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TAE Apr 01. 2021

월간 윤종신과 꾸준한 콘텐츠의 힘

미유의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로 듣는 꾸준한 글쓰기의 의미

글쓰기를 하다 보면 막힐 때가 있다고 한다. Writer’s Block이라고도 하고, 혹은 글럼프(글+슬럼프)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여러 소재와 이슈, 혹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써 왔는데, 최근 글럼프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기가 어렵고, 집중하거나 적절히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 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새벽 글쓰기를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의 의욕이 충만하던 브런치 초기 시절, 매주 3-4일은 새벽에 일어나서 잠을 깨며 글을 썼다. 새벽에 글을 쓰지 않으면 야근이 많은 저녁은 글쓰기를 장담할 수 없기도 했고, 글쓰기의 설렘이 좋아서이기도 했다. 새벽에 녹차 한잔과 함께 타닥타닥 글을 쓰고 있노라면 어느새 밝아오는 아침이 기분 좋았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들로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채워두는 느낌도 든든했다. 지금은 게을러져서 그런지, 혹은 여러 일들로 맘이 볶여서 그런지 새벽에 잘 일어나지 못했고, 그에 비례해서 글의 잔고도 줄어들었다.


역설적이지만 Writer’s Block을 이겨내려면 꾸준한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막힐수록 계속 자리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는 습관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운동선수들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평소의 루틴을 꾸준히 다시 하면서 이를 극복한다고 하는데, 꾸준함과 끈기가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인가보다.


어떤 분야든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참 존경스러운 일이다. 성실함과 의지, 끈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굳은 마음이 필요하고, 삶의 루틴을 그에 맞춰서 운영하는 것도 수반되어야 한다. 고교 친구 중에 최근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친구가 있다. 페북에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 200일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달리더라. 눈팅만 하고 있지만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서도 매일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글의 내용과 분량, 혹은 관심도와 별개로 그 노력만큼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음악계에서 꾸준함의 대표적인 인물은 윤종신 일 것이다. ‘월간 윤종신’이라는 타이틀로 매월 앨범을 낸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2010년 3월이니 벌써 11년 전이다. 음악 제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나는 그저 쉽지 않을 텐데..라고만 생각했지 그 의미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벌써 11년째 월간 윤종신을 발행했으니 매월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을 확장해가며 계속해서 이 작업을 지속해온 것이다. 혼자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글쓰기와는 달리, 매월 음반을 발행하는 것은 음악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과 엮여 있어서 정말 어려운 일임을 이제는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나온 월간 윤종신 ’21.02월호의 곡이 타케우치 미유의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였다. 미유 짱의 목소리도 반가웠고, 그녀의 목소리 톤과 잘 맞는 시티팝 스타일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 뮤직비디오도 곡과 잘 어울리는 레트로 스타일이어서 여러 번 봤다. TMI이지만, 베이스 기타 연주가 정말 멋지다. 찰진 중저음 톤과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화려한 애드리브가 듣기 좋다. 나중에 꼭 카피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라인이 많이 나온다.


https://youtu.be/QNCLvnzn0Wc


타케우치 미유는 예전 프로듀서 48에 일본인 참가자로 출연했었다. 프듀 48 이후 한국에서 가수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고 미스틱 엔터에 찾아왔고, 미스틱 최초의 외국인 연습생이 되었다. 국내에서 음원 발매는 <내 타입> 이후 두 번째 발매하는 노래이다. 그녀의 유튜브 계정에는 꾸준히 좋은 노래를 커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상으로 커버곡에 대한 연출을 하는 것도 나름의 생각과 고민을 담는 듯하다. 인상 깊은 것은, 직접 미디로 Instruments BGM도 만들고 영상 촬영/편집 및 녹음/믹싱/마스터링도 직접 한다는 점이다. 직접 미디로 BGM을 만들어가며 커버하는 것은 이미 있는 BGM에 노래만을 담는 것과 달리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영상과 사운드 엔지니어링까지 작업하는 것은 분명 음악적 역량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단지 보컬로서만이 아니라 작곡이나 프로듀싱도 염두에 두는 노력인 것 같아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월간 윤종신에는 오리지널 신곡도 있지만, 예전 곡을 편곡하여 발표하는 Repair 버전도 있는 것 같다.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는 이미 2014년 월간 윤종신 6월호에서 중국계 가수 Kelly가 부른 차분하고 슬픈 느낌의 발라드였다. 이번에 미유와 작업하면서 미유의 스타일에 잘 맞게 시티팝으로 편곡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미유의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가 나오고 나서 이전 버전에 대한 호기심에 예전 Kelly의 곡도 찾아 듣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두 버전을 비교하며 듣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를테면 베토벤이 만일 평생 동안 9번 심포니 하나밖에 작곡하지 않았다면 베토벤이 어떤 작곡가였는지, 그 상이 잘 떠오르지 않겠지요. 이 거대한 곡이 어떤 작품적인 의미가 있고 어느 정도의 오리지낼리티를 가졌는지도 그 단체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심포니만 해도 1번에서 9번까지의 ‘실제 사례’가 일단 연대기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비로소 9번 심포니라는 음악이 가진 위대성을, 그 압도적인 오리지낼리티를, 우리는 입체적이고 계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꾸준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분명 힘이 있다. 월간 윤종신의 기획 의도를 보면, 꾸준함을 키워드로, 창작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언급이 나온다. 다른 기사의 인터뷰에서는 차트 성적만으로 성패가 갈리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매달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짧은 시간 투자하면 곡을 만들 수 있으니 몇 년씩 기다리지 말고 매달 음원을 내보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윤종신의 음악 성향을 좋아하는 리스너가 있다는 확신도 그런 선택의 배경이었다. 그렇게 곡을 꾸준히 발행하다가 히트한 곡이 <좋니>였다. 대중이 어떤 곡을 사랑할지, 혹은 언제 히트할지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콘텐츠를 꾸준히 쌓다 보면 그중에 성공하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는 작품 외에도 이전 작품들을 꾸준히 찾아 듣는 리스너들이 있다고 한다. 결국 좋은 작품은 다작에서 나온다는 것은 진리이다.


월간 윤종신을 들으며 글쓰기에 조금 게을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내일부터 다시 새벽에 일어나서 글쓰기 루틴을 바로 잡아보고 싶다. 적어도 발행 글이 100편은 되어야 좀 게을러져도 괜찮지 않을까나. 이제 꼭 절반을 지났으니 다시 절반을 향해 달려보고 싶다. 100편이 넘으면 그 이후엔? 그쯤이면 Writer’s Block은 이미 극복하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Reference

1. 월간 윤종신 웹사이트

https://yoonjongshin.com/about


2. 월간 윤종신 관련 추천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ihearyou/313


3. 나무위키 - 타케우치 미유

https://namu.wiki/w/%ED%83%80%EC%BC%80%EC%9A%B0%EC%B9%98%20%EB%AF%B8%EC%9C%A0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에 관한 책 리뷰-1] 책 한번 써 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