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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Oct 02. 2016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

편의점 야간 알바생에 관하여



요즘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그와 내가 나눈 말을 전부 합쳐도 원고지 한 장도 나오지 않겠지만, 그는 우리 부모님 보다 현재 나의 삶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 바로 집과 지하철역, 중간에 위치한 GS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에 쫓겨서 밤샘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그곳에 있다. 몇 달 동안 종종 들렀더니, 최근 그가 나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를 기억한다는 증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끈질기게 질문하던 할인 카드와 적립 카드가 있냐는 것을 묻기를 그만두었으며,

둘째. 어떤 작은 물건을 사든 비닐봉지에 담아주기 시작했다.


비닐봉지를 챙겨주기 시작한 건, 매번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는 봉지 째 입에 물고 자전거 타려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이후부터인 게 확실하다. 사실 포스기가 “POP카드 있으세요?” 하고 기계음으로 물을 때마다, 매번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얼빠진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최근에서야 같이 편의점에 간 지인이 빵 터지기에 뭔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만약 운 좋게 한가한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알바생이 있다면,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호기심이 있다면, 방문하는 손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충분히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식습관은 물론이고, 생활 패턴과, 인간관계 등도 유추 가능하다. 


나 같은 한량 손님을 예로 들자면, 가끔 아침 조깅과 저녁 라이딩을 하지만, 끝나고서 맥주나 초코우유를 사 먹는 걸 보고 운동은 좋아하지만 살 빼는데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지 모르며, 편의점에 들르는 시간이 전혀 일정하지 않고 항상 노트북이 들었을 법한 묵직한 가방을 갖고 다닌다는 점에서 프리랜서나 재택근무라고 알아챘을지 모른다. 매번 혼자 오고, 고양이 통조림을 종종 사 가는 걸 보고 고양이를 키우는 싱글임을 짐작했을지도.


누가 나의 삶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까 떠올려보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없을뿐더러, 어쩌면 매우 의외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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