‘AI 모델 훈련 규모 지수(Model training size index)’를 나타낸다.
1)GPU 연산 비용 지수(2006년=1)
2006년을 기준(지수 1)으로 설정했을 때, 2024년에는 99%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06년에 GPU 연산에 1달러가 들었다면, 2024년에는 약 0.01달러(1센트) 정도만 든다는 의미이다. 즉, 같은 GPU 연산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해마다 급격히 저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AI 모델 훈련 규모 지수(2014년=1)
2014년을 기준(지수 1)으로 설정했을 때, 2024년에는 무려 35만 배(×350,000)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10년 만에 모델 크기가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뜻이다. 방대한 연산 능력의 확보, 데이터의 증가, 연구 혁신 등에 힘입어 AI 모델이 훨씬 커지고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두 그래프가 함께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는, 컴퓨팅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인공지능 모델을 손쉽게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1.2.2 금융·투자 시장에서의 AI 가치 급등
가)S&P 500 지수 내 AI 기업의 시가총액 기여: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S&P 500 시총이 16조 달러가량 증가했는데, 이 중 약 12조 달러가 AI 관련 종목에서 발생하였다고 분석된다.
나)스타트업 가치: 미국 내 AI 스타트업은 같은 투자 라운드 기준 비(非)AI 스타트업 대비 평균 3~5배 높은 기업 가치를 형성한다. Series A, B, C 등 라운드가 진척될수록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은 AI 연구·개발 및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향후 연 30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지출(CapEx)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부문 투자액과 맞먹는 규모이다.
1.2.3 기업과 개인의 AI 활용 확대
가)기업 도입률: OECD 국가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20~2024)에 따르면 AI를 도입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2020년 15%에서 2024년 40%로 늘어났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20% 전후로 낮은 편이나, 기업 규모가 클수록 AI 도입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나)AI 활용 분야: 물류·제조 공정 자동화, 텍스트 분석, 이미지·음성 인식, 자동 번역, 고객 응대 챗봇, 보안(사이버 공격 대응) 등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EU 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기준 프로세스 자동화와 언어 분석(텍스트/음성)이 가장 많이 채택되는 분야이다.
다)개인/가정에서의 사용: 2022년 말 등장한 Chat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붐으로, 미국·유럽·인도·브라질 등지 인터넷 사용자 중 최대 40~50%가 챗봇·이미지 생성 모델 등을 정기적으로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모바일 광대역(5G) 보급,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이 이에 기여하였다.
결국 기업 측면에서는 특화된 AI 전문 인력 부족, 개인 측면에서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프라 격차가 AI 도입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요소로 지목된다. 그러나 고성능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도구가 점차 저렴해지면서, 향후 수년간 AI 활용 기업·개인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1.3 AI의 종류와 기술적 특징
1.3.1 AI 유형별 개요
가)규칙 기반(Symbolic) AI: 1950~90년대 초반까지 주류였던 방식으로, ‘명시적 규칙’(if-then)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체스 엔진, 전문가 시스템 등에 쓰였으나, 복잡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유지·관리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나)머신 러닝 및 강화학습(Machine/Deep Reinforcement Learning): 대규모 데이터로부터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고, 반복 시뮬레이션(Trial & Error)으로 목표 달성 방안을 찾는다.
다)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와 딥 러닝(Deep Learning): 다층 구조(Deep)로 설계된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스스로 특징을 추출하고 예측/생성을 수행한다. 2010년대 GPU 연산 능력 확대, 데이터 증가와 맞물려 성능이 폭발적으로 뛰었다.
1.3.2 AI 활용 목적별 분류
가)예측(Predictive) AI: 날씨 예측, 수요 예측, 연구 데이터 분석 등에 사용. 대표 사례로 기상 모델(예: GraphCast)이 있음.
나)생성(Generative) AI: 텍스트·이미지·동영상 생성 등이 대표적이며, ChatGPT, 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 등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자율주행, 영상 분석, 공장 내 로봇 등에서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기능.
물리 AI(Physical/Embodied AI):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실제 물리 환경을 인식·학습·조작 가능케 하는 AI.
라)에이전트(Agentic) AI: 가상 비서,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 챗봇 등 특정 임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1.3.3 AI 공급망(Supply Chain)의 복잡성
가)반도체·칩 제조: 고성능 GPU 설계사는 대부분 미국 기반(NVIDIA, AMD, Broadcom 등), 칩 생산 파운드리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다.
나)장비: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최첨단 칩 제조의 핵심이며, Carl Zeiss(독일)의 정밀 광학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다)데이터센터: 미국(특히 북부 버지니아, 텍사스, 캘리포니아), 중국(상하이, 광둥), 유럽(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지에 집중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1.3.4 AI 능력 평가와 한계
체스, 바둑, 포커 등 규칙·전략이 명확한 게임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을 크게 능가한다.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세계 최고 프로 바둑기사 Elo 레이팅(3,800대)을 훨씬 넘어선 5,000대 이상으로 평가된다.
범용 추론(General Reasoning)이나 개방형 문제(오픈월드 상황)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환각(hallucination)’ 문제, 거짓 정보 생성 등 아직은 “통계적 언어 모형” 수준을 못 벗어난다는 지적이 많다.
자연어 질문·답변(예: GPT-4), 코딩 능력,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 등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가 수준 혹은 그 이상 퍼포먼스를 내기도 한다.
물리 환경(자율주행, 로봇)에서는 노면·날씨·교통 등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완전 자율(Level 5) 수준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특정 도시·도로에 한정된 Level 4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1.4 AI와 에너지의 상호 연결
1.4.1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
AI 모델 훈련·추론은 상당한 전력 소비를 동반한다. 특히 아래 특징이 중요하다:
대형 모델 훈련: GPT-4 수준의 모델을 학습하려면 2만3만 개 GPU(서버)로 구성된 10MW급 이상의 클러스터를 몇 주수개월간 가동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십 GWh 이상의 전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론(Inference): 사용자 질의(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에 대한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 역시 전력 소모가 상당하다. 대형 모델에 복잡한 질의를 여러 번 날리는 경우, 여러 대의 GPU가 병렬로 동작하며, 배치(batch) 최적화 여부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달라진다.
데이터센터 입지: 대다수가 전력망 인프라가 우수한 도심 인근이나 특정 클라우드 산업단지에 집중된다. 버지니아(미국), 더블린(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은 수십~수백 MW급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센터가 밀집되어, 지역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준다.
1.4.2 AI의 에너지 최적화 잠재력
반면 AI는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에너지 생산·전달·소비 전 단계 효율을 높이는 혁신 기술이기도 하다.
스마트 그리드: 재생에너지 변동성 예측(풍속·일사량), 전력 수요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실시간 발전량·부하를 최적화한다.
생산·운송: 석유·가스, 광물 자원 탐사·시추 효율 향상, 산업 공정 최적화, 물류 경로 자동 배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한다.
혁신 가속: 신소재(예: 차세대 배터리·촉매) 탐색 시간을 단축하고, R&D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에너지 신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
1.5 요약 및 시사점
1장에서는 AI가 최근 10여 년간 연산 비용의 급락, 빅데이터의 폭발, 딥 뉴럴 네트워크 혁신을 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배경을 분석하였다. 글로벌 시가총액에서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대형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는 과거의 규칙 기반을 넘어, 딥 러닝과 강화학습, 생성형 AI, 컴퓨터 비전, 에이전트 AI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되어 산업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AI의 부상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증가로 직결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 및 추론에 필수적인 GPU 서버 클러스터가 수십~수백 MW의 전력을 소모하며, 가파른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미국(특히 버지니아), 중국(상하이·선전), 유럽(더블린·프랑크푸르트) 등에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어, 지역 전력망 수급 차질이나 부하 집중 문제가 점차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AI는 에너지 부문을 혁신·최적화할 거대한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재생에너지 예측, 전력 계통 안정화, 산업 공정 자동화, 자원 탐사, 신기술 R&D 가속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즉, AI는 스스로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그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쌍방향적 특성을 가진다.
향후 본 보고서 2~5장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전망(2장), AI가 현재 에너지 산업을 어떻게 최적화하는지(3장), 에너지 혁신을 AI가 어떻게 가속화하는지(4장), 그리고 정책·산업·기후 측면에서 에너지-AI 결합이 가져올 파급효과(5장)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AI와 에너지는 상호 강력한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AI 기술 적용 전략을 동시에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1장 요약>
인공지능(AI)은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돌파구들은 AI에 막대한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2014년 이후, 최첨단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사용되는 연산량은 약 35만 배 증가하였다. 현재 AI는 텍스트‧영상‧오디오를 생성하고, 기상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예측하며, 로봇을 더욱 스마트하고 유연하게 만들고, 온라인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고, 물리적 세계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모델의 성능이 훨씬 높아지면서, AI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시장이 걸린 거대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이후 S&P 500 기업의 시가총액이 16조 달러 증가했는데, 이 중 12조 달러가 AI 관련 기업에서 비롯되었다.
대기업 가운데 AI를 활용하는 기업 비중은 2020년 15% 수준에서 2024년 거의 40%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AI 활용도가 훨씬 낮으며, 전문성 부족이 핵심 제약으로 지목된다. 가정 부문에서는 AI 사용이 매우 세계화되어 있는데,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온라인 인구 중 40% 이상이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한다.
AI는 매우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탄생한다. 첨단 칩을 만들기 위한 공작기계는 현존하는 가장 복잡한 기계 중 하나이며, 유럽이 이 생산을 주도한다. 칩 생산은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한 기업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AI 모델 개발 및 배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최근에는 중국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AI의 급부상은 에너지 분야에 큰 함의를 가진다. AI 모델의 학습과 활용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서 이뤄지는데, 2022년 이후 이러한 시설에 대한 전 세계 투자는 두 배로 증가하였다. 대형 데이터 센터 하나가 10만 가구 수준의 전기를 소비할 수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최대급 데이터 센터는 최대 200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할 수 있다.
AI 모델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효율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실험실 환경에서 추정해보면, 현재 언어 생성 목적의 AI 모델에 질문(쿼리)을 한 번 할 때 약 2와트시(Wh)의 에너지가 쓰이며, DeepSeek-R1 같은 대규모 추론 모델에는 이보다 최소 두 배, 짧은 영상을 생성하는 데는 최대 25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상용 모델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정확한 평가는 어려운 실정이다.
