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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Oct 05. 2022

비눗방울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맑고 가벼운 방울은 하늘 위로 오르며 이리저리 춤을 춘다. 깨끗한 방울 안에는 공기가 있다. 공기를 안고 위로 올라가는 비눗방울은 점점 땅에서 멀어지다가 어느 순간에  터진다. 공기를 안고 춤을 추는 비눗방울을 쫓다 보면, 내가 있는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 건물, 동물,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따뜻한 시선이 비눗방울을 향해 닿아있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작고 맑은 동그라미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지역에 청년이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대낮에 아파트 고층에서 저층으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은, 청소년들 눈앞에서 벌어졌다. 아이들은 그 순간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하며, 표정 변화 없이 지나갔다. 사회가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뉴스에서 다양한 죽음을 자세하게 듣게 되고, 게임, 영화 같은 가상세계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을 상상하며 보게 된다. 호기심마저도 사라진 듯 모두가 한 청년의 죽음을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결정자가 아니기에 무력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비눗방울처럼 가벼운 마음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무겁게 고민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비눗방울과 같이 톡 터트리며 가볍게 여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심각한 적도 있었고, 단지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적도 있다. 난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마음과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삶을 짓누르는 고통은, 언젠가는 지나간다. 스스로 일어서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세월이 흘러가며, 그 고통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진다. 비눗방울보다 더 가벼워진 마음이 톡 하고 터지는 때가 오면, 모든 걸 웃어넘기게 된다. 내가 해결할 수 없고 감당하기 어려운 큰 고통이 나에게 왔다면,  잠시 가볍고 맑은 비눗방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공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비눗방울이 되어 마음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를 소망한다. 한 인생의 죽음으로 난 잠시 주저앉아 아파했지만, 나 또한 내 삶으로 터벅터벅 걸어와 다시 내 가족과 나를 위해 안정을 해야 했다. 그 순간의 무거운 고통을 비눗방울이 되어, 슬픔의 공기를 담아 하늘 위로 떠나보낸다. @김스스로 (안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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