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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Jan 09. 2017

귀여운 것이 좋아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는 좋아졌다. 더욱 정확히는 인공적인 귀여움보다는 자연적인 귀여움을. 그것들은 강아지의 멍청한 행동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귓불 혹은 아기의 빵빵한 볼따구 같은 것들이다. 인공적인 귀여움이라면 '헬로키티'나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혹은 '오빠 나 똥따떠 떨따똥따떠' 정도 되겠고.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 한 친구에게 "팔랑거리는 귓불이 귀여워"라고 말했다가 환멸의 눈초리와 함께 "변태 새끼.."라는 답변을 들은 뒤로는 사람들에게 잘 내색하지 않는 데다 나는 외형상으로도 귀여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김탱글통글' 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평소 무표정일 때는 전혀 탱글통글하지 않아서, 저녁 어두운 골목길 여성과 마주치면 열의 여덟은 깜짝 놀라기에 일부러 밝은 곳으로 돌아서가는 타입이랄까.


 

 원래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꺼려했을지도.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모양이다. 뾱뾱이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기를 볼 때마다 '으어어어어....' 하며 사족을 못쓰게 될 줄이야. 아기들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활용한다는 설을 들었는데 요즘의 나에게는 아주 잘 먹히고 있다. 영악한 것들.... 정말이지 통통한 볼때기에 얼굴을 파묻고 "푸르를르르르를ㄹ르르" 해주고 싶은 녀석들.. 물론 속으로만 생각한다. 아직 감옥에 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기를 귀여워할 줄은... 나는 언제나 어둠과 질척거림과 퇴폐적인 것들에 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란 정말이지 단정 지을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너무나 쉽게 단정 지었던 자신을 반성해본다.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면서 고작 몇 분, 몇 시간, 몇 년밖에 만나지 못한 사람을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귀여운 것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그 사람에게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혹은 이미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귀여운 아기의 뾱뾱이 신발에 영혼이 팔려버리는 요즘, 십 년 후에는 과연 무엇에 환장해 있는 사람으로 변해있을지 벌써부터 기대하곤 한다.

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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