본 보고서는 AI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지, 관련 전망의 불확실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에너지원이 이 수요를 충족할지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AI가 에너지 부문에 어떻게 적용되어 에너지 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다루며,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혁신‧투자, 그리고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영향도 살펴본다.
2장: AI가 소비하는 에너지
2.1 서론
2.1.1 배경 및 문제의식
AI 모델의 훈련(Training)과 추론(Inference) 작업은 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Data Centre)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Generative AI) 붐에 힘입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왔으며, 2024년 기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약 415TWh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전력소비의 1.5% 수준이다. 지난 5년간(2019~2024)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연평균 12%씩 증가하였으며, AI가 핵심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가 추세는 전력망 수급, 신재생에너지 확대, 배출량 관리, 지역 인프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에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 걸리는 시간(2~3년)은 짧은 반면, 대규모 발전소·송배전 인프라는 계획완공까지 최소 수년이 소요되어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에너지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간의 균형적 확충이 중요하다.
2.1.2 사례(Case) 설계
이 보고서는 불확실성이 큰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전망을 시나리오 방식으로 제시한다. 먼저 Base Case(기준 사례)에서 산업계의 최신 서버 출하량 예측과 일정 수준의 효율 향상을 가정하여 2030년까지 전망한다. 이후 전개가능성을 넓혀보기 위해 아래 세 가지 민감도 사례(Sensitivity Cases)를 추가한다.
Lift-Off Case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데이터센터가 공격적으로 건설되는 시나리오이다.
전력 인프라 병목(bottleneck)이 낮고, GPU·반도체·냉각장치 공급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가정한다.
High Efficiency Case
기본 시나리오(Base Case)와 유사한 수준의 AI 수요를 가정하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효율이 크게 개선되는 시나리오이다.
초고효율 서버, 냉각기술,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1.10 이하 등 다양한 효율 강화책이 빠르게 도입된다고 본다.
Headwinds Case
AI 수요 자체가 더 낮거나, 전력 인프라 병목·공급망 차질 등으로 데이터센터 증설이 지연되는 시나리오이다.
전반적으로 ‘낮은 성장’ 혹은 ‘지연’ 측면을 가정한다.
2030년까지의 전망 외에 2035년으로 더 확장했을 때, 각 시나리오 간 전력소비가 큰 폭의 편차를 보이므로(700~1,720TWh 범위), 에너지·ICT 업계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2.2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현황
2.2.1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추이
가파른 증가세 (2017년 이후)
2024년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약 415TWh이며, 이는 2014~2015년 이후 뚜렷한 가속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2015~2024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약 10%로, 20052015년(연 3%) 대비 3배 이상 빨라졌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스트리밍·소셜미디어 트래픽 급증, 그리고 AI 관련 연산(특히 GPU 기반 서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분포
미국: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의 45%(약 180TWh)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2024년 연평균 12%씩 증가하였다. 미국 내 전력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 수준이다.
중국: 전 세계의 25%인 약 100TWh를 차지한다. 2015년 이후 연 15% 내외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향후 AI 인프라 확대에 따라 점유율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약 70TWh(15% 비중). 상대적으로 성장률은 완만하나, 여전히 세계 3대 시장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유럽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추산된다.
일본: 20TWh 미만 수준으로 추정되며, 비중은 2% 내외이다.
인도: 약 9TWh(0.5% 내외)로 현재는 낮지만, 향후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있어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
2.2.2 데이터센터의 하부 구성 요소와 전력 특성
데이터센터는 크게 서버(60%), 스토리지(5%), 네트워크(5%), 냉각(7~30%), 기타 인프라(10% 내외) 등으로 구성된다. 대규모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일수록 PUE(1.15 이하)가 낮아 냉각·기타 인프라 사용 비중이 15% 전후로 줄어드는 반면, 중소형 기업용(enterprise) 데이터센터는 PUE가 2.0 전후로 높은 경우가 많다.
GPU·가속 서버: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는 가속 서버(Accelerated Servers)가 필수적이다. 2024년 현재 서버 전체 용량 중 가속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이며, 가속 서버 자체가 일반 CPU 서버보다 단위 작업당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지만 훨씬 많은 연산을 처리하여 실질적 전력수요도 커지는 양면성이 있다.
AI 전력소비 분담률
AI 관련 워크로드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중 15~20%가 AI 관련 가속 서버에 사용된다고 추정한다.
다만, 과학용 슈퍼컴퓨팅(HPC)도 가속 서버를 활용할 수 있어 이를 모두 AI로 단정 짓기는 어렵고, 반대로 일반 CPU 서버도 AI 연산에 일부 쓰인다.
2.2.3 불확실성 높은 실제 계측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는 아직 미비하다. 기업(클라우드 제공사, 부동산 컨설팅 등)과 일부 연구기관이 상이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추산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동일 연도에도 몇몇 보고서는 350TWh, 다른 곳은 500TWh 등 오차범위가 큰 편이다. 따라서 장기 추세와 대략적 규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3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전망 (2024~2030/2035)
2.3.1 기준 사례(Base Case): 2030년까지의 전망
주요 가정: AI와 디지털 서비스 수요는 꾸준히 성장하되, 전반적 효율 향상도 일정 수준 반영
결과: 2024년 415TWh →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증가
이 증가분은 전체 전 세계 전력소비 증가분 중 10% 미만을 차지하지만, 선진국 입장에서 보면 전력수요가 정체된 중에 데이터센터가 새 수요원이 되므로 체감도가 크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절대적 증가 폭이 가장 큰데, 미국 데이터센터는 2030년 기준으로 산업용(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전력소비를 추월할 전망이다.
2.3.2 민감도 사례: 2035년까지 확장
1) Lift-Off Case
- AI 채택 속도가 더욱 빠르며, 전력 인프라 병목이 거의 없다고 가정한다.
-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1,260TWh에 달할 수 있으며, 2035년엔 1,700TWh 이상까지 높아질 수 있다.
- 가스 발전 의존도가 커져,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2035년 현재보다 천연가스 발전량이 +290TWh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2) High Efficiency Case
- Base Case와 동일한 AI 수요를 전제로 하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효율이 크게 개선됨.
-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약 800TWh에 그치며, 같은 AI 서비스를 훨씬 적은 전력으로 처리한다.
- 예컨대 PUE 1.10 수준의 초고효율 데이터센터, idle 전력 20% 이하로 떨어지는 신형 서버가 가정된다.
3) Headwinds Case
-전반적인 경제 둔화 또는 AI에 대한 투자 축소, 그리고 인프라(변압기·가스터빈·송전망) 제약이 심해 데이터센터 증설이 늦어지는 시나리오.
-2030년 전력소비가 670TWh에 그치고, 2035년에도 700TWh 초반 수준에서 머무를 수 있다.
2.3.3 장기 불확실성
-2035년을 기준으로 보면, 위 네 가지(기준+3개 민감도) 시나리오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700 ~ 1,720TWh 범위를 형성한다. 이는 국가별 정책·AI 기술혁신·시장수요·전력 인프라 증설 속도 등에 크게 좌우될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에서 데이터 센터와 산업 부문이 전체 전력 피크 수요(가장 전력 사용이 많은 시점)에서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시나리오별로 비교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크게 ‘데이터 센터(Data centres)’와 ‘산업(Industry)’로 구분하고, 세로축은 전체 피크 전력 수요 대비 비중(%)을 나타낸다. 막대는 연도별(2024, 2030, 2035)로 시나리오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준다.
Base Case(기본 시나리오)
2024년에 약 5~10% 선에서 시작하여, 2030년 및 2035년에 이르면 대략 10% 이상 비중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ift-Off Case(급성장 시나리오)
데이터 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이다. 2024년부터 이미 Base Case보다 높은 비중을 나타내며, 2030~2035년에는 최대 15~20% 정도까지 치솟아서 전체 피크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High Efficiency Case(고효율 시나리오)
전력 효율 개선이나 기술 혁신을 통한 소비 억제를 가정하는 시나리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Base Case보다 낮은 비중을 유지하지만, 2030년 이후에도 약 두 자릿수(10% 안팎)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해석 및 시사점>
데이터 센터 비중이 10%를 넘어서게 될 전망: 어떤 시나리오에서든지 2030년 전후로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체 피크 전력 수요에서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산업 부문을 능가: 급성장(Lift-Off)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대에 데이터 센터가 전체 산업 부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에너지 효율 개선의 중요성: 고효율(High Efficiency) 시나리오에서도 데이터 센터 비중이 완전히 낮아지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확실한 절감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센터가 향후 미국 전력 수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전력 효율 개선과 전력 수요 관리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4 AI로 인해 확장되는 ICT 에너지 수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에너지 사용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통신망, 소비자 기기(스마트폰·PC 등) 등에서도 발생한다. AI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 IoT기기 등이 자체 추론 칩을 탑재해 에너지를 소비할 가능성도 있다.
엣지(Edge) AI: 클라우드 대신 단말기(휴대폰, 소형 서버 등)에서 실시간 추론이 이뤄지면, 데이터센터 전력부담 일부가 분산될 수 있다.
반면, 엣지 측 대규모 디바이스가 전력소비를 일으키거나, 데이터 업·다운로드로 인한 네트워크 장비 전력 사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결론적으로 AI 확대는 ICT 에너지 수요의 양적·질적 변화를 모두 촉진할 전망이다.
2.5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2024~2035)
2.5.1 기술기업의 전력 조달 전략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있다.
목표: ESG 목표 충족, 비용 안정성, 이미지 제고
예)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 소요 전력의 100%를 무탄소 자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2.5.2 전력 수급 매칭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있으나,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 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시간 단위 매칭(hourly matching)’ 기법,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드 보완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등은 태양광·풍력과 가스발전,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원자로(SMR), 지열 발전도 검토 중이다.
