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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Nov 06. 2022

골목

골목에는 좁은 길이 이어졌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골목길은, 작은 비탈이 져 있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이 머물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한가로운 길이었다.

어느 밤-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축제에 들떠있었다. 골목을 지나는 이들의 모습이 즐겁고 흥겨운 웃음이 넘쳐났다. 마스크로 가렸던 얼굴을 드러내고, 숨겨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로가 눈을 마주치며 웃고 인사를 건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골목길이 흥겨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골목에 사람들이  머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나의 물결이 되어, 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간신히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나간 자리에 들어찼다흥겨웠던 이들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앞으로 더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역류하기 시작했다. 사방에 막혀 모두가 골목길에 갇혀버렸다. 사람들이 도와달라 전화로 구조요청을 하며, 도와달라 소리쳤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는 일반 시민들의 정의로운 행동과 마음들이 모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많은 이들이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들은 누군가의 자녀였고, 부모였으며, 선생님이자 학생이었고, 친구였다. 그들은 과거만 남긴 채, 모든 미래가 사라져 버렸다. 그들을 돕던 시민들의 눈물과 땀이 떠나가는 생명에게, 마지막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골목은 그 밤에 일어난 일들의 모든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봤다. 흥겹게 시작된 축제로 향한 길은, 슬픔으로 뒤덮였고, 길과 길로 이어진 좁은 길은 노란 띠로 막혔다. 사람들의 구조요청의 응답을 무시한 이들은, 오직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증거들을 찾으러 다녔다. 골목길은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수거되고 청소되어, 예전의 모습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골목을 바라보며 울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열망과 후회로, 그날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슬픔을 소매로 훔쳐낸다. 골목은 그날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할 수 없었지만, 그 일을 기억해야 하는 슬픔을 끌어안으며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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