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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Oct 13. 2022

채집 놀이

스스로 프로젝트 1탄

오늘의 청명한 가을 하늘이 좋다. 가을은 아이와 채집 놀이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처음은 집 주변을 살피며 땅에 사는 작은 곤충들을 만난다. 본격적인 채집활동은, 숲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오늘의 숲의 생태를 살핀다. 가장 중요한 엄마의 역할은, 화장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다. 아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곳으로, 반경을 잡고 움직여야 한다. 화장실과 멀어지는 순간, 아이가 신호가 왔을 때, 험한 곳을 아이를 업고 달리는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


숲을 들어서며, 아이가 먼저 앞장서서, 환경을 관찰하게 한다. 나는 아이의 등 뒤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저 멀리와 아이의 발 가까이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소머즈를 능가하는 멀티 시야를 가지고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가을이면 뱀들이 출몰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뱀들은 사람 소리에 도망가지 않는다. 독을 가진 뱀들은 절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뱀들이 많다. 위험을 감지하면, 잠자리 망을 휘두르며, 바로 달려들어야 한다. 난 아이를 지키는 용사가 된다.


채집을 할 때, 아이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것이 있다. 작은 생명의 삶이다. 작다고 하찮은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는 곤충잡기를, 즐거움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 작은 생명에게도 가족이 있고, 집이 있기 때문이다. 곤충을 채집했다면, 관찰 후에는, 잡았던 자리에 놓아주어야 한다. 아이는 약속을 어기고, 집으로 곤충을 가지고 가서 키우려고 한다. 아이가 작은 친구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숲에 사는 곤충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사육되기 위해 길러진 곤충을 사서 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곤충의 집은 숲이다. 우리는 곤충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곤충의 집에서 조용히 놀다가, 흔적을 남기지 말고, 조용히 나와야 한다.    


아이가 곤충을 한 마리도 제대로 만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숲에 떨어진 돌이나 잎사귀를 줍도록 한다. 그것들은 미술도구가 된다. 편지를 쓸 수 있는 종이가 되고, 예쁜 돌을 모아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다. 아이는 매일 새로운 놀이를 하기 원한다. 채집 놀이야 말로,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다. 매일이 새롭고 다양한 생명을 만나고,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도 느끼게 된다. 난 아이와 숲을 갈 때면, 숨을 크게 몰아쉰다. 긴장한 어깨를 풀고, 아이와 채집활동을 시작한다.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의 기대심을 힘입어, 숲으로 들어간다. 아이와의 추억을 채집하러, 난 가을 숲으로 간다. @김스스로 (안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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