2.5.3 전력원별 공급 전망 (Base Case 기준)
-재생에너지: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분(약 +530TWh 중 절반 이상인 450TWh)을 충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천연가스: AI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을 위해 +175TWh 증가 예상(특히 미국에서), “빠른 건설, 안정적 출력” 장점
-원자력: 중국·미국 일부 지역에서 2030년대 초반 소형모듈원전(SMR) 활용 가능성.
-기타: 그 외 지열,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도 지역별로 보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2.5.4 전력 공급 민감도
Lift-Off 시나리오에서는 가스 발전이 +290TWh까지 늘어나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Headwinds 시나리오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낮아지는 만큼 관련 발전 증가도 제한적이다.
2.6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의 상호작용
2.6.1 인프라 병목과 지연 위험
보고서는 “2030년까지 계획된 데이터센터 중 약 20%가 전력망 연결 지연으로 인해 차질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발전소·송전망 건설 인허가 지연, 고압 변압기·케이블 공급 부족 등에서 기인한다.
예) 미국 내 가스터빈 납기가 수년까지 늘어나거나, 초대형 변압기 공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는 지역(버지니아, 더블린, 상하이 등)에서는 전력망 혼잡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6.2 입지(Locational) 유연성
데이터센터는 예전에는 지연시간(Latency) 최소화를 위해 도시 근처에 주로 지었으나, AI 대규모 클러스터는 훈련 작업이 상대적으로 지연시간에 덜 민감해 전력이 풍부한 지역(중서부, 북부 등)으로 이전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센터가 여전히 기존 클러스터(노던 버지니아, 실리콘밸리 등)에 몰리고 있으나, 일부 기업은 캐나다·북유럽처럼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신재생·수력이 풍부한 곳을 선호하기도 한다.
2.6.3 운영(Operational) 유연성
일부 데이터센터는 GPU 자원을 오프피크 시간대에 집중 가동하거나, 자체 보유한 ESS나 백업발전기를 활용해 수요반응(Demand Response)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AI 클러스터는 상시 높은 부하율로 운영되므로, 실제로 유연성을 제공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2.6.4 전력계획 수립과 협업
전력망 운영자·데이터센터 운영자 간 정보를 미리 공유하여, 어느 지역에 언제 어느 정도의 부하가 발생할지 예측하면 발전소·송전선 건설이 수월해진다.
지역 정부는 지자체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전력망 증설 비용을 분담하거나, 재생에너지 단지와 데이터센터를 패키지로 유치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2장에서는 AI 확산이 몰고 온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급증 현상과,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해 중장기(2030~2035년) 전망치를 제시하였다.
-Base Case에서는 2024년 415TWh → 2030년 945TWh(2배 이상), 다른 시나리오(Lift-Off, High Efficiency, Headwinds)에 따라 2035년까지 700~1,720TWh로 편차가 크다.
-미국, 중국, 유럽이 전체 수요증가의 85%가량을 차지하며, 이 중 미국은 데이터센터가 산업 부문 전력소비를 상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증가분(450TWh)을 담당하지만, 천연가스 발전도 탄력적으로 175~290TWh가량 늘어날 수 있다.
-주요 리스크: (1) 송배전 인프라 허가 지연, (2) 대형 변압기·가스터빈 공급 부족, (3) 특정 지역 과밀화로 최대 20% 데이터센터가 지연될 위험.
-대응책: (1) 인허가 간소화·절차 단축, (2) 데이터센터의 입지 분산 또는 그리드 여유 지역 선호, (3) 일부 워크로드의 유연성(드문 경우지만 가능) 활용, (4) 전력망 운영자와 기술기업 간 사전 협업 강화.
결과적으로, AI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전력수요원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그 규모와 시점은 상당한 변동성이 내재한다. 국가별로 전력망 상황과 AI 도입 속도, 산업정책 방향 등에 따라 향후 10년간 전력소비가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도 있으므로, 장기적 에너지·디지털 정책을 통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2장의 주요 함의이다.
<2장 요약>
인공지능(AI) 모델의 학습(Training)과 배포(Deployment)는 주로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진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테라와트시(TWh)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전력소비의 약 1.5%에 해당한다.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2%씩 증가했다.
우리의 기준 시나리오(Base Case)에서 제시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전망은, 최근 서버 출하량에 대한 업계의 최신 예상치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어서 제시하는 세 가지 민감도 시나리오(‘Lift-Off’, ‘High Efficiency’, ‘Headwinds’)를 통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효율 향상, AI 채택 속도, 에너지 부문 병목현상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포착하고자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4년 415TWh 수준인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30년경 약 945TWh에 달해 2배 이상 증가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이고, 그다음으로 중국과 유럽이 뒤를 잇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소비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Lift-Off’ 시나리오는 AI 채택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적 제약이 적다고 가정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경 1,260TWh를 상회한다. ‘High Efficiency’ 시나리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에너지 절감이 일어나 전력소비가 2030년경 약 800TWh에 그치는 것을 상정한다. ‘Headwinds’ 시나리오는 670TWh 내외로 전망한다. 2035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네 가지 경우(기준+3개 민감도)에서 전력소비 전망치는 약 700TWh에서 최대 1,720TWh까지 크게 벌어진다.
기준 시나리오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량은 현재 수준에서 2035년까지 약 175TWh가량 증가하는데, 대부분 미국에 집중된다. ‘Lift-Off’ 시나리오에서는 가스발전이 290TWh까지 증가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데 가장 큰 몫을 담당하며, 2035년까지 약 450TWh가 추가로 늘어난다. 이는 신재생 발전원이 가지고 있는 폭넓은 가용성, 짧은 개발 소요 기간,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기술 업계가 선호하는 조달 전략 등을 반영한 결과다. 원자력도 이에 기여한다.
많은 지역에서 송전망 혼잡(grid congestion)과 접속 대기열(connection queues)이 늘어나고 있으며, 변압기나 가스터빈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공급망도 빠듯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 분석·모델링한 결과,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계획된 데이터센터 증설량의 약 20%는 지연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추정된다.
이 같은 위험을 피하려면 에너지 부문과 기술 부문 모두에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야 하며, 전력망 운영자들은 데이터센터의 복잡한 접속 신청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 기술 업계는 전력과 그리드 여유가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최대로 배치하고, 데이터센터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부하 증가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제약 정보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3장: AI를 통한 에너지 최적화
3.1 장 개요
인공지능(AI)은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 목적은 운영비용 절감, 설비 효율 향상, 연료 사용 저감, 탄소 배출 감축 및 안전성 향상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전력망의 복잡성 증가, 석유·가스 부문의 시추 최적화, 산업 및 교통 부문의 공정·운행 효율 개선, 건물 에너지 관리 등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장에서는 현재 확인된 주요 AI 활용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약 이런 기술들이 광범위하게(Widespread Adoption Case) 도입되었을 때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를 살펴본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석유·가스 부문: 시추, 탐사, 생산, 유지보수, 안전관리에서 AI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다.
2)전력 부문: 발전소 운영·유지보수(O&M)와 전력망 관리 부문에서 큰 폭의 효율 향상이 기대된다.
3)산업·교통·건물 등 최종소비 부문: AI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존재.
4)기상 예측, 재해 대응 등: 더욱 정확한 예측 및 실시간 제어가 가능해져 에너지 시스템 회복탄력성(resilience) 제고.
5)적용의 장애 요인: 규제, 데이터 불투명성, 기술 표준 부재, 인력 부족, 조직 내부의 저항 등이 제약으로 작용.
이하에서는 석유·가스(3.3), 전력(3.4), 산업·교통·건물(3.5) 등 각 부문별 AI 활용 사례와, 기후·기상 분석(3.6), 그리고 도입 장애(3.7)를 각각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3.2 에너지 시스템에서의 AI 역할
에너지 시스템은 공급(석유·가스·광물 자원 등), 변환(발전, 정제, 수송), 최종소비(산업, 교통, 건물 등) 세 영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최근 탈탄소·전력화·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시스템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AI는 이러한 복잡한 환경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미래 수요 예측과 이상 상태 감지, 자동화에 기여한다.
(1) 에너지 수요·공급의 복잡성
분산화: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풍력) 증가로 공급원이 다변화되고, 전력 수요 역시 전기차·분산형 에너지자원(DER) 확대 등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디지털화: 센서와 IoT 장비가 확산되어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나, 이를 해석·활용하기 위한 AI 기술이 필요하다.
정책 압박: 비용 절감과 배출 저감의 동시 달성이 요구되며, 이는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계적 접근을 촉진한다.
(2)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자동화
AI가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많이 응용되는 유형은 예측 모델링(수요·공급·가격 예측), 제어·최적화(공정·운영 제어), 자동화 및 로보틱스(무인 드릴링, 자율주행 등) 등이다. 각 에너지 산업 영역(석유·가스, 광물, 전력, 산업, 교통, 건물)별로 필요한 알고리즘과 데이터 특성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복잡한 물리·경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다.
3.3 AI for Energy and Minerals Supply (석유·가스, 광물 자원)
3.3.1 석유·가스 부문
석유·가스 업계는 예로부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지질학적 데이터 해석, 시추 최적화, 생산성 극대화 등을 시도해왔고, 최근에는 AI가 이러한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탐사(Exploration)
AI가 방대한 지구물리학·지질학 데이터를 학습하여, 전통적 방법 대비 수배~수십 배 빠른 속도로 매장지 구조를 파악한다.
기존에는 지질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해석하던 데이터를 AI가 자동 분류·해석하여, 시추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시추·생산(Drilling & Production)
시추공(Well)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시추 경로, 유정(油井) 압력·유량 제어 등을 수행한다.
예측 유지보수(Predictive Maintenance)로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하고, AI 기반 프로세스 자동화로 인력·시간 비용을 절감한다.
환경·안전 관리
메탄 누출 감지, 해양 플랫폼의 이상 진동·온도 감지 등에 AI가 활용되어, 사고 예방과 탄소·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한다.
다만, 생산 원가가 하락하면 석유·가스 소비가 증가하여 배출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역설적 효과(Rebound Effect)’ 가능성도 지적된다.
3.3.2 광물 및 핵심 자원 부문
AI는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리튬, 코발트, 니켈 등)과 희토류 자원 탐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질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이 다중 스펙트럼(멀티·하이퍼스펙트럴), 중성자·감마선 로깅, 물리탐사(전기·중력·자력) 데이터를 통합하여 매장 가능성을 추정.
