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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May 14. 2021

베이스 기타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건축물의 매트기초 같이 듬직한 베이스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이자 베이스를 사랑하는 KIMTAE 입니다.


흔히 밴드 음악에서는 무대를 지배하는 보컬이나, 화려한 기타, 혹은 파워풀한 드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요, 저는 밴드 음악의 백미는 베이스 기타라고 생각합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음악의 존재감을 확실히 만드는 베이스 기타. 이번 글에서는 그 매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베이스 기타, 네가 누군지 궁금해.

몇 년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의사 친구들이 같은 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에 관한 드라마로, 주인공들이 직접 밴드 활동도 하는 것으로 화제가 됐었죠. 그중 여주인공인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씨가 밴드에서 연주했던 악기가 베이스 기타입니다. 매회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주옥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그중 하나가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였지요. "용기가 없을까~", 둠빠둠빠 두둠빠 둠빠, 뚜웅- 다들 아시죠? :)

슬기로운 의사생활 밴드. 오른쪽 전미도 씨의 악기가 베이스 기타입니다. (출처 : 유튜브)


아마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최근 트렌디한 국악으로 화제가 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말입니다. 중독성 있는 댄스와 걸쭉한 판소리 보컬도 매력적이지만, 이 밴드는 특이하게 건반이나 기타 없이 드럼과 베이스 기타만으로 구성된 밴드입니다. 그것도 베이스 기타가 2명이고요. 인트로의 중저음 라인을 들어보면 2대의 베이스가 전체를 끌고 가는 리프를 힙하게 연주합니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영상. 오른쪽에 베이스 기타가 2대 보이시죠? (출처 : 유튜브)


베이스를 기타와 혼동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베이스 기타는 기타와 엄연히 다릅니다. 기타가 6현을 기본으로 하는 반면, 베이스 기타는 보통 4현을 기본으로 합니다. 모델에 따라 5현이나 6현도 있긴 하지만요. 베이스 기타는 저음을 연주하기 때문에 현이 두껍고 깁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길이도 기타보다 더 크고 무겁지요. 기타처럼 생겼는데 줄이 4-5현이거나, 사이즈가 좀 크다 싶을 땐 베이스라고 생각하시면 거의 맞을 거예요.

베이스는 4줄입니다. (출처 : 나무위키)


2. 베이스 기타, 매트기초 같이 듬직한 사운드

베이스(Bass, 저음) 기타는 음악의 베이스(Base, 기본)를 맡는다고도 하지요.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지만 빠지면 바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의 3요소는 선율, 화성, 리듬이라고 합니다. 선율은 멜로디, 화성은 코드, 리듬은 비트인데요, 베이스 기타는 화성과 리듬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주 신나거나 끈적끈적한 음악을 들어보면 그 리듬과 특유의 분위기, 그루브를 만드는 역할이 단지 드럼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베이스 기타의 리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럼의 킥과 보조를 맞추면서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곡 전체의 매끄러운 리듬과 흐름을 만드는 것이 베이스 기타의 큰 역할입니다.


베이스 기타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화성의 기본을 만드는 것입니다. 흔히 1도 화음인 “도미솔”에서 도를 맡는 것이지요. 피아노나 기타 등 다른 악기가 코드를 연주할 때 그 화성의 색깔을 분명하게 만들고 안정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밴드 음악에서 베이스 기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없으면 누구나 아 음악에 뭔가 비었는데?라고 느끼게 됩니다. 건설 엔지니어 스타일로 이야기하자면, 건축물의 매트 기초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3. 베이스 기타, 매력적인 사운드를 들어봅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0,000Hz라고 합니다. 소리의 주파수가 낮을수록 저음이고 높을수록 고음이 나지요. 신기하게도 음악을 들으면 주파수를 수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분명 양쪽 귀에서 같은 높이의 소리를 듣는 것인데, 높은 주파수는 상대적으로 머리 위쪽에서 소리가 느껴지고, 낮은 주파수는 아래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죠. (물론 휴대폰 스피커로 들으시면 그런 느낌은 안 날 거예요.)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50-500Hz에 집중되어 있어요.


음악에서 베이스 기타를 들어보려면 이어폰을 귀에 꼽고 눈을 감고 눈높이 아래에서 느껴지는 소리를 찾으시면 들을 수 있습니다. 가요나, 팝이나, 혹은 재즈, 어떤 장르든 저음역에서 듬직하게 존재감을 뽐내는 베이스 기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베이스 기타 소리를 찾는 방법은 음악을 들을 때 중앙, 가운데서 나는 소리를 찾는 것입니다. 음악을 만들 때 보통 스테레오, 양쪽에서 소리가 나오도록 Panning이라는 기법을 통해 소리의 좌우 위치를 조정합니다. 오케스트라 같이 넓고 웅장한 소리는 소리가 많이 좌우로 퍼져 있지요. 반면 베이스 기타나 드럼의 킥, 스네어 같은 리듬의 뼈대가 되는 악기는 좌우로 펼치지 않고 가운데로 집중시켜서 단단하게 뭉치는 사운드를 만들게 합니다. 그래서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보통 음악의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4. Hot한 베이시스트가 궁금하다면?

