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TAE Nov 25. 2020

콘덴서 마이크의 추억

Connecting the Dots, 과거와 현재의 연결

나에게는 오래된 콘덴서 마이크가 있다. MXL 990.

14년이 지나 그간 묵혀둔 이 마이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할 즈음이었던 것 같다. 교회에서 엔지니어를 보시던 형님이 결혼 선물이라며 뭔가를 주셨다. 처음 받고 나서는 웬 마이크? 어디다 쓰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간 마이크는 주로 드럼 베이스 용으로 다이나믹 마이크(SM57, SM58)만 써봤다. 콘덴서 마이크는 이론으로만 알았지 처음 봤다. 마이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성능이나 감도를 얘기할 수준도 아니지만, 진동 흡수를 방지하기 위한 마운트에 고정되어있는 이 마이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가 생겨서 좋긴 하지만  주로 연주를 했고 노래는 잘 안 했던 터라 보컬 녹음용 마이크를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이크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봤었다. 그리고 책장 구석에 잘 보관해두었다.


그렇게 14년이 지났다.

코로나 덕분에 음악을 시작하면서 오래 묵혀둔 마이크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책상에 연결하는 마이크 스탠드를 사서 마이크를 설치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있어서 언제든 마이크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시험 삼아 데모로 만든 음악에 목소리를 입혀봤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역시 노래에는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새로 음악을 시작하면서 마이크가 있는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았다. 마이크를 새로 사야 했으면 처음부터 눈높이가 높았을 것이고, 재정적인 부담에 시작을 주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됐지만) 마이크도 있고, (구형이지만) 맥북도 있으니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이크를 선물해주신 형님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아시고 주셨을까.


Steve Jobs가 생전 스탠포드에서 했던 졸업연설 내용 중 ‘Connecting the dots’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에서 돌아보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몇몇 사건들이 연결된다며, 계속해서 삶의 점들을 연결해나가라는 격려를 했었다. 과거 오랜시간 함께 했던 형님에게 선물 받은 오래된 마이크가 지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는 격려가 될 줄이야. 이런 것이 삶의 점들을 연결하는 것인 듯하다.


용남이 형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음악하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콘덴서 마이크 MXL 990


이전 04화 가상악기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