채굴·정제 공정 최적화: 공정별 온도, 압력, 화학반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지·예측해 에너지·시약 사용량을 최소화.
안전성 제고: 광산 발파, 장비 상태, 근로자 안전 모니터링 등으로 사고 위험을 감소.
3.4 AI for the Electricity Sector (전력 부문)
3.4.1 전력계통 운영에서의 AI
전력계통은 재생에너지 증가, 분산형 자원, 전기차 확산 등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AI는 아래와 같은 영역에서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공급 예측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단기·초단기 예측하여 잉여전력·부족전력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계통안정도와 재생에너지 통합을 높인다.
전력 수요 패턴 예측을 통해 발전기 급·감발 및 저장장치(ESS) 운용을 최적화한다.
계통 실시간 운영
기존에는 전력망 운영자가 직접 명령을 내리던 방식에서, AI를 활용해 최적 파워플로(power flow)·주파수·전압 제어를 부분적으로 자동화한다.
대규모 장애(정전·설비 고장) 발생 시, AI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인지·대응할 수 있게 되어, 복구 시간을 단축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장애 감지·예측 정비
수많은 센서 데이터(온도, 진동, 전류, 전압 등)를 활용해 변압기·송전선·개폐기의 이상 상태를 조기 진단하고, 계획정비(Preventive Maintenance) 시점을 최적화한다.
일부 선진 송전망 운영사(예: 유럽, 북미)는 자율드론·로봇을 통한 송전선 점검과 AI 이상 패턴 분석을 결합해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절감 중이다.
3.4.2 발전소 및 에너지저장장치 운영에서의 AI
열발전소: AI가 연소상태, 보일러, 터빈 제어 등을 미세 조정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약 1%p 효율 개선 시 ~2% 연료 절감 효과).
재생에너지: 패널·터빈의 오염·결함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출력을 더 정확히 예측하여 출력제한(Curtailment)이나 예기치 못한 다운타임을 감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열화 상태를 예측하고, 충·방전 스케줄을 최적화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수익 극대화를 가능케 한다.
3.4.3 전력망(Transmission & Distribution) 관리에서의 AI
송배전 설비 계획 및 운영: 장기 설비투자 계획에 AI 시뮬레이션을 활용, 다양한 시나리오(수요 증가, 전원믹스 변화 등)를 빠르게 검토해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실시간 전력흐름 최적화(Dynamic Line Rating, DLR): 전선의 온도·바람·부하 상태를 AI가 분석해 송전용량을 동적으로 재평가, 불필요한 증설 없이도 추가 전력 수송이 가능하다.
정전 예방 및 재해 대응: AI가 사고 데이터·기상 정보를 종합 분석해 자연재해나 설비 사고 위험도를 산정, 사전에 예비 작업을 수행하거나 빠른 복구에 기여한다.
3.5 AI for Energy End Uses (최종 소비: 산업·교통·건물)
3.5.1 산업 부문
산업 부문은 세계 에너지 최종소비의 약 39%, CO₂ 배출의 45%를 차지할 만큼 방대한 영역이다. AI는 제조 공정 자동화·공정 최적화·재고관리·예측정비 등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제조 공정 최적화
공정 전반의 데이터를 수집해 에너지 사용량, 온도·압력 조건, 생산 스케줄 등을 통합 최적화한다. 예) 화학·시멘트·철강 공정에서 원료 배합·소성 시간을 AI가 설계해 에너지 절감.
라이트(light) 제조업(예: 전자·기계)에서는 최대 8%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됨.
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산업 설비(압축기, 펌프, 로봇 등)에 대한 센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고장 전조를 파악, 불필요한 셧다운을 줄여 가동률↑ 비용↓.
예컨대 석유화학 플랜트 한 곳에서 AI 기반 정비로 연간 수십~수백만 달러 절감 사례가 보고됨.
품질 관리·재고 관리
AI 비전 시스템이 불량품·원료 이상을 신속히 검출해 재작업·원자재 낭비를 줄임.
공급망(supply chain) 최적화로 물류 비용과 재고 유지 비용을 절감, 에너지 사용도 연쇄적으로 감소.
3.5.2 교통(Transport) 부문
교통은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약 55%, 에너지 부문 CO₂ 배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AI는 도로·항공·해운 등 전 부문에서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 예측정비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안전을 높인다.
도로 교통
스마트 신호·교통 관리: 차량 흐름을 AI가 실시간으로 제어해 정체 구간을 줄이고 연료소비·공해를 절감.
차량 운행 효율: 운전 패턴(가속·제동)을 에코드라이빙으로 바꾸거나, 자율주행에 적용해 ~20% 연료 절감 가능성.
EV·자율주행차: 대규모 전기차 플릿 운영 시, 충전 스케줄 및 차량 배치를 AI가 자동 결정해 ‘최소 비용·최소 대기시간’을 달성.
항공·해운
항공: AI로 최적 비행경로, 착륙 접근을 설계해 항공유 소비 5~12% 절감. 자율운항 또는 항로 재설계로 운항 효율을 높인다.
해운: 항로 선정, 운항 속도, 날씨·해류 예측 등에 AI를 활용해 최대 10~15%의 연료 절감 효과.
3.5.3 건물 부문
건물 부문은 난방·냉방·조명·환기·가전 등 다양한 에너지 사용 요인이 있고, 이는 전세계 전력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건물부문은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스마트 HVAC 제어
AI가 건물의 실내외 온도, 습도, 점유자 패턴 등을 실시간 분석해 냉난방 장치 작동을 자동 제어 -> 10~30% 에너지 절감 사례 보고.
수요반응(DR)
전기요금이 높은 피크 시간대에 냉난방부하를 조정, 전력망 부하를 낮추고 사용자는 비용 절감. 예) 구글 등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시행 중인 AI 기반 수요반응.
건물 자산관리(BEMS + AI)
건물관리시스템(BEMS)에 AI를 도입해 설비 이상 감지, 운영 스케줄 최적화를 수행. 다만 노후 건물 비중이 높거나 센서 설치가 미비한 지역에서는 도입 장벽이 큼.
3.6 에너지 시스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위한 AI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폭염, 폭우, 허리케인 등)이 잦아지면서, 에너지 인프라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AI는 기상예측·이상징후 조기경보 등을 통해 시스템 복원력을 높인다.
고해상도 기상예측: 전통 기상모델 대비 AI가 더 빠르고 세밀하게 예측, 태양광·풍력 발전량 변동을 사전에 인지.
이상징후 알림: 전력망·석유·가스 네트워크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 특정 이상 패턴 발생 시 경보 발령.
재해 대응: 태풍·홍수로 인한 설비 파손 발생 시, 드론·로봇 + AI로 피해 범위를 신속 파악하고 복구 계획을 최적화한다.
3.7 AI 도입의 장애 요인
AI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 에너지 부문에 광범위 도입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규제·표준 미비
전력망, 항공, 차량 자율주행 등 안전·보안이 최우선인 영역에서는 AI 결정에 대한 책임소재 불분명, 인증 기준 부재 등 규제 장벽이 크다.
개인정보, 사이버보안, 데이터 소유권 등의 이슈도 에너지 부문에서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
데이터 접근성 제한
석유·가스 기업,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의 비공개·사일로(silo)화 문제.
건물 등 분산형 분야는 센서 설치 미비, 데이터 표준화 부족, 실시간 연결성 부족 등으로 AI 적용이 어렵다.
기술·인력 부족
에너지 기업이 AI 전문인력을 채용·육성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으며, 내부 노하우 부족, 디지털 문화 미정착 등이 도입 속도를 저해한다.
AI 개발자는 많은데, 에너지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에너지+AI’ 융합형 인재 양성이 관건이다.
투자비용 및 ROI 불확실
초기 AI 프로젝트(파일럿)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ROI(투자수익률)가 확실치 않을 경우 경영진이 적극 추진을 꺼릴 수 있다.
조직 문화·경험 부족
전통적으로 안정성과 보수성을 중시하는 에너지 업계의 문화적 특성상, “AI의 결정”을 신뢰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반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결론 및 시사점
3장에서는 AI가 에너지 산업 전체를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석유·가스, 전력, 산업, 교통, 건물 등 부문별로 상세히 살펴보았다. 생산량 증대, 비용 절감, 안전성 강화, 배출 저감 등 다양한 이점을 확인했으며, 이 중에서도 다음이 핵심이다:
석유·가스: 탐사와 시추, 유지보수 프로세스를 AI가 지원함으로써 상당한 비용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생산 단가가 떨어지면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전력: 전력계통 운영·발전소 O&M, 송배전망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등에서 AI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발전소 유지보수에 AI를 활용하면 2035년까지 연간 최대 1,10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최종소비(산업·교통·건물):
산업: 공정 최적화와 예측정비로 에너지 사용을 8% 전후 줄일 수 있다는 전망.
교통: 자율주행·경로 최적화·플릿 관리 등으로 최대 20% 연료 절감 효과. 항공·해운 부문에도 적용 가능.
건물: 스마트 HVAC·BEMS 등으로 상당한 절감 잠재력이 있으나, 디지털화가 더딘 탓에 대규모 도입은 제한적.
기상·기후 예측 및 시스템 복원력: AI가 방대한 기상·지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연재해 대응과 재생에너지 출력을 정교하게 예측함으로써 안정적 운영에 기여한다.
도입 장애: 표준화·규제·인력 부족, 데이터 접근성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광범위 도입 가능성. 이를 위해서는 각 부문의 이해관계자(정부·민간·투자자) 간 협력과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AI는 에너지 산업을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제도·조직 차원의 과제들이 존재한다. 규제기관, 기업,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데이터 개방, 표준 정립, AI 인력 양성 등에 힘쓴다면, AI를 활용한 에너지 최적화가 전 세계적 규모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장 요약>
에너지 시스템은 복잡하며 진화하고 있다. 점점 더 전기화, 디지털화, 연결화, 분산화가 진행되면서 비용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요인들로 인해 에너지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시스템 최적화, 생산 증대, 비용 절감, 효율 향상, 배출량 저감, 안전성 제고 등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이 장에서는 낙관적인 AI 보급률을 가정한 “광범위 채택 시나리오(Widespread Adoption Case)”를 통해, 에너지 부문에서 이미 알려진 AI 활용 사례들이 전반적인 최적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본다.
