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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윔 Nov 18. 2023

10. 미래

서울에서 양양으로

40살이 될때까지 내 꿈은 20년 후에 은퇴 하는 것이었다.

그 속에는 더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인 안정이 동반되어있을 거라는 말 그대로 “꿈”이 있었다.

40살이 넘은 지금의 꿈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아주 명확해 진것은 힐러스가 처음 목표한 방향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게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도시의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것이 행정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수를 확보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주소지를 이전한 사람”의 수를 카운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도시의 사람들이 머물다 가도 괜찮아야 한다.

그들이 반복적으로 올 수 있는 공간과 문화가 있는 곳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을 대응하는 방법으로 지역으로의 이주가 거론되기 보다 5도2촌을 하는 사람들 처럼 몸은 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그게 관광일 필요도 없다. 지역에 흡수 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왔거나 안왔거나를 0과 1로 구분한다.


0과 1로 구분할수 없는 0.2, 0.5, 0.8같은 지분의 사람들에게 흡수될 수 없어 주변을 뱅뱅 돌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문화적 측면에서 양양은 아주 잘 성장한 곳이다. 


인맥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르다.

양양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보니 어디네집 아들, 어디네집 조카 같은 경우가 꽤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살지? 뭘로 벌어먹고 살지? 했던 사람들은 집안에 땅이 있고 부모님이 농사를 짓거나 한자리 하시는 분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결국 팔은 안으로 굽기에 우리처럼 아무 연고 없는 사람들은 “외지인”이 된다.

그리고 수많은 기회들에 후순위로 밀려간다.


양양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보내고  풍경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며 오후시간 조금 일을 보고 저녁을 먹는 행복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나는 “부럽다, 좋겠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하지만 안으로 굽어질 팔이 없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이 뛰어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금이 넉넉하면 된다. 그런데 그건 서울도 마찬가지다.

자금도 인맥도 없는 사람에겐 양양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물어물어 해야하는 수많은 일들이 인맥으로 꽤나 쉽게 해결되기도 하는 곳이다.


인프라 쪽에서 보면 도시처럼 바로 무언가를 얻거나 해결할 수 없기에 소비해야하는 시간이 두배는 걸린다. 군청을 들러 은행을 간다 하면 하루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도시의 프로젝트가 생기면 회의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고 중요한 일은 하루 전에 올라가서 잠을 자고 출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양양에서 살고 있는 걸까?


어차피 이렇게 치열하게 살거라면, “시골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아가며, 조금 모자란 척까지 해가며 말이다.


나는 나같은 사람들이 또 양양에 올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양양으로 이주하는것이 아니라도 양양에서 충전하고, 즐겁게 웃고, 떠들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 열심히 에너지를 뽐내고 다시 떨어진 에너지를 채우러 양양으로 오는…

도시민들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양양에서 충전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곳이 휴식 뿐만 아니라 발전도 있는 곳이라면,

꼭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발전적인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면…


내가 아주 힘들던 시절, 그렇게 마음두고 기댈 곳이 없어 한달에도 몇번씩 혼자 차를 끌고  44번 국도를 달려 마주했던 멀리 반짝이던 그 바다와 7번 국도, 그리고 그 국도위의 휴게소에서 쉬던 한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나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 고민이 무엇이든 어딘가에 도착해서 마음편히 쉬어가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곳의 에너지로 충전을 하는 사람.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아주 작은 꽃이라도 하나 심고 그게 위로가 된다면 응당 그렇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의 삶에 기록 중 누군가를 위해 살아본적이 없다면 이제는 챕터 하나쯤 누군가를 위한 기록으로 남겨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40이 넘은 소위 기성세대가 되어 가는 나에게 주어진 미래...


양양으로의 이주는 끝이 났지만 삶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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