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므네 Sep 08. 2023

11.가제본 찾으러 가는 길에 정리해 본 첫 책의 역사

종이 한 장과 종이뭉치 4권. 그리고 표지

충무로에 가제본을 찾으러 가고 있다. 가제본을 받아보기 전에 <용문소로일기>를 만들며 지금까지의 변천사를 모아봤다.


1. 옛날 문서 같이 너덜너덜한 종이 한 장. 자연에 대해 그린 만화 리스트를 다 적고, 스캔해서 어떤 만화를 넣을지 형관펜으로 체크해 본 종이. 너무 많아서 많이 뺐다. 내 만화 중 진으로 만들면 좋을 것도 추려봤다. 가방에 오래 가지고 다니며 들여다봤다.



2. 보리님 집에서 한 독립출판 첫 미팅 때 보여주려고 몇 꼭지만 프린트해서 가져간 얇은 종이뭉치. 다른 책도 쓰고 싶었는데, 이미 소스가 많은 <용문소로일기>를 내 첫 책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때 책 구매 사은품으로 ‘냉이구별법’을 끼워줘야겠다고 구상했다.



3. 첫 페이지에 ‘무늬’라고 덩그러니 적혀있다. 표지 바로 다음에 무늬 패턴 페이지가 나오는 책이 좋아보였다. 식물모양 패턴을 넣고 싶어서 표시해 둔 것. (결국 못 넣었다. )내용이 만화가 80이고 글이 20이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내고 싶은 책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대해 쓴 글을 다 긁어모았다.



4. 첫 페이지가 진초록색. 무늬 패턴은 포기하고 초록색 면지를 앞뒤로 넣어볼까 해서 그렇다. 글을 넣어서 목차를 나눠보다가 아무래도 모르겠어서 일단 목차를 다 없애고 뽑아봤다. 오합지졸이었다. 게다가 양면으로 뽑아서 순서를 마음대로 바꿔볼 수 없었다.



5. 가장 낡았다. 많이 만지고 들고 다녀서. 빈종이에 용문소로일기라고 휘갈겨 썼다. 한 페이지씩 단면으로 뽑아서 순서를 마구 옮겨보았다. 같은 주제 내용으로 모아서 나누다 보니 목차가 어느 정도 나왔다. 아직 일러스트가 빈 곳이 많았다. 추가해야 할 일러스트를 20여 개를 넘버링했다. 그림 공장처럼 10분에 한 개꼴로 그리고 체크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가제본을 들고 모이기로 해서 늦지 않게 가제본을 맡기는 걸 목표로 했다.



6. 표지를 만들었다. 새벽에 우리 집에서 글을 쓰는 나를 그리고 디자인했다. 프린트해서 재단하고 딱풀로 붙였다. 책 등 제목 박스엔 검정 테두리가 들어가 있고 이어 붙인 부분이 엉성했다. 인형 옷 갈아입히듯이 비슷한 사이즈의 책을 찾아서 입혀봤다. 드디어 딱 맞는 책을 찾았다. 내 표지를 입은 책을 들고 있는데 진짜 책이 나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제본은 처음이다. 오늘 진짜 책 같은 내 책을 찾으러 간다. 어떤 기분일까? 새로운 도전인 기대와 설렘이 자주 찾아온다. 열차가 충무로로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전 10화 10. 독립출판할 때 난 오일을 발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