석유·가스 업계는 탐사 및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신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분야 중 하나이다. 이 부문에서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의 수는 2010년 이후 두 배로 늘었고, 전체 컴퓨팅 역량도 연평균 약 70%씩 증가하였다. “광범위 채택 시나리오”에서는 AI가 유전 개발 및 운영 비용을 낮춤으로써 연료의 경제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배출량 증가 등 다양한 파급효과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계 역시 공급·송전·수요 프로필이 복잡한 탓에 AI의 잠재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광범위 채택 시나리오”에서 발전소 운영 및 유지보수에 AI를 적용하면 연료 사용 절감과 비용 하락을 통해 2035년까지 연간 최대 1,100억 달러(USD) 규모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AI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망에 더 많이 통합하는 데도 기여한다.
수요부문에서의 AI 적용 또한 다양하며 상당한 잠재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산업 부문에서는 제조 공정 최적화를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광범위 채택 시나리오”에서는 전자·기계 등 경공업의 경우 2035년까지 약 8%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교통 부문에서는 차량 운행·관리 효율을 높여 최대 20%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배기가스 응축운(e.g. 비행기 엔진 주변에서 발생하는 구름 형태) 감축이나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에도 적용될 수 있다. 건물 부문의 경우 디지털화 속도가 제한적이어서 잠재력이 다소 낮지만, 효율 향상과 수요반응 등에서 긍정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상 패턴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기상예보와 기후 분석은 에너지 시스템의 운영·계획·회복탄력성 최적화에 필수적이다. AI는 기상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산 부담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활용 사례가 전 부문으로 확산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현재 존재하는 AI 기술을 실제로 도입·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있으며, 이는 변화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불리한 규제 환경, 데이터 접근성 부족, 기술 격차, 디지털 인프라 미비, 조직의 변화 저항 등이 대표적이다.
4장: 에너지 혁신을 위한 AI
4.1 장 개요
에너지 산업에서 혁신(innovation)은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에너지 보안·탄소중립·경제성·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2010년대 이후 비전통유전(셰일), 태양광발전, 전기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성장과 비용 하락을 경험했으나, 탄소중립 목표나 복잡해진 전력망 수요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혁신의 가속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크다. 인공지능(AI)은 이러한 혁신 주기를 크게 압축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AI를 통해 에너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기존 대비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의 주요 논지이다
4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통적 에너지 기술 개발 사이클은 내연기관·태양광·리튬이온배터리 사례에서 보듯, 발명(Invention)에서 상용화(Commercialisation)까지 평균 30년 이상, 대중화(Mass uptake)까지 추가로 20년가량 소요되었다는 점을 짚는다
2)AI의 잠재력: 이미 의료분야에서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을 통해 45,000배 가속된 발견 속도를 보였듯, 에너지 분야에서도 배터리·CCUS·신소재 등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3)에너지 특허와 스타트업 동향을 보면, “AI+에너지” 분야가 아직 저평가 상태임을 보여주며, 이와 같은 간극을 해소하려면 공공정책 지원, 개방형 데이터 확보,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2 에너지 혁신에서 특허·스타트업 지표가 주는 시사점
4.2.1 특허 동향
2015~2022년 간 에너지 분야 특허는 약 33만 건이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AI 관련 특허도 급증했으나, 에너지 특허 중 AI를 활용한다고 명시된 비중은 1%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는 화석연료·청정에너지 구분 없이 비슷한 양상이다.
에너지 산업은 물리적·장치적 성격이 강해 하드웨어 특허 비율이 높고, 소프트웨어 위주의 AI 특허와 달리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이 상이하다.
4.2.2 스타트업 동향
202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투자금의 2/3가 디지털·AI 섹터에 집중된 반면, 에너지 섹터 전체가 차지하는 VC 투자 비중은 8~10% 선에 그친다.
에너지 스타트업 중 AI 관련 역량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곳은 약 2.3%에 불과하며, 이는 생명과학(7%)·농업(4.3%)보다 낮다.
이렇듯 'AI+에너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직 미흡한 이유로, (1) 높은 초기자본·시제품 실증 필요, (2) 규제·인프라 제약, (3) 에너지 분야 자체의 디지털 전환 지연 등을 꼽는다.
4.3 AI가 에너지 혁신을 가속화하는 메커니즘
4.3.1 전통적 혁신 사이클과 AI의 역할
전통적 혁신 사이클: 아이디어 → 연구개발(R&D) → 시제품(프로토타입) 제작 및 실증 → 대량생산과 상용화 → 시장 확산. 이 과정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AI의 개입점>
1)발견(Discovery) 단계: 수백·수천만 가지 후보 물질(예: 배터리, 촉매)을 시뮬레이션으로 빠르게 스크리닝, 연구개발(R&D)을 압축.
2)통합·확장 단계: 시제품 스케일업(Scale-up) 시, 공정 자동화·제조 최적화에 AI가 기여. 배터리 공장 하나가 하루 10억 건 이상의 센서 데이터를 생성.
3)시장 확산 단계: 사용자 습관·비용구조·정책을 모델링하여 최적 보급 전략 수립.
4.3.2 에너지 기술에서 AI가 강점을 발휘하는 구조적 이유
복잡한 물리·화학적 상호작용: 에너지 혁신은 배터리·태양전지·수소촉매 등 분자·재료 단계부터 다양한 변수 존재 → AI가 고차원 탐색 문제에 효과적.
풍부한 산업 데이터: 전력망·발전소·정유공장 등은 이미 센서화·디지털화가 진척되었고, 해당 빅데이터가 AI 학습에 이점. 다만, 데이터 사일로 문제 해결 필요.
정책·시장 시스템 예측: 카본프라이싱, 인증, 보조금 제도 등 복잡한 규제환경을 AI 모델링으로 최적화 가능
4.3.3 주요 기술 분야
보고서는 “배터리, 합성연료 촉매, CO₂ 포집 재료, 시멘트” 4개 분야를 예시로 들면서, AI가 어떠한 혁신 가속을 이룰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4.4 에너지 핵심 기술 4대 분야 사례
4.4.1 배터리(Batteries)
현황: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이끄나, 여전히 비용·수명·안전성·소재 문제 해결이 숙제.
<AI 활용>
1)신소재 탐색: 수십만~수백만 조합의 전해질·양극·음극 재료를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시험 → 유망 후보군만 선별해 실험. 예: 양극 소재로 NCM, LFP, 망간·나트륨 등 다변화 시도.
2)수명 예측 및 고장 진단: 배터리 셀 수십억 건 이상의 사이클 테스트 데이터를 AI가 분석, 열화 진행 상태·남은수명 추정 정확도 개선.
3)공정 자동화: '자율주행형 연구실(self-driving lab)' 개념 도입 → 최적 공정 변수를 AI가 자동으로 조정해 생산 효율·수율 높임.
사례: 특정 연구에서 AI로 방대한 전해질 조합을 테스트해 상용화 유망한 조합을 10배 빠르게 찾았다는 결과. 일부 배터리 제조사는 자체 ML 모델을 구축해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보고.
4.4.2 합성연료 촉매(Catalysts for Synthetic Fuel Production)
필요성: 항공·해운 등 일부 부문은 액체연료 대체가 쉽지 않아, 그린 수소·합성연료 등에서 고성능 촉매가 핵심.
<AI 역할>
1)광범위 후보 물질 탐색: 합성연료 생산 촉매(예: 메탄올·암모니아 합성)에서 반응 온도·압력·내구성 고려 시 조합이 방대. AI로 시뮬레이션 단축 가능.
2)실험비용 절감: 기존에는 고가 실험장비로 한 번에 한두 개 촉매만 테스트 → AI가 유망 후보 선별 시, 물질 발견 속도 수백~수천 배 증가.
3)실증과제: 소재가 발견돼도 대형화·내구성·공정 안정성 검증 등 상용화까지 장시간 소요. 이 때도 AI 기반 ‘로보틱 실험’으로 촉매·반응기 설계를 자동화할 수 있다.
4.4.3 CO₂ 포집 재료(CO₂ capture materials)
배경: 탄소 포집·저장(CCUS)은 산업 공정 탈탄소의 핵심 솔루션이나, 흡수제·흡착제 소재가 비싸고 에너지집약적.
<AI 응용>
1)나노·마이크로 구조 탐색: 금속유기골격체(MOF), 세라믹, 유기폴리머 등 수천만 조합 중 흡착성능·재생에너지 사용량·가격 동시 만족할 후보 찾기.
2)공정 최적화: 실제 플랜트 적용 시 흡착제 교체 주기, 온도·압력조건 모델링. AI가 다변수 시나리오를 빠르게 탐색.
3)가치: CO₂ 포집 비용을 30~40% 절감할 잠재력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AI 기반 소재혁신이 그 핵심.
4.4.4 시멘트(Cement Production)
중요성: 시멘트 제조는 글로벌 CO₂ 배출의 ~7% 차지, 저감 기술이 시급.
<AI 적용>
1)대체 클링커 및 혼합재 개발: 소성 온도·반응률·내구성 등 고려해 석회석 대체 혼합재 발굴.
2)공정 제어 최적화: 소성로(킬른) 내 온도·재료 공급량 등 실시간 센서 데이터 기반 제어.
3)탄산화(CO₂ mineralization) 기법 연구: AI가 시멘트·콘크리트가 대기 중 CO₂를 흡수하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조성 설계 제안.
장애: 건설업의 보수성, 현장 변동성, 안전·품질 표준 등 규제 장벽이 커서 AI 도입이 더디나, 장기적 잠재력은 큼.
4.4.5 요약
4대 사례 모두 ‘광범위 후보 탐색 → 프로토타입 실험(스케일업) → 상용화 적용’의 단계에서 AI가 기여하지만, 각 단계별로 여전히 데이터·표준·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4.5 AI 혁신 가속화를 위한 정책 제언
4.5.1 혁신 투자 및 자금지원(Innovation Funding)
공적 R&D 예산에서 ‘AI+에너지’ 분야 비중이 아직 낮으므로,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 확대 필요.
