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스로 Oct 01. 2022

아장아장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나의 아이는 아장아장 세상을 많이 경험하며 다녔다. 세상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아빠를 둔 아이의 복이다. 나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자면, 오랜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다. 장군들의 전쟁 기록이 남아있는 현장들과 돌로 둘러쌓은 산성, 누군가의 돌무덤 등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을 좋아했다.


  오랜 역사의 기록을 기억하는 일을 좋아하는 아이는, 길을 지나가다 떨어져 있는 물 뚜껑, 깨진 조각, 버려진 종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나는 아이를 채근했다. 그런 거 줍고 하면 병에 걸린다고 버리라고 했다. 아이는 그것들을 절대 버리지 않고, 몰래 주머니에 넣어놓고, 나중에 꺼내본다. 아이는 자기가 찾은 보물들에게 이야기를 부여했다.


  내 어릴 적에 추억을 떠올랐다. 박카스 박스를 들고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찾아서 넣고, 그것들로 엄마놀이, 인형놀이, 만들기를 했었다. 그 줍는 행위가 얼마나 좋았었는지 예쁜 돌만 찾아도 그것을 친구한테 선물해주었었다. 어린 나를 추억하며, 아이와 함께 땅에 떨어진 보물 찾기를 시작했다. 특히 살아있는 곤충을 만나는 만나는 일은 가슴 뛰는 일이 되었다. 그 곤충 뒤를 졸졸 쫓아가기만 해도 즐겁고, 그 작은 생명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의 영상은 내 보물 1호가 되었다.

  아이가 길을 찾고, 보물을 발굴해내는 놀이가 아이와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세상을 돌며 만나는 진귀한 보물도, 길에서 찾은 버려진 작은 물건들의 이야기가 다르지 않는다. 모두 소중한 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역사적 순간이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에 위대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김스스로 (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15)

작가의 이전글 애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