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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Nov 16. 2020

나만의 베이스기타가 생기다.

오래오래 음악하기 위한 동반자를 만나다.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됐지만, 내 베이스기타가 생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베이스는 교회에서만 연주를 했었고, 통상은 교회에 비치된 악기를 사용했다. 연주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여서 내 베이스기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드럼을 더 오래 연주했다. 더 좋아하기도 했다. 남자라면 멋지게 드럼을 연주하는 로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드럼은 인생의 부전공 같은 것이었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때는 전공과 거의 유사한 비중으로 드럼을 연주했다. 교회의 예배와 각종 행사에 참여했고, 연습에 비례해서 실력도 붙는 것 같았다. 대학생활 내내 교회에 살다시피 하며 드럼을 쳤고, 힘든 줄 모르고 연주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업의 특성상 지역을 많이 옮겨 다녔다. 전국을 다니며 일을 했고, 가는 지역마다 교회에 깊이 발 붙일 수가 없어서 자연스레 악기와는 멀어지는 듯했다. 학생 때처럼 드럼을 계속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지금 사는 대전에 정착하면서 교회에 정착했고, 교회와 나의 필요와 일치하여 드럼을 다시 연주하게 되었다.


확실히 나이가 드니 예전만큼 드럼이 편하지 않았다. 드럼은 참 육체적인 악기이다. 모든 악기 연주는 신체 에너지를 소리로 바꾸는 프로세스이지만 드럼은 문자 그대로 온몸을 다 쓴다. 저녁에 드럼을 치고 나면 다음날은 어깨가 아프더라. 집중을 요하는 곡을 연주하고 나면 다음날은 몸살난 것 마냥 피로가 쌓인다. 자세의 문제도 있겠고 체력과 운동부족도 있겠지만, 나이와 신체 능력의 영향도 분명 있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기량이 뛰어난 드러머들도 나이가 들면 과거의 역량이 발휘되기 어려운 것을 보게 된다. 피아니스트나 기타리스트는 나이가 들수록 음악의 깊이와 원숙미가 생긴다고 하지만 드러머는 좀 다른 것이, 나이가 들 수록 예전처럼 빠르고 정교한 연주를 하기 어렵다. 아픈 어깨와 함께 생각했다. 드럼 연주의 실력은 빠른 속도와 정교한 비트에서 나오는데, 나이가 들면 속도가 저하되고, 속도의 저하는 실력의 퇴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해서 계속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 드럼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안이 베이스였다.


베이스는 초기 진입문턱이 낮은 악기로 인식이 된다. 기타와 비교해봐도 한 음씩만 짚으니 기술적으로도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고, 상대적으로 쉬운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해보면 깊이가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베이스는 밴드에서 리듬과 화성을 담당하는 악기이다. 드럼의 킥과 싱크를 이뤄서 리듬의 기초를 만들고, 동시에 코드의 근음을 중심으로 연주해서 곡의 화성 진행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깊이가 있고 음악의 본질에 가까이 있는 악기이다.


베이스는 드럼과 한 세트이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가 배터리를 이루듯이, 밴드에서는 베이스와 드럼이 페어를 이룬다. 드럼을 잘 알고 있으면 베이스 연주에 도움이 많이 된다. 베이스는 온몸을 사용하는 건 아니라 양 손만 사용하는 것이라 체력적인 부담도 적다. 나이가 들 수록 깊이가 깊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코드의 근본(Root)을 연주하는 것이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음악에 대한 경험과 깊이가 더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오래오래 음악을 하려면 이제는 드럼이 아니라 베이스로 중심을 옮겨야겠다고 맘을 먹었고 그래서 베이스기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이참에 베이스를 사보자 하고 아내의 재가를 받아 결국 구입했다.


내 베이스는 SIRE MARCUS MILLER V7 Vintage 5ST(ASH)-2nd Generation이다. 해석하면 사이어 베이스 V7 빈티지 모델 2세대, 현은 5줄, 애쉬 색상이다. 가성비가 훌륭한 모델이라고들 하더라. 교회에서 연주하면서 들어본 소리도 훌륭했다.


가까이에 베이스기타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손 닿는 곳에 베이스가 있으니 계속 음악을 생각하게 된다. 틈틈이 연습도 하고, 코드를 가지고 놀다 보면 음악을 만들고 싶어 진다. 이번 프로젝트도 베이스를 가지고 이래저래 놀다가 만든 코드 진행과 테마로부터 시작했다.


오래오래 음악 하고 싶다.

그리고 이 베이스기타로 오래도록 음악을 만들고 싶다.


SIRE MARCUS MILLER V7 VINTAGE 5-ST (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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