자율형 실험실(self-driving lab) 구축에 대한 펀딩: 고속 시제품 제작·테스트 장비 개발을 지원해 AI 활용 극대화.
연구기관 간 오픈소스 협력 컨소시엄 추진: AI 모델·실험 데이터 공유 플랫폼 마련.
4.5.2 데이터·모델·컴퓨팅 인프라
고품질 에너지 데이터 확보: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이나, 상업적 민감도 및 표준화 부재로 접근성 낮음(). 공공 차원에서 에너지 실험 데이터, 산업 운영데이터 등을 표준화·개방해야.
고성능 컴퓨팅 자원: 대규모 AI 트레이닝은 GPU 클러스터 등 막대한 전력·자본소요. 정부가 슈퍼컴퓨팅 센터를 확충하거나, 민관 협력 통해 AI 클라우드 리소스를 과학자에게 제공.
규제 완화: 데이터 프라이버시·안전성 고려하면서도, AI 연구 목적의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는 제도 필요.
4.5.3 향후 전망 및 결론
에너지 부문이 AI 혁신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정책·산업·학계의 삼각 공조가 필수적이다.
에너지 혁신에서 AI가 “발견 → 통합 → 대규모 상용화” 전 과정에 걸쳐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 R&D 전략과 산업 지원정책을 마련할 것을 보고서는 권고한다.
다만, 배터리·촉매·CCUS·시멘트 사례만 보아도 각 기술분야 규제와 산업구조가 달라, 분야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며, AI의 공헌 효과를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실증·실험 결과의 누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5.4 소결
IEA의 Energy and AI 보고서 4장은 AI가 에너지 혁신을 어떻게 가속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배터리·촉매·탄소포집·시멘트 등 대표분야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AI가 발견(Discovery) 단계부터 상용화(Commercialisation), 나아가 현장 운영 최적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특허·스타트업 동향으로 볼 때, “AI+에너지” 혁신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기술 커뮤니티 협력이 절실함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AI를 통한 에너지 혁신은 (1) 공공 데이터·R&D 투자 확대, (2) 산업·연구기관 협력 플랫폼 구축, (3) 신소재·신기술 실증단계 속도 향상, (4) 규제 혁신과 같은 조치가 뒷받침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 향후 10~20년간 국가 간 에너지 기술 경쟁과 기후목표 이행에서 AI가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본 보고서가 제안하는 AI 혁신 전략은 에너지·정책·산업계 모두에게 시의적절한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4장 요약>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부문은 꾸준히 혁신을 거듭해 왔으며, 기술 발전과 비용 하락에 힘입어 2010년부터 2024년에 이르는 동안 비전통유전(셰일 등) 석유·가스 생산 비중이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10%에서 25%로 늘어났다. 태양광 발전은 연간 30테라와트시(TWh) 수준에서 약 2,000TWh로 확대되었으며,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0.01%에서 20%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혁신에는 시간이 걸린다. 내연기관, 에어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을 살펴보면, 처음 발명(이노베이션)된 시점에서 상용화(커머셜라이제이션)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30년 이상, 이후 대중화(Mass market uptake)까지 추가로 20년가량이 걸렸다. 오늘날 AI 기술의 핵심인 인공신경망도 원형(prototype) 단계에서 최초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35년이 소요되었다.
AI는 점점 더 많은 혁신 파이프라인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인간 세포의 기능 단위인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발견 속도를 AI가 4만5천 배나 가속시켰다.
특허와 스타트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를 혁신하기 위해 AI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접근법은 아직 에너지 부문에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관련 특허 중 약 1%만이 해당 특허 기술에 AI 활용이 포함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 분야 모두 비슷하다. 에너지 스타트업 중 AI 관련 가치를 내세우는 곳의 비중은 2.3%에 불과한데, 이는 생명과학(7%), 농업(4.3%)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혁신의 많은 분야는 AI가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특성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매우 복잡한 설계 공간에서, 목표 성능 간의 균형을 찾기 위해 여러 트레이드오프를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많고, 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셋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제조와 설치가 쉽고 안정적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찾으면, 더 저렴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태양광 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가능한 후보 중 0.01%에도 못 미친다. AI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
에너지 혁신의 핵심 과제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기존 복합 제품에 통합하고, 새로운 제품을 산업 규모의 공급망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AI 역시 여기에 기여할 수 있다. 배터리 ‘기가팩토리(gigafactory)’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데이터 포인트가 100억 건에 달하기도 하는데, 이를 AI 모델로 분석하면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고, 성능을 예측하며, 문제점을 진단해 혁신 화학 기술 도입 시 발생하는 위험·비용·시간을 줄일 수 있다.
AI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에너지 혁신을 가속하려면, 정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필요하다. 우선, 유망한 기술 분야와 이용 가능한 AI 툴(모델·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더욱 포괄적인 목록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공공 차원에서 데이터 생산과 유통을 지원해, AI가 가설을 세우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고속 실험(하이쓰루풋), 자동화 연구실에 대한 투자나 더 신속한 규제 프로세스 마련도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테스트와 인증 절차가 AI의 빠른 발견 속도에 맞추어 나갈 수 있다.
5장: 에너지·AI의 새로운 지형
5.1 장 개요
앞서 1~4장에서 AI 확산이 가져오는 에너지 수요 증가(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이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 그리고 AI가 에너지 최적화 및 혁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5장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 공급망, 투자, 인력(디지털 스킬),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EMDE)에서의 AI 활용, 정책 및 기후 영향 등 새로운 지형에서 부상하는 거시적 쟁점을 총괄적으로 다룬다().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1)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형태: AI는 전력망 운영 안정성·탄력성을 높이고, 석유·가스, 재생에너지, 운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을 유도한다. 동시에 AI가 정착하려면 전력망 자체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데이터센터·고성능 반도체 등과 관련된 공급망 위험이 에너지 안보 이슈와 맞물린다.
2)데이터센터의 부상과 전력망: 특히 미국에서는 2035년경 데이터센터가 산업용 전력수요와 맞먹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에너지 업계와 ICT 업계 간 더 긴밀한 협력(playbook 마련)이 필요하다.
투자·경제성 영향: 데이터센터에만 2030년까지 총 4조 2천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한 전력망 확충에 향후 5년간 추가로 4,8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일부 선진국(예: 미국)은 이 기간 동안 전력 분야 투자 중 15% 이상이 데이터센터와 직결될 수 있다.
3)디지털 격차와 개발도상국: 신흥시장·개도국(EMDE)은 AI와 데이터센터 확충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동시에 AI를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 전력 접근성 개선 등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선 안정적 전력 공급, ICT 인프라, 역량 강화, 정책 지원 등이 요구된다.
4)기후 영향과 배출량: AI를 위해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30년경 전 세계 배출량의 1% 안팎(최대 1.5%)을 차지할 전망이지만, AI가 다른 부문(건물·운송·산업 등) 최적화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배출량은 더 클 수도 있다. 다만 리바운드 효과·정책 부재 등을 고려하면, AI만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보조정책이 필수다.
5.2 에너지 안보와 AI
5.2.1 AI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측면
에너지 안보는 ‘적절한 공급(adequacy), 저렴한 가격(affordability), 시스템의 안정성·탄력성(resilience)’ 등을 포함한다. AI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1)비용 절감: 석유·가스 탐사·생산 공정에 AI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약 1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있음. 풍력발전 O&M 최적화에도 AI가 도입되어 운영비가 하락하고 있다.
2)인프라 보안: 예컨대 해저 파이프라인·케이블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해저 드론에 AI를 탑재해 이상 징후를 빠르게 인지하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3)기상예보 활용: AI는 전통적 기상 모델 대비 훨씬 빠르고(수시간→1분) 에너지 사용량이 최대 1/1000에 불과한 예측을 제공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및 재해 대비에 유리하다.
4)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파이프라인·발전소·송전망 등 시설의 운영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측·대응함으로써 다운타임을 줄이고 공급 안정을 높인다.
5)전력망 안정성: 재생에너지 출력·수요 예측, 실시간 발전량 최적화 등을 통해 안정적 전력 수급을 지원한다.
5.2.2 AI 확산을 위한 에너지 공급망 보안
그러나 반대로, AI 인프라(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구축도 안정적 전력 공급과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1)전력 인프라 병목: 대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송전망·변압기 공급이 지연되면, AI 확산이 늦어질 수 있다. 보고서 추산에 따르면, 2030년까지 계획된 데이터센터 중 약 20%가 전력망 연결 지연 위험이 있다.
2)핵심 광물 수급: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갈륨(gallium) 등은 글로벌 생산이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 예컨대 2030년 데이터센터 수요만으로 갈륨 정제량 11%에 달할 수 있고, 이는 98%를 중국이 공급하는 상황이다.
3)사이버보안·디지털 리스크: 에너지·디지털 융합이 커지면, 사이버 공격 위험도 커진다. 하지만 AI를 방어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예: 침입 탐지 자동화).
5.3 테크 업계와 에너지 업계 간 대화 강화
5.3.1 전력 수요 전망과 데이터 공유
에너지 업계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전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ICT 업계도 전력 인프라 구축 지연으로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상호 데이터 공유와 표준화된 지표(PUE, 사용률 등) 정립이 필요하다.
데이터 부족 문제: 민간 기업이 보유한 서버 출하량, 지역별 실제 가동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등을 공개하지 않아 분석이 어렵다.
협력 과제: 정부·국제기구가 나서서 측정 지표와 통계를 표준화하고,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민간의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
5.3.2 디지털 산업이 에너지 혁신에 주는 시너지
AI 스타트업 중 에너지 분야를 전담하는 비중은 2.3% 수준(4장)으로 아직 낮지만, ICT+에너지 융합 잠재력은 매우 크다. 풍력·태양광 O&M, 수소·CCUS 촉매 개발, 배터리 최적화 등에서 테크 업계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5.4 투자와 경제적 영향
5.4.1 데이터센터 투자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2022~2024년에 거의 2배가 되어, 2024년 기준 연간 5천억 달러에 육박하며 계속 상승 추세이다.
