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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Sep 17. 2022

9월에는 내 생일이 있다

스스로 프로젝트_게으름 불태우기 01

9월의 또 다른 이름, 가을이 왔다.

9월과 가을이 만나면, 누구는 쓸쓸하다고 말한다. 9월에는 내 생일이 있다. 쓸쓸한 생일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나는 생일을 기대하지 않았다. 가족이 가끔 까먹는 내 생일은, 조용히 지나갔다. 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축하받을 마음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다. 만약 누군가,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면 어김없이 어색한 눈물이 났다. 기대하지 않은 마음이 무너져 당황하는 눈물이었다.

기대하지 않는 습관은 어릴 적부터 자라났다. 기대하지 않은 마음은 억압하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내 뜻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방법을 몰랐다. 타인에게 억압받는 것이 익숙했고,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난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쁨보다 슬픔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생일이 다가오면 더 특별하지 않으려 기대하지 않았다.

내 삶은 결혼을 통해 구원받을 줄 알았다. 잠깐의 행복과 함께, 태아를 뱃속에서 두 번이나 잃었다. 그 기억은 내 몸에 남아있다. 난 무기력해졌다. 아이를 기대하던 마음은 나를 잃게 했다. 일도 친구도, 평범한 삶도! 그렇게 난 아이도 기대하지 않아야 했다. 아이가 다시 와주었을 때, 난 기대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워 지냈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초기부터 유산기가 심했다. 임신을 이어가기 위해 수술을 하고, 살얼음판에 올라탄 심정으로 매일을 살아냈다.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글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면 달력에 하트를 그렸다. 하트가 하나씩 채워가는 동안, 난 숨죽여 기대하지 않았다. 달력에 출산예정일까지 올 하트가 채워졌다. 그래도 아이는 세상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7개의 하트가 더 그려져도 아이는 나에게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억지로 두 번째 수술을 하여,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 아이는 건강했다. 나는 건강하지 않았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는데도, 나의 기대하지 않는 습관이 날 아프게 했다.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난 잘 수가 없었다. 조그만 심장이 계속 뛰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난 쉴 수 없었다. 난 그렇게 6년 동안 아이와 함께 자라났다.

내 생일보다 앞선, 8월에는 아이의 생일이 있다.

8월의 또 다른 이름은, 여름이다.

8월과 여름이 만나면 더욱 덥다. 더운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지금 유치원생이다. 사회성이 좋아 엄마와 달리 인기도 많다. 아이는 생일을 기대한다. 일 년 전부터 기대하는 아이는 매일 나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내 생일이야?"  

아이가 기대하는 생일을, 난 한 달 동안 여러 번 준비했다. 그때마다 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아이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생일이, 평생 아이의 마음에 남기를 기대하며, 아이의 생일을 준비했다.

올해 8월의 생일은 친구들과 보냈고, 가족과 여행을 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아이는 벌써 내년에 돌아올 생일을 기대한다.  

아이의 생일이 지나고, 내 생일이 있는 9월이 왔다. 나는 내 생일을 스스로 준비해보기로 했다. 아이에게서 세상을 마음껏 기뻐하는 마음을 배웠다. 나는 기대하지 않는 습관을, 그만두려고 한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도 쓰기 시작했다. 쓸쓸한 마음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 매일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9월에는 내 생일이 있다. 기대하는 내 생일이 다가온다!

내가 만든 9월_아이가 따라 만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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