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문을 나서 어머니와 마실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고른 후 자주 가는 빵집에 들렀다. 호불호가 확실한 어머니를 위해 마치 시상식 드레스를 고르는 여배우처럼 까다롭고 탐탁잖은 눈빛으로 매장에 진열된 온갖 빵들을 훑으며 '그냥 도넛 가게나 갈 걸 그랬나...'라고 후회하던 중 문득, 눈을 사로잡는 빵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에 박혔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그 빵에 이름은 무려
‘광교산 메아리’
빵집에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단어의 조합에 약간 당황했는지도 모르겠다. 결정장애에 걸린 마냥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을 때면 항상 머뭇거리던 내가, 무언가에 홀린 듯 단숨에 빵을 집어 들고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티라미슈''카스테라''에그 타르트' 따위의 서양식 이름들을 따라가던 중 누군가 "북한 대포동 미사일의 차기작 광교산 메아리입니다"라고 말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 같은 이름을 보아버렸으니..
커피와 함께 먹어본 빵은 겉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사실 ‘겉 바삭 속 촉촉’은 맛이 없기 힘든 조합이기도 하고. 크로와상에 버터를 좀 더 호쾌하게 첨가한 맛이라 하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버터의 고소함과 달달함 만으로 맛을 낸 빵이라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풍부한 맛. 맛을 보고나니 제빵사의 작명 의도를 알 것도 같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나의 외침에 당신의 메아리가 돌아온다면 아마도 이 빵처럼 담백하고 달콤할 것이 분명하다. 훗날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꼭 이 빵을 먹으며 어렴풋이 너를 떠올려 보았다고 말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이 에피소드에 과연 어떤 미소를 지어줄지 벌써부터 두근거릴 따름이다. 설렘은 이렇게 뜨거운 볼에 스치는 누군가의 서늘한 옷자락처럼 불쑥 찾아오곤 한다.
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