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프로젝트 1탄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아빠가 계신 요양원에는 이백 여명이 넘는 노인이 계시다. 모두가 사연이 있겠지만, 그중에 우리 아빠는 가장 까다롭고 위태로운 노인일 것이다. 키가 180이 넘은 체구에 잘 삐지고, 고집이 세다. 게다가 기억을 잃는 병을 얻어 밤이 되면 자꾸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마구 읊어댄다.
아빠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하늘에서 커다란 지구만 한 행성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지구상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 고통의 무게에 짓눌렸다. 나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아빠는 가족과 함께 살기를 거부했다. 오래전에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하고 자존심만 내세우며, 누구에게도 절대 의지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아빠가 병이 악화되었고, 엄마는 아빠를 병원에서 간병하며 세월을 흘려보냈다. 난 가족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매일같이 눈물만 흘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엄마는 점점 지쳐갔고, 아빠는 조금 호전되었지만, 끝내 집이 아닌 요양원으로 아빠의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아빠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먼 거리에 사는 나는 아빠에게 편지로 그리운 마음을 전하였다. 어릴 때는 나는 부모가 없이 태어났으면 하던 시절이 있다. 아빠와 엄마의 싸움에서 벗어나고만 싶었고, 가족에게서 떠나고 싶었다. 정말 철없는 시절이다.
아빠가 오늘따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다. 아빠가 좋아하던 책과 그림, 음악을 찾아보고, 젊고 건강하고 멋지고 아름다웠던 아빠의 젊은 시절이 찍힌 사진을 보고 있다. 아빠를 향한 그리운 마음은 눈물같이 흐른다. 아빠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말로 전할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글로 남길 수 있을지 깊이 고민되는 밤이다. @김스스로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