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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Sep 30. 2022

애도

스스로 프로젝트 1탄

  1923년 6월 개성에서 태어난 우리 할머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린 자녀들 배 굶주리지 않게 모진 마음으로 그 세월을 버티시며 살아왔다. 좋은 날도 있으셨겠지, 눈물 흘린 날도 많으셨겠지. 그 세월의 파도를 타고 이북에서 이남까지 흘러오셔서 고생 참 많으셨다. 그런 할머니에게 난 마지막까지 좋은 손녀가 되지 못한 마음에 아쉬움만 남는다. 할머니는 그 오랜 세월 한번 제대로 아프지도 못하다가, 한 두 달 실컷 아프시고, 2022년 9월 오늘을 마지막으로, 100년의 삶에 작별을 고하셨다.         


  할머니께 가지 못했고,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돌아가신 시각, 오늘 새벽에 아이가 급성 후두염으로 호흡을 하지 못해 급히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갔다. 아이는 곧 안정되었고, 난 엄마를 통해 할머니 부고 소식을 들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할머니가 내 아이를 살려주고 가셨나. 삶과 죽음 앞에 떠오르는 복잡한 마음 때문에 마음껏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가 100년의 삶을 사는 동안, 나와 단 하루를 단둘이 정다운 시간 한번 보내본 적이 없다. 엄마와 아빠로 인해 오랫동안 속 썩은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난 당당하게 할머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내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나를 두 팔 벌려 한 번 안아주지 않으셨다. 나 또한 할머니를 꽉 안아드린 적이 없었다. 후회만 남는 내 마음을 할머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지금 내 마음을 할머니께 모두 들키고 만 것 같다. 할머니께 내 마지막 바람을 담아 전하고 싶다.


할머니, 좋은 곳에서 할아버지와 재회하셔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많이 하시고, 아프시지 마세요. 우리 아이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이한테 할머니를 기억하도록 할머니의 이야기 많이 들려줄 거예요. 아이가 건강하게   있게 옆에서  지켜주세요. 당신은 나의 부모이자 은인이에요.  이름을 불러주셨던  음성 기억하며, 할머니처럼 용감하게 살아갈게요. 할머니,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해요.”


@김스스로 (안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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