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데 꼭 5시에 일어나야 할 필요 있겠어?
전원이 꺼지면 안 되니까 배터리 잔량을 충분히 확인하고 침대 옆 탁자에 핸드폰을 잘 뉘인다. 새벽 4시 40분 알람 소리를 들을 요량으로 잠에 든다.
김토희, 내일 알람 울리면 핸드폰 끄고 바로 침대에 앉는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남편에게 내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 뭐냐고 물으니 저 문장을 고대로 읊는다. 나는 자기 전, 이 주문을 내 귀가 듣도록 이등병마냥 우렁차게 낭송하고 잠에 들곤 한다.
기상할 때 몸의 컨디션이 매일마다 다른데 전날 말끔히 준비하고 잘 수록 개운하게 일어날 확률이 높다. 어젯밤엔 청소도 깨끗이 했고, 일어나서 따뜻하게 마실 찻잎과 다구도 예쁘게 정돈해 놨다. 작은 방에 기분 좋게 수행할 채비와 산뜻한 마음가짐까지 갖춰놓으면 오마이갓 안녕 행복이 또 여기 있네? 기분 좋게 잠에 든다.
다음 날, 알람 소리가 들린다! ‘아 깼다!’ 빛과 같은 찰나의 속도로 무의식이 의식으로 전환됨을 느낄 때, 잠에서 깬 그것을 초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아 나 오늘 또 죽었다가 살아났네!’ 하는 느낌일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때다. 일어나기 싫다 혹은 이불속에 더 파묻고 싶다 이 둘 중 하나의 욕구가 파바박 스치는 그때! 좋고 싫음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 핵심 기로이다. 그러면 나는 잠시 이런 사고 회로를 돌린다.
‘좋다, 싫다 하는 지금 이 것은 내 생각 나부랭이지 내가 아니야.’ 라고 마음을 한 번만 딱! 주시하면 갑자기 몸을 무겁게 했던 뭔가가 내 안에서 숭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이내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원했던 대로 일어나 침대에 앉는 선택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벌써 잠 귀신의 세력은 한풀 꺾였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절반의 띠용 거리는 잠 기운만 남아있다. 그 길로 일어나서 기지개 한번 쫘악 펴고 내 생각 놈을 이긴 자축의 콧노래로 욕실을 향하면 새벽 기상은 성공이다. 이 과정은 1분이 채 안 되는 모먼트다.
어느 날은 20분 가까이 씨름하는 날도 있다. 그 날은 위의 과정을 거쳤는데도 못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이다. 더 자고 싶어하는 욕구까지는 잘 바라봤으나 그 생각과 나를 구분 짓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는 날인 거다. 구분은 무슨? 더 자고 싶어 하는 나, 응 바로 나 토희가 얌전히 다시 잠에 들도록 심지어 10분 간격으로 응원단이 등장하는 걸? 그 들은 이름하여 십분만 부대와 뭐어때 부대다.
첫 번째 응원단장인 십분만 씨는 나를 상당히 안심시킨다. 4시 40분 알람이니 10분만 더 자고 일어나도 아무 문제없다고 따뜻하게 나를 어루만져준다. 사실 그렇다. 10분만큼 덜 깨어있는 컨디션이라도 괜찮다. 5시까지만 작은방에 가면 되잖아? 10분간의 꿀잠 후 다시 알람이 울리면 중단 버튼을 누르는 내 손 위로 포근하게 이불을 덮어주는 뭐어때 씨가 나타난다. 새벽에 안 일어나도 지금껏 잘 살아왔고 지구 상에 수행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스윗한 멘트도 잊지 않는다. 아, 뭐어때 씨의 이토록 사랑스러운 말이여.
어떤 날은 1시간 넘게 이불속에 있는 날도 있다. 뭐 어때 씨가 이불을 덮어주고 나면 그 자리에 만만치 않은 집착 씨가 찰싹 달라붙는다. 어찌나 질퍽하고 끈끈한지 떼어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미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너무 많은 강을 건너왔다는 뜻이다. 이 날은 뭐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착은 힘이 너무 강해서 웬만한 또렷한 정신이 아니고서야 이겨 먹을 생각을 안 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침대에 있을 거 잠도 못 자고 골머리만 아프다. 그럴 땐 그냥 푹 잔다. 지각하면 되고, 할 일 좀 더 못하면 되고, 손해 보면 된다. 선택에 대한 결과를 기꺼이 받으면 된다. 새벽잠이 얼마나 달콤한지 우리 모두는 알지 않는가.
그러다 6시에 어슬렁 일어나서 할 일을 하다 보면 역시나 후회가 슬그머니 찾아온다. 5시 만의 맑은 느낌이 덜 할뿐더러 하고 싶던 일을 한 시간 어치 놓치게 됨에 아쉽기도 하다. 삶에서 아쉬움과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게, 또 그런 후회를 만드는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하는 게 수행인데 앞뒤가 맞지 않음을 느낄 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니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다음날도 알람이 울리면 그냥 ‘좋다 싫다 올라오는 이 마음은 내 생각 나부랭이지 내가 아니여' 하고 싹 일어나 봐야겠다.
마음이란 참 신기하다. 분명 내 것인데도 부침개처럼 앞뒤가 휙휙 뒤집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삐져나온다. 귀여운 마음. 우스운 마음. 에라이 그래도 나는 안 속을란다. 아차, 가장 중요한 얘길 깜빡할 뻔했는데 뭐니 뭐니 해도 하나 둘 셋에 맞춰 뻘떡! 일어나는 게 장땡이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