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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Nov 21. 2022

아이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난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이의 마음을 수집하러 다닌다. 난 아이와 금방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두 손을 흔들어 인사만 하면 된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도 나에게 똑같이 인사를 한다. 마스크에 숨겨진, 아이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다. 인사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아이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입은 옷을 보면, 그 아이의 성격과 특성이 드러난다. 요즘 어린이는 부모가 입혀주는 대로 옷을 입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도, 엄마의 선택을 강하게 거부하며, 옷에 자신만의 취향을 덧입힌다


난 아이들의 말을 들으러 놀이터에 간다. 친구들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가는지 유심히 듣는다. 친구 사이에 말 잘하는 아이와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가, 친구가 되는 줄 알았다. 오늘 만난 아이들은 달랐다. 서로 자기의 말을 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말이 섞이고 포개져, 마지막에 싸움이 날 것 같지만, 결국 서로는 얼굴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나도 몰래 실실 웃는다.


어떤 아이는 말을 유난히 거칠게 한다. 그런 아이일수록 속이 여린 경우가 많다. 내가 조용히 손짓하면, 금방 겁을 집어 먹는다. 나는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나이를 묻는다. 아이는 잔뜩 긴장하며 나이를 말해준다. 나는 아이에게 어디 초등학교 다니겠구나 하면서 말을 몇 마디 더 건넨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말을 정돈하여 말하기 시작한다. 가끔 길거리에서 그 아이를 만나면 꾸벅 허리를 숙여서 나에게 인사를 건네준다.


내 기억에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저장되어 있다. 그중에 그리운 한 아이가 있다. 중도 장애가 있어서 매일같이 아기 침대에 누워 살아가는 8살 여자아이였다. 몸이 뒤틀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이의 몸을 잘못 건드려 어디라도 아플까 봐, 아이에게 손길을 내밀 때도 늘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사람들을 참 좋아해서, 늘 웃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봉사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아이는 힘껏 웃는 두 눈에 눈물방울을 보였다. 그 눈물 맺힌 커다란 두 눈이 얼마나 곱고 예쁜지,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다.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을 일깨워주러 온 천사의 별명을 가진 아이가, 내 인생의 꿈을 바꾸어주었다. 내가 쓴 이야기 속에서 그 아이가 신나게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상상을 하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영원히 잠든 그 아이의 미소가 그리워서일까, 난 가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난다. @ 김스스로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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