누적 투자: 2030년까지 4.2조 달러로 추산된다. 이 중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5.4.2 전력 섹터 투자
향후 5년(2025~2030)간 전력망·발전에 4,800억 달러 필요: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부하 증가분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소 증설(가스, 신재생, 일부 원자력)과 송배전망 업그레이드가 필수.
미국 사례: 동일 기간 전력 섹터 전체 투자 중 15% 이상이 데이터센터 관련으로 추정. 기업과 지자체가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5.5 에너지 섹터 내 디지털·AI 역량 부족 문제
5.5.1 AI 인력 수급
에너지 업계는 ‘안정성·장기 투자’ 중심이라, AI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기술기업 대비 임금이 낮은 편이며, 규제 산업 특성상 도입 속도가 느리다. IEA 설문 결과, 190여 개 에너지기업 중 상당수가 AI로 생산성·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봤으나, AI 인재가 부족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5.5.2 직무 변화와 재교육
자동화가 이뤄질수록 단순 오퍼레이션 인력 수요는 줄어들지만, 데이터 분석·AI 모델 운영 등을 맡는 고급 인재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에너지 기업들은 기존 인력 재교육(reskilling)과 새로운 인재 영입을 병행해야 한다.
5.6 신흥시장·개발도상국(EMDE)에서의 AI 활용
5.6.1 전력 신뢰도 부족과 데이터센터 유치
일부 EMDE 국가는 전력 인프라가 취약하여 정전이 잦고(연간 수백~수천 시간),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AI·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지는 추세다.
전력망 업그레이드: EMDE가 대규모 전원(주로 태양광·풍력)과 송배전망을 확충하면, 데이터센터가 ‘기여 부담금(혹은 투자)’, ‘직접 재생에너지 PPA’ 등을 통해 지역 전력 인프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불평등: 많은 인구가 인터넷 접속이 안 되지만, 온라인 이용자 중 상당수는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어, 인프라만 뒷받침되면 AI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5.6.2 에너지 효율 향상 사례
인도에서는 건물 에너지관리, 화학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비용 절감 사례가 보고되었고, 모로코에서는 제지 공정 효율화를 AI로 추진했다. EMDE가 공장·건물·교통 부문에서 AI를 도입하면 전력·연료 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프라·자본·인력 부족이 걸림돌이다.
5.7 AI·에너지 정책과 정부 역할
여기서는 AI 기반 에너지 부문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정책 영역을 제안한다.
데이터 개방 및 표준화: 민간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센터·전력망 관련 정보를 표준화하고, 공공 기관이 이를 통합·공유하는 플랫폼 구축.
R&D·인력 양성: ‘AI+에너지’ 특화 연구소·학계 협력, 자율형 실험실(Self-driving lab) 구축, 전력·석유가스 회사 직원 대상 AI 역량 강화 교육.
인허가 및 규제 개선: 데이터센터·송전망 건설 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고, AI 기술 적용을 제한하는 구시대적 규제를 개정. 사이버보안·개인정보보호는 별도 지침을 마련해 균형을 맞춤.
재정 지원 및 유인책: AI를 통해 배출 절감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효율 솔루션)에 보조금·세제 혜택 부여 등.
5.8 기후 영향과 AI의 잠재력
5.8.1 데이터센터 배출 전망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배출량은 2030년경 약 3억 톤(CO₂)으로 현재(1.8억 톤) 대비 1.7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 5억 톤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는 세계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1.5% 이하 수준이지만, 상당히 빠른 증가세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5.8.2 다른 부문 최적화를 통한 감축 효과
산업·운송·건물 등에서 AI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절감되는 배출량이 데이터센터 배출 증가분보다 클 수도 있다. IEA는 2035년까지 최대 5%의 에너지 부문 배출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다만, 리바운드(Rebound) 효과나 제도 부재가 있으면 실질 감축 폭이 낮아질 수 있다. 가령 자율주행차로 승용차 수요가 늘어나면 도로교통 배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종합 결론
5장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AI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역설은 계속 심화될 전망이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으면 AI 서비스가 무한정 성장하기 어려우며, AI가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방대하다.
정책·산업 이해관계자 협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그리드 강화,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 AI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투명한 통계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후 측면: AI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규제·가격 신호·보완 정책이 없다면 리바운드 효과로 인해 감축 효과가 반감될 위험이 있다.
EMDE 관점: 전력망 신뢰도가 낮고 디지털 인프라가 부족해도, 정부가 적절한 투자·정책 인센티브·인재 교육을 통해 “디지털 도약(leapfrogging)”을 시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I는 에너지 부문의 미래에 있어 거대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에너지·디지털·정책 측면에서 협력적이고 선제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IEA 보고서는 “에너지와 AI가 함께 가는 시대”를 대비해, 정확한 데이터와 시장 전망,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본 보고서가 제시하는 주된 시사점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과 AI의 에너지 효율화 역할이 동시에 확대”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 과정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안정적 인프라·공급망·정책적 지원·협력이 필수”라는 점이다. AI와 에너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보다 기후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의 개발에 우리의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
<5장 요약>
인공지능(AI)은 에너지 보안의 다양한 측면, 예컨대 에너지 적정성, 경제성, 시스템 회복탄력성, 충격이나 교란 상황에서 빠르게 복원될 수 있는 능력 등과 관련된 과제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시뮬레이션은 여러 공정에서 운용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해 왔다. 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는 인프라 가동 중단 시간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고 있으며,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동시에, AI의 보급 자체를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도 매우 중요하다. 전력 시스템은 여러 핵심 병목지점에 직면해 있다. 핵심 부품에 대한 공급망이 빠듯하고, 발전소·송전망 프로젝트의 공사 기간이 길며,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도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이들 광물의 공급은 매우 집중적이다. 예를 들어, 2030년경 데이터센터에서 요구되는 갈륨(gallium) 수요가 오늘날 갈륨 공급량의 최대 11%에 달할 수 있고, 정제된 갈륨의 98%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적어도 AI의 도입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에서 전력망 내 새로운 수요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장에서 소개된 “기준(Base) 시나리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2035년께 전체 산업부문과 비슷한 비율로 첨두부하(peak power demand)에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업계와 기술 업계는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전력망에 통합하기 위한 공통의 ‘플레이북(playbook)’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를 한층 심화해야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누적 투자액은 4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데이터센터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부문에서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4,800억 달러의 누적 투자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이 미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전력 부문 투자액이 동 기간 전체 전력 부문 자본지출의 15%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EMDE)은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와 에너지 부문에서의 AI 활용에 모두 여러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전력 공급 품질 개선, 현지 데이터 수집 활성화, 전문 인력 양성, 견고한 정책 프레임워크 마련 등을 통해 이러한 국가들은 AI를 활용하여 더 포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2030년 데이터센터는 전력 부문의 탄소배출량 중 3%, 전체 에너지 부문 배출량 중 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30년까지 배출량이 증가하는 몇 안 되는 부문 중 하나이다. 현재 상용화된 AI 기술을 광범위하게 채택할 경우, 2035년 다른 부문에서 절감되는 배출량이 데이터센터 배출량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AI 도입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AI로 인해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과 수요가 증가하는 ‘리바운드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러한 감축 효과가 상쇄될 위험이 존재한다.
<전체 요약글(보고서 번역)>
인공지능(AI)의 혁신적 잠재력은 에너지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AI)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이는 계산 비용 하락, 데이터 이용 가능성 증가, 기술적 돌파구 등의 요인에 의해 추진된 결과이다. AI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지능이 필요했던 작업을 기계가 학습하여 수행하도록 만드는 학문 분야이다. 오늘날 AI는 전기처럼 범용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텍스트와 영상을 생성하고, 의학이나 소재 과학 같은 분야의 과학적 발견을 가속하며, 제조업 로봇을 더 스마트하고 생산적으로 만들고,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상업용 택시를 자율주행하며, 중요한 인프라 시설에 대한 위협을 탐지하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AI는 학계의 연구 대상에서 벗어나, 시장 가치와 벤처 자본이 수조 달러 규모로 달려 있는 거대 산업으로 부상하였다. 실제로, S&P 500 지수에 포함된 AI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022년 이후 약 12조 달러 증가하였다. AI 채택 속도와 그 영향에 대해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AI의 급속한 발전과 엄청난 잠재력으로 인해 기업 전략, 경제 정책, 지정학적 논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AI는 에너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동시에 AI 자체가 에너지 부문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은 AI 발전의 핵심 동인이 될 것이며, 필요한 에너지를 신속하고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AI로 인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의 학습과 배포는 크고 전력 소모가 많은 데이터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AI에 특화된 데이터 센터 하나는 10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는 그보다 20배나 많은 전력을 소비할 전망이다.
정책 결정자와 시장은 그 영향을 가늠할 도구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부문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기술 혁명 가운데 하나인 AI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 하지만 에너지와 AI의 연계가 심화되면서 야기될 이해관계와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부문에서 부상하고 있는 이슈를 발굴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해온 전통에 따라, 이번 특별 보고서를 통해 이 분야에 대한 가장 종합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IEA는 새롭게 개발한 글로벌 모델과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 세트를 기초로, 정책 결정자·기술 기업·에너지 업계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심층 협의 과정을 거쳐 본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현재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역적 영향은 훨씬 크다
글로벌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는 2022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어나 2024년에는 5천억 달러에 달하였다. 이러한 투자 붐으로 인해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인 415테라와트시(TWh)를 차지한다. 국가별로 보면 2024년 미국이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뒤를 중국(25%), 유럽(15%)이 잇는다. 2017년 이후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약 12% 증가해, 전체 전력 수요 증가율의 4배 이상에 달한다. AI에 특화된 데이터 센터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같은 전력 집약적 공장 수준으로 전력을 소모할 수 있지만, 그 지리적 분포는 훨씬 더 집중적이다. 미국 데이터 센터 용량의 절반가량이 다섯 개 지역 클러스터에 몰려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지역 전력 소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한다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945TWh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현재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증가의 가장 큰 동인은 AI와 함께 다른 디지털 서비스 수요 증가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큰 전력 수요 증가분을 차지하고, 그 뒤를 중국이 잇는다. 2030년까지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 중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10년 후가 되면 미국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알루미늄·철강·시멘트·화학 등 모든 에너지 집약적 제품 생산을 위한 전력 수요를 합한 것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지만, 본 보고서의 기준 시나리오(Base Case)에서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약 1,200TWh에 달할 것으로 본다.
