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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라 Dec 31. 2023

먹지 않고 사는 자: 장편소설 『숲의 존재들』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있는가?
―김태라, 『숲의 존재들』


2023년 가을, 장편소설 『숲의 존재들』 출간과 함께 연쇄적인 겹경사가 있었다.

본서의 예약 판매일인 9월 20일에 스마트소설 「사람의 아들」 수상 소식을 들었다. 정식 판매일인 9월 27일엔 중편소설 「용」이 <문장웹진>에 발표됐다. 책에 찍힌 발행일인 10월 6일에는 또 다른 작품으로 콘텐츠 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다음 날 대상 수상작 시상식이 있었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이야기인 『숲의 존재들』 출간과 함께 나의 삶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작가-작품-현실은 연결돼 있다. 이 소설에는 ‘먹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해 <도마복음>의 한 구절을 살펴볼 수 있다.


“그대가 죽은 것을 먹던 시절에 그대는 죽은 것을 산 것으로 만들었다.”(도마 11)


인간에게 처음 주어진 세계에서 존재는 ‘죽은 것’을 먹는다. 죽은 것이란 ‘답습되고 대물림된 카르마’로 요약된다. 육체적 탄생 후 미성숙한 존재는 ‘죽은 것’을 받아먹는 대신, 존재 근원의 에너지를 내주어 그 죽은 것에 ‘생명’을 부여한다. 그러나 죽은 것은 산 것이 될 수 없다. 생명이 죽음을 지탱하는 시스템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일명 ‘죽음의 자궁’이다.


성장과 함께 낡은 시스템을 깨고 나오면 “죽은 것을 먹던 시절”이 끝난다. 그리고 ‘생명의 자궁’으로 들어간다. 존재를 부양하는 환경 속에서 본래면목을 양성하는 시기이다. ‘숲’으로 상징되는 이곳에서 존재는 (죽은 것을) ‘먹지 않고’ 살아가며 자족적인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곳 또한 벗어나야 한다. 생명의 자궁 역시 자궁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자궁과 생명의 자궁을 탈피해 스스로 태어난 자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존재가 된다. 그는 고유하고 독자적인 자기(Self)를 개화시킨 존재로서, 본래면목에서 유래한 자생적 의식으로 현실 세계를 창조한다. 이 개체화된 신성의 존재를 ‘왕’이라 한다. 


인간은 어떻게 노예의 탈을 벗고 왕으로 살 것인가?

김태라 장편소설 『숲의 존재들』 표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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