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스로 Oct 07. 2022

아이와 바람

스스로 프로젝트 1탄

아이는 바람이다. 바람은 가볍다. 팔랑이는 바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팔다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아이와 바람은 언제나 앞서간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앞장서있다. 뒤따라오는 모든 것을 지휘하고 소용돌이치며 전진한다. 두려움이 없다. 리듬에 맞추어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 앞에, 어느새 커다란 벽이 앞을 가로막고 선다. 바람은 주저하지 않는다. 유연하게 몸의 방향을 바꾸어 무엇이든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바람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모른다. 아이의 마음도 바람처럼 시작과 끝을 모른다.


아이의 기분은 바람처럼 쉽게 바뀐다. 아이가 눈물을 보이며 우는 순간, 금방 웃음도 따라온다. 아이의 눈물과 웃음이 만나면, 아름다운 바보가 된다. 눈물 때문에 반짝이는 눈망울, 맑은 콧물이 흐르는 콧구멍, 배시시 웃는 입은, 사랑의 결정체다. 바람은 아이에게 머문다. 아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달린다. 머리카락과 옷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온몸을 살아있게 한다. 아이는 바람을 기억한다. 자기 몸을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아이는 바람의 방향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팔을 뻗을 뿐이다. 아이는 얼굴을 내밀고 바람과 마주한다. 바람은 아이가 신나게 놀다 흘린 땀을 닦아준다. 바람은 아이의 놀이가 궁금하다. 아이와 놀기를 원한다. 심심해진 바람은 멀리 달려간다. 지구 한 바퀴를 금방 돌아 아이에게 다시 온다. 아이는 바람을 향해 두 팔을 뻗는다. 아이는 금세 성장한다. 아이는 커진 키만큼 두 팔을 넓게 벌린다. 아이가 바람을 안을 만큼 키 큰 성년이 되면, 더는 놀이하지 않는다. 바람을 등지고 살기 시작한다. 바람과 맞설 옷을 챙겨 입고, 목적 있는 발걸음을 옮기며 바람을 피해 산다. 바람은 섭섭하다. 지구를 돌고 돌아 다시 아이에게 돌아오는 바람은, 언제나 자신을 두 팔 벌려 기다려주는 아이를 그리워한다.


나의 아이는 바람이다. 난 항상 아이를 향해 두 팔 벌려 그를 맞이한다. 아이는 바람처럼 날아와 나에게 안긴다. 난 바람과 아이를 동시에 안는다. 그 순간, 나의 하루와 내 인생이 깨끗해진다. 난 그 순간을 사랑하고 있다. 매일 그 기분을, 마음에 저장하기 위해, 아이가 나에게 달려오도록 두 팔을 벌린다. 나에게 마음껏 뛰어와 안겨도 괜찮은, 뒤로 쓰러지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난 호흡을 가다듬고 그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아이는 때때로 소용돌이 바람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화나는 마음이 만든 바람이다. 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난 소리 내지 않기로 한다.


 바람을 닮은 아이에게 사랑에 빠졌다. 아이는 바람을 타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람은 잡을  없다. 잡으면  된다.  아이를  넓은 세상으로 가도록 놓아줄 거다. 그러기 위해, 나의 아이를 매일 안아주고, 나를 위해,  마음을 저장해둔다. 아이가 바람이라 다행이다. 나에게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바람이라 감사하다.  바람처럼 멀리 가는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볼 거다. 그가 흘러간 방향을 향해  기도할 것이다. 그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잠시 머무는 바람처럼, 아이는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를, 나의 품에  안아본다.@김스스로 (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21)

작가의 이전글 매일 쓰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