다양한 전원(電源) 믹스가 수요 충족에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충족을 주도하겠지만, 다양한 전원원이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며, 이는 에너지 저장 시설과 전력망의 지원을 받는다. 재생에너지는 짧은 건설 기간, 경제적 경쟁력, 기술기업의 조달 전략 등에 힘입어 2035년까지 데이터 센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450TWh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중에서는 천연가스가 대표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기술기업들이 새로운 원자력·지열 기술 도입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천연가스는 특히 미국에서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을 충족하기 위해 175TWh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발전 역시 비슷한 규모로 증가하며, 이는 주로 중국·일본·미국에서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첫 소형모듈원자로(SMR)는 2030년 전후로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센터는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에서 가속화되는 전력 수요 증가 요인 중 하나이다
데이터 센터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산업용 모터나 주택·사무실 냉방,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낮다. 그러나 국가별로는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수요 비중이 다르다. 신흥·개도국은 이미 빠른 전력 수요 증가를 겪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 데이터 센터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의 약 5%를 차지한다. 반면 선진국은 수십 년간 전력 수요가 사실상 정체되어 왔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2030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의 20% 이상을 데이터 센터가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전력 산업이 다시금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함을 시사한다.
데이터 센터를 전력망에 통합하는 데 있어 ‘더 스마트한 접근’이 ‘더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이 과부하, 혼잡, 불안정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 요인을 해소하지 못하면 향후 계획된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 중 약 20%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전력 공급 및 소비 인프라(예: 데이터 센터) 모두가 연결 대기 상태에 놓여 있으며, 송전망 건설은 선진국에서도 4~8년이 걸릴 수 있다. 변압기나 케이블 같은 핵심 설비의 대기 기간도 지난 3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발전 설비 역시 수요가 급증하여, 가스터빈 납기 기간이 수년 단위로 길어지는 등 2030년 이전에 완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력 부문이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데이터 센터 부하 증가를 충족하는 데 있어 전기화·제조업 성장·전기요금 안정 등의 목표와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는 주요 대응책으로는 전력과 계통 여유가 충분한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거나, 데이터 센터 내부 서버 또는 보유한 발전·에너지저장 자원을 더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AI 특화 데이터 센터는 알루미늄 제련소보다 초기 투자비가 10배 이상 높아, 전력망에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운용을 제약하는 것은 비용이 매우 클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데이터 센터가 예비 서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규제기관이 이를 활용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거나, 백업 전력·에너지저장 설비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전력망 운영자는 데이터 센터가 전력계통이 덜 혼잡한 지역에 입지하도록 유인하는 방안도 모색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 중인 데이터 센터 중 50%가 이미 대규모 클러스터가 있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AI 관련 전력 수요에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AI가 얼마나 빠르게 보급되고, 그 생산성과 효율성이 얼마나 개선되며, 에너지 부문 병목 현상이 얼마나 해결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전력 수요에는 큰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본다. 우선 ‘리프트오프(Lift-Off) 시나리오’는 AI 채택이 빠르게 이뤄지고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상황을 가정한다. 반면 ‘역풍(Headwinds) 시나리오’는 거시경제적 제약과 에너지 인프라 구축 지연 등을 통해 AI의 도입과 에너지 공급 확충이 모두 늦어지는 경우를 가정한다. 또한 ‘고효율(High Efficiency) 시나리오’에서는 AI 관련 하드웨어와 모델의 효율성이 더욱 크게 개선되는 경우를 가정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2035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나 낮게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2035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700TWh에서 1,700TWh까지 폭넓게 분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발전량 증가는 리프트오프 시나리오에서 역풍 시나리오의 4배에 달하며, 원자력 발전 증가분은 그 차이가 더 클 수 있다.
AI는 에너지 부문에서 큰 효율성 및 운영상의 개선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AI는 이미 에너지 기업들에 의해 석유·가스, 전력 생산·송배전, 에너지 소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목적은 비용 절감, 공급 안정성 제고, 자산 수명 연장, 가동 중단 최소화, 배출량 저감 등으로 다양하다.
석유·가스 업계는 AI 도입에 적극적인 편으로, AI를 활용하여 탐사·생산·유지보수·안전 등을 최적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탐사와 개발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면 자원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추 전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운영 단계에서도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최적화하고, 누출을 신속하게 감지하며, 유지보수 시점을 예측해 사고를 줄이고 메탄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전력 부문에서도 전력망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분산화·디지털화되는 추세를 AI가 보완해 줄 수 있다. AI는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통합하여 버려지는 전력을 줄이고 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고장 감지 기술은 전력망 결함을 빠르게 찾아내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정전 시간을 30~50% 줄일 수 있다. 원격 센서와 AI 기반 관리 시스템은 송전선 용량을 높여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설 송전선 없이 최대 175기가와트(GW)의 송전 용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늘어나는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를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이다.
미래의 제조업도 더욱 디지털화되고 자동화될 것이며, 이에 발맞춰 AI를 잘 통합한 국가와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다. AI는 제품 개발 속도를 앞당기고 비용을 낮추며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미 존재하는 산업 공정 최적화용 AI 솔루션을 전 세계적으로 활용할 경우, 멕시코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 맞먹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산업 자동화 시스템은 산업용 AI 활용의 핵심 기반이며, 유럽 기업이 이 산업 자동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교통 분야에서도 AI가 경로 최적화, 교통 관리, 유지보수 예측,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활용되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광범위한 AI 도입으로 1억 2천만 대 승용차의 에너지 사용량에 맞먹는 수준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율주행차는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지만, 운행 비용 하락과 접근성 증대로 대중교통 수요를 잠식하여 이동 수요가 증가하는 ‘반등 효과(리바운드)’가 발생할 수 있다.
건물 부문에서도 난방·냉방 시스템 최적화와 전력 사용의 유연화에 AI가 기여할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건물의 소유구조가 분산되어 있고, 디지털화 수준이 낮으며,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여 AI를 대대적으로 도입한다면, 글로벌 건물 전력 소비에서 약 300TWh를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호주·뉴질랜드의 현재 연간 전력 생산량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AI가 장기적으로 에너지 부문에 미칠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혁신 가속화’일 수 있다
AI는 과학적 발견의 강력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어, 연구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검증하고, 상용화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예컨대 생명공학 분야에서 AI는 단백질 구조 규명을 45,000배 빠르게 해냈으며, 이는 신약 개발에 핵심이 되는 성과이다.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에 여러 단계(수십 년)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등 에너지 부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 중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AI가 잘 풀어낼 수 있는 문제 유형이 에너지 혁신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차세대 태양광발전(PV) 소재 중 실험으로 검증된 것은 0.01%에 불과하며, 나머지 99.99%에 달하는 소재 조합이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잠재 기술일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이처럼 방대한 조합을 훨씬 빠르게 탐색·검증할 수 있으며, 배터리 화학이나 탄소 포집 물질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은 AI 주도의 발견뿐 아니라 상용화 과정을 지원해야 하는데, 신기술이 실험실 단계에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가 더 어려운 관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문은 아직 AI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이지만, 현재까지 AI가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데이터·디지털 인프라·역량(인력 등)의 부족, 보안(사이버·물리) 문제 등이 꼽힌다. 에너지 부문에서 AI 관련 역량을 보유한 인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적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고 AI가 제공하는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제도·규제적 변화가 필요하다.
AI는 일부 에너지 안보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데이터 센터에 쓰이는 부품 공급망은 복잡하고 세계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예컨대 갈륨(gallium)은 첨단 컴퓨터 칩이나 전력 변환장치에 사용되는 중요한 금속으로,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현재 갈륨 정제 공급의 약 99%는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2030년에는 데이터 센터용 갈륨 수요가 오늘날 생산량의 1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AI가 진화할수록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이 더욱 정교해질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AI는 이러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에너지 사업장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지난 4년간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AI를 이용해 공격 수법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AI는 동시에 보다 빠르고 정확한 탐지·방어 체계를 제공한다. 물리적 영역에서도 AI를 탑재한 위성·센서가 지상의 전통적 관제 방식보다 500배 빨리 중요 에너지 인프라의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으며, 공간 해상도도 높다. 이처럼 에너지 안보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됨에 따라, IEA는 해당 영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신흥국과 개도국은 AI 솔루션을 통해 기술 도약(Leapfrog)을 실현할 수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개도국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데이터 센터 용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전력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국가일수록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여 자체 AI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IT 산업 전반을 육성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데이터 센터는 저탄소 전력 프로젝트의 앵커(Anchor) 수요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정전이 잦거나 전력 품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가 위험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어, 해외 호스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개도국에서도 AI 활용으로 탁월한 효율성과 최적화를 달성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디지털화의 장벽을 해소한다면 이들 국가가 빠르게 AI 솔루션을 도입하여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기술 도약’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AI가 기후 변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고, 동시에 AI가 만능 해결책이라는 기대도 지나치다
현재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약 1억 8천만 톤(Mt)이며,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5년에는 3억 톤, 리프트오프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5억 톤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부문 전체 배출량의 1.5% 미만 수준이지만, 데이터 센터는 가장 빠르게 배출량이 증가하는 부문 중 하나다.
이미 상용화된 AI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보급한다면, 데이터 센터 배출량보다 훨씬 더 큰 폭의 배출 저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AI 활용으로 2035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의 약 5%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혜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언급한 여러 장벽(재정·제도·인프라 등)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자율주행차로 인한 대중교통 대체 등 반등 효과로 인해 기대만큼의 배출 저감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 결국 AI는 배출량 감축을 위한 유용한 도구일 수 있지만, 강력한 정책적 대응 없이 자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에너지와 기술은 이제 함께 진화하고 있으며, 협력이 핵심이다
기술기업과 에너지 업계는 이제 어느 때보다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의 경로에는 커다란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것이 협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AI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AI를 통해 에너지 부문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조정해야 한다. IEA는 데이터와 객관적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 및 기술 부문 관계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며, AI 보급 속도가 가속화되는 미래에 대비하도록 지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