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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라 Dec 30. 2023

청룡과 쌍룡: 중편소설 「용」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소설 부문 선정작

용이다!
용 중의 용이라는 백룡이었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실눈을 뜨고 용을 바라봤다. 숨 못 쉬게 두려웠고 숨 막히게 황홀했다. 이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동물이 있을까. 동물이란 말이 용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람도 동물이지만 용은 동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개화시킨 존재의 형상이었다. 왕 중 왕, 자기를 정복한 존재만이 뿜어낼 수 있는 광채와 아우라에 천지가 진동했다. 내 안에서 극한으로 치달은 두려움과 황홀감이 몸을 섞으며 절정의 외경심을 빚어냈다. 한 번만이라도 용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면.
―김태라, 「용」  


2023년 <문장웹진>에 발표된 중편소설 「용」은 두 개의 평행세계에서 펼쳐지는 존재와 현실에 대한 Spiritual Mystery SF이다. 본작은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브런치의 협업으로 본 사이트에도 전문이 올라와 있다. 기획 의도와 줄거리, 그리고 작가의 말은 이곳 브런치북에만 실려 있다.


동양에서 용은 왕의 상징이지만 서양에서 드래곤은 몬스터에 해당한다. 영물이자 괴물, 꿈의 실현인 동시에 현실 너머의 존재인 용은 오랫동안 나와 함께 살았다. “용 되다”라는 말이 있다. 목표한 바를 이뤘을 때, 하고많은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인 ‘용’이 소환된다는 점.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도 잉어가 용이 되는 관문을 뜻하는 ‘용문(龍門)’에서 나왔다.


나는 올해 장편소설 출간, 중편·단편·초단편소설 수상(당선), 그리고 웹소설 강의까지 시작하면서 소설 전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 2023년 ‘소설의 용문’을 통과한 것인데, 이를 상징하는 것이 본작 「용」의 출현이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며 ‘용의 세계’에서 탄생할 새로운 ‘용’들을 내다본다.


<용>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행성 지구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용 되기’ 게임!
남녀노소 누구나 용이 될 수 있습니다.
개천에서든 하천에서든 바다에서든 용은 납니다.
합격, 당선, 취업, 승진, 결혼, 출산, 재산, 명예, 지식, 예술, 구원, 해탈…….
‘용잡이’로 캐릭터화된 지구인들이 지상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은 ‘용’입니다.
당신은 어떤 용을 원하십니까?
그 용에 최적화된 캐릭터를 고르십시오.
그 캐릭터와 하나 되어 용을 잡으십시오.
용을 잡으면 캐릭터가 용으로 변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몸을 갖고 싶습니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까?
풍운을 일으키며 하늘과 땅을 넘나들고 싶습니까?
그럼 용이 되십시오.

―소설 「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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