현대 음악의 베이시스트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마커스 밀러’라는 아티스트입니다. 베이스로도 전설적이지만 프로듀싱으로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쿨 재즈의 창시자인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밴드를 하기도 했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솔로 앨범도 내고 재즈/퓨전 음악의 프로듀싱도 다수 해왔습니다. 마커스 밀러는 “슬랩(Slap)”이라는 주법으로 유명합니다. 보통 베이스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데, 마커스 밀러는 엄지 손가락으로 베이스 줄을 때려서 연주합니다. 엄지의 타격감과 일렉 베이스 기타 줄 특유의 탱탱하고 찰진 사운드를 만드는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킨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어디 가서 베이스 기타 얘기가 나올 때 마커스 밀러, 슬랩 이 두 단어만 기억한다면 자신 있게 대화하셔도 좋습니다.

https://youtu.be/IOrfX9H8Jtc


국내에서도 훌륭한 베이시스트가 많이 있습니다만, 단연 첫손가락에 꼽고 싶은 분은 역시 이태윤 씨입니다. 앞서 언급한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베이스를 연주한 분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에서도 출연해서 멋진 베이스 라인을 한 번에 깔끔하게 녹음하기도 했었지요. 가요 세션에서는 넘사벽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합니다. 국내 베이스 기타 브랜드인 데임(Dame)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시그너쳐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지요.

https://youtu.be/ibEV3-YaOUs


유튜브에서는 “Davie504”라는 뮤지션이 베이스 기타 관련 채널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이탈리아계 뮤지션인데, 베이스 기타를 B급 감성으로 만드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LAP LIKE NOW”라는 카피로도 유명합니다. 다른 연주자와 배틀도 하고, 여러 음악을 카피도 하고, 심지어 수영장 물속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등 웃기고 실험적인 베이스 영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연주 테크닉적인 면으로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https://youtu.be/Yiq1llD0o0g


5. 베이스 라인이 멋진 음악을 추천합니다.


윤종신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Feat. 미유)>

멋진 베이스 라인이나 훌륭한 솔로 앨범도 많지만, 최근에 들었던 가장 좋았던 베이스 라인은 월간 윤종신 2월호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라는 곡이었습니다. 시티팝 스타일에 미유 짱의 목소리도 좋지만, 베이시스트 최인성 님이 연주한 베이스의 라인이 정말 예쁘더군요. 카피해서 훔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라인을 보여준 연주여서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답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

https://youtu.be/QNCLvnzn0Wc


백예린 <Popo (How deep is our love?)>

백예린 님의 선명한 목소리도 좋지만 이 곡을 지배하는 조금은 어둡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만드는 건 드럼과 베이스의 조화인 것 같아요. 화려한 베이스 라인이지만 곡과 잘 어울리는 연주여서 좋아하는 곡입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 곡을 작곡, 프로듀싱한 구름 님의 연주네요. 베이스의 그루브 위에 노는 리듬 기타와 브라스가 정말 잘 어울리는 멋진 노래입니다.

https://youtu.be/Im5VyhlZQXs


Al Jarreau <Mas Que nada>

베이스 음악을 추천하는데 마커스 밀러의 연주가 빠질 순 없습니다. 재즈 보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Al Jarreau의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을 마커스 밀러가 프로듀싱하고 세션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밀어 당기는 라틴느낌의 베이스 저음과 간간이 양념처럼 들어가는 슬랩이 아주 맛깔난 곡입니다. 드럼에 스티브 개드, 피아노에 조 샘플 등 다른 악기도 초일류 세션들이 참여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에는 당시의 연주를 재현한 영상이 있습니다. 원형의 무대 한가운데 노래하는 보컬과 그를 둘러싼 정상급 세션들의 신나는 연주는 빠져들어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지요.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w04siOE0wY


6. 베이스 기타, 어떻게 시작해볼까?

베이스 기타는 진입장벽인 낮은 악기입니다. 생각보다 배우기 어렵지 않아요. 가장 기본이 되는 지판에 따른 소리만 알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기타를 한 번이라도 만져보신 분들은 더 쉽게 익힐 수 있지요. 요즘은 유튜브에 강좌가 워낙 많아서 마음만 먹으신다면 얼마든지 좋은 강좌를 찾아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지판의 스케일과 코드를 익힌다면 기본적인 연주는 금방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조금 실력이 늘었다면 좋아하는 곡을 카피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계속 들으면서 좋아하는 라인을 찾아 지판에 옮기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입문용 베이스 기타는 4-50만 원 이내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요즘은 중고장터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예산에 맞추는 것도 수월합니다. 소리를 내기 위해 앰프가 필요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대안으로 소리가 너무 크지 않은 미니 앰프도 있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사용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베이스 기타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밴드와 함께하는 합주입니다. 동아리, 교회의 악기팀, 혹은 직장인 밴드 등 베이스 기타는 항상 구하기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조금 실력이 늘었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밴드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드럼과 함께 눈과 마음을 맞춰가며 연주하면 이만한 행복이 세상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활동이 쉽진 않습니다만, 코로나가 끝난 후에는 음악을 통해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겠지요.  



마치며

업무를 하다 보면 부서나 조직 내 화려한 커리어나 언변, 재능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소화하며 조직의 운영상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이스 기타는 마치 이런 동료들처럼 음악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베이스 기타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기본을 중시하고 진중하며 삶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음악을 듣기도 연습하기도 좋은 봄날이네요.

아름다운 베이스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권합니다.


P.S 1 올해 회사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책 등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이 글은 회사 커뮤니케이션팀에 처음 기고한 글이에요. 

브런치 독자 여러분들도 베이스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세요.:)


P.S 2 전에 썼던 베이스 기타 관련 글입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kimthu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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