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과 자유 사이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

by 김태라

술에 취하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 정신이 희미해질 때면, 희로애락의 어떤 본능보다도 강력한 귀소본능이 최우선이 되어 귀신처럼 정확히 집을 찾아 돌아가는 부류이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바로 그 부류다.


차에 살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 강력한 본능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나는 목적지에서 다음 목적지로 오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가야하는 목적지 근처에 주차한 채 보냈다. 대부분은 사무실이었다. 오늘도 주말에 묵었던 친척 집을 떠나 사무실이 있는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도로 위에 올랐다. 그러다 문득, 사실상 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왜 당연하게도 사무실로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 후 핸들을 돌려 근처에 있는 고요한 저수지로 향했다. 이 행위는 묘한 불안감을 주었다. 나에게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여가의 시간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목적지에서 다른 목적지를 가는게 아니라 가던 길에 잠깐 차를 세운 것이 이상했다.



차를 한쪽에 조용히 세워놓고 잠시 책을 펼쳐 들었다. 친구가 빌려준 <사생활의 천재들>이라는 책이었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카프카-


일상을 살아가는데에 천재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매일 밤 같은 공간으로 이끄는 에너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는 마음도 보았다. 어디로 향하는 에너지도 좋지만 지금 내가 가진 일상을 잘 살아가는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만큼은 내가 가진 자유와 시간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마음껏 누리며, 그 순간의 평온함을 온전히 만끽했다. 나쁘지 않았다.


차 안에서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 외에, 이렇듯 여가 시간을 오롯이 즐긴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나만의 공간, 이 차에 조금 더 깊숙이, 편안하게 적응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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