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즈음이었던 것 같다. 교회에서 엔지니어를 보시던 형님이 결혼 선물이라며 뭔가를 주셨다. 처음 받고 나서는 웬 마이크? 어디다 쓰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그간 마이크는 주로 드럼 베이스 용으로 다이나믹 마이크(SM57, SM58)만 써봤다. 콘덴서 마이크는 이론으로만 알았지 처음 봤다. 마이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성능이나 감도를 얘기할 수준도 아니지만, 진동 흡수를 방지하기 위한 마운트에 고정되어있는 이 마이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가 생겨서 좋긴 하지만 주로 연주를 했고 노래는 잘 안 했던 터라 보컬 녹음용 마이크를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이크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봤었다. 그리고 책장 구석에 잘 보관해두었다.
그렇게 14년이 지났다.
코로나 덕분에 음악을 시작하면서 오래 묵혀둔 마이크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책상에 연결하는 마이크 스탠드를 사서 마이크를 설치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있어서 언제든 마이크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시험 삼아 데모로 만든 음악에 목소리를 입혀봤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역시 노래에는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새로 음악을 시작하면서 마이크가 있는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았다. 마이크를 새로 사야 했으면 처음부터 눈높이가 높았을 것이고, 재정적인 부담에 시작을 주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됐지만) 마이크도 있고, (구형이지만) 맥북도 있으니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이크를 선물해주신 형님은 이렇게 될 걸 미리 아시고 주셨을까.
Steve Jobs가 생전 스탠포드에서 했던 졸업연설 내용 중 ‘Connecting the dots’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에서 돌아보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몇몇 사건들이 연결된다며, 계속해서 삶의 점들을 연결해나가라는 격려를 했었다. 과거 오랜시간 함께 했던 형님에게 선물 받은 오래된 마이크가 지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는 격려가 될 줄이야. 이런 것이 삶의 점들을 연결하는 것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