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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Nov 14. 2020

가상악기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

가상악기를 쓸 수 있는 지금이 음악하기 가장 좋은 시대이다

대학 시절 한참 음악에 관심이 많았을 때,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진짜 악기로 녹음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진짜 드럼, 베이스기타, 신디사이저, 어쿠스틱 기타로 녹음하는 것 말이다. 내장 프로그램을 미디처럼 쓸 수 있는 신디사이저가 있긴 했지만 사용 방법이 너무 어려웠고, 미디로 찍는 드럼의 퀄리티는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니었다. 당시에도 제법 좋은 퀄리티를 보이는 신디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음악을 만들려면 진짜 악기를 녹음해서 만드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진짜 악기를 녹음해서 음악을 만드는 건 참 오래 걸리는 고단한 과정이었다. 당시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비싸기도 했고 다룰 줄도 몰라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Sony Vegas 3.0을 오디오 트랙만 사용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교회 악기팀 연습실의 콘솔에 연결해서 메트로놈을 녹음하고, 몇 시간에 걸쳐 드럼에 마이킹을 해서 드럼을 녹음하고, 베이스 기타에 건반,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노래까지. 잘 못하는 악기지만 뭔가 만들어보겠다며 혼자 이것저것 해 보며 낑낑댔었다.


처음 음악을 만들어 본 방식이 이런 고전적인 방식이었던 때문인지 그 이후로는 엄두를 못 냈다. 주변에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도 했지만, 좋은 소리와 적당한 소스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좋은 것은 비싸거나 어렵거나 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2020년.


맥북 하나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이미 그런 시대였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2020년 지금이 바로 그 시대이다. 신디사이저도 필요 없이 그저 입력장치로서의 마스터키보드를 USB에 연결하면 신디를 대체할 수 있다. 단지 대체품의 수준이 아니다. 신디사이저 못지않게 쉽게 파형을 합성해서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과정 또한 매우 쉬워졌다.


가상악기는 정말이지 쓰기 쉽다. 가상악기(Virtual Instrument)란 진짜 악기 소리를 샘플링해서 파일처럼 만든 것이다. 마스터 건반은 소리가 내장되어 있지 않지만 가상악기와 연결하여 연주하면 그 악기의 소리를 재현한다. 샘플러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피아노 소리를 녹음하고 싶을 때 굳이 비싼 피아노를 사지 않아도 샘플링을 활용한 그 유명한 Steinway Grand Piano를 낼 수 있다. Organ, Elec Piano 등은 로직 프로에 내장된 기본 악기만으로도 좋은 소리가 나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정말 좋은 가상악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가상악기를 구독하는 모델도 나왔다. SPLICE에서는 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크레딧을 받아 필요한 샘플링을 구입할 수 있다. 샘플링뿐 아니라 Loop도 쉽고 다양해서 활용하기 좋다. 기본 리듬 루프, 혹은 피아노 코드 루프, 목소리 루프, 기타 루프 등.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루프를 활용하면 노래의 테마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 본 유튜브 채널에서 어떤 뮤지션은 맥북과 로직 프로만으로 음반을 만들어서 출시했다. 그 과정을 영상으로 보면서 참 부러웠고 도전받았다. 지금이 역사상 홈레코딩 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런 환경이 감사하고, 그래서 이렇게 음반 만들기에 도전해본다.


정말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멋진 신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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