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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Nov 22. 2022

불안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나이에 따라 다른 이름의 감정을 만났다. 어릴 적에는 긴장, 청년 시절에는 걱정, 중년이 가까워지면서 불안이 강하게 덮쳤다.

불안은 짙은 농도의 가스처럼 내 호흡기로 들어와, 내 온몸 구석구석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숨을 조절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과호흡으로 눈앞이 아득해지기도 했다. 불안의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뒤에 복합적이고 깊은 우울이 찾아왔다.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표정의 기능이 고장 나서, 얼굴에 늘 웃음을 띠고 있었다. 남편만 빼고는 나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불안이 찾아오기 전에 늘 전조증상이 있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리며, 손발이 얼음조각을 쥔 듯 차갑고 무감각해졌다.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점점 심각해졌다. 대인관계가 끊어지고, 말수도 줄어들었다. 그 모든 순간을 어떻게 넘어왔는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식당을 다니며 대중교통도 혼자 탈 수 있다.

내가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태도였다. 남편은 나의 감정 변화를 빨리 캐치해서,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장소를 옮겨가게 했다. 그리고 ‘다정, 온화, 안심’ 같은 편안한 감정의 언어를 사용해서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주었다. 마지막에는 늘 재밌는 이야기로 웃음을 줬다.

지금의 나는, 불안의 감정이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감정은 변화한다. 한 감정의 덫에 걸려 갇히지 않기 위해서, 매일 걷는 생활과 웃음을 가까이하며 지내고 있다. @김스스로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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