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필요한가?’라는 질문조차 사치일 때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

by 김태라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달걀. 요거트. 물티슈. 견과류.

내가 필요한 건 단순했지만 물건을 고르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달걀 30구 9,000원, 달걀 15구 7,000원, 달걀 10구 6,000원.(평균)

물티슈 30매 1,000원, 물티슈 100매 960원


차에는 여분의 물건을 놔둘 자리가 없다. 최대 일주일치, 그것도 아주 간편한 식재료만 겨우 낑겨 넣을 수 있다. 차에는 30구 계란을 보관할 냉장고도 물리적인 자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원래 10구를 사려고 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15구짜리로 타협했다.

집에서 살 때 나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뭐든 택배로 주문했었다. 온라인쇼핑몰은 1인 가구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필요없어도 묶음으로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이사를 나올 때도 묶음 채 샀다가 다 못 쓴 물건들이 허다했다. 그걸 차지하고서라도 애당초 나는 물건을 너무 좋아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어도 조금 더 예쁘면, 조금 더 편리하면 고민없이 사왔다.

그러다보니 차에서 살면서의 소비가 나는 참 어색하다. 전보다 정말 50배는 더 고민한다. 얼마 전에 깨달은 건데 ‘진짜 필요한가?’ 라는 질문도 사치다. ‘오늘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구매해야 한다. 물건이 하나가 늘수록 내 잠자리는 그만큼 불편해기 때문다.

지금도 물건들 하나씩 매일 버리고 있다. 절대 버릴 수 없어서 차 안에 낑겨 넣었던 물건들 중 일주일 넘게 손을 대지 않았던 것들을 계속 당근에 팔려나가고 있다.

요즘 수입이 없어서 돈이 정말 없는데 쓸 일 없던 물건이 현금이 되어 돌아오면 그게 그렇게 또 신난다. 몇 천원, 몇 만원 단위이지만 그걸로 오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산다. 솔직히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 먹을 때는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든다. 오늘은 초밥코너를 한참을 배회하다 왔다.

계산을 마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카트 가득 실어 돌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너무 부러웠다. 주방 수납장에 가득찬 음식을 종류 별로 하나씩 꺼내 까먹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며칠 전 다이소에서 아빠에게 ‘나 세 개 샀는데 하나 더 사도 돼?’라고 묻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15구를 산게 정말 현명한 소비였을까 생각했다.

가득 찬 사람들의 카트를 둘러 보며 저 많은 물건들과 시간을 바꿨다고 생각하니 가난이 또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부럽긴 했다.

차에 돌아와 계란을 삶았다. 내가 필요한 달걀은 사실 6구였다. 여섯 알이면 6일을 먹는다. 남은 달걀을 놔둘자리가 없어서 가방 네 개가 쌓여있는 조수석에 낑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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