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듯 첫 책이 나올 것 같다
<용문소로일기> 책을 편집하고 있다. 자연관찰사색 에세이(?)로 자연에 대한 내 글과 만화를 모았다. 한번 갈아엎고 일단 넣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넣었더니, 너무 두껍고 복잡했다. 다시 내용을 분류하고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우드슬랩 식탁에 오일을 발랐다. 저번에 처음 내 만화로 진 만들기 도전했을 때도 식탁에 오일칠을 했다. 그때는 딴짓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에 찝찝한 마음으로 칠했다. 그리고 진을 만들었다. 해낸 역사가 오일칠에 대한 느낌도 긍정적으로 바꾼 것 같다. 이번에는 일부러 오일칠을 했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 비장한 얼굴로 올리브 오일을 열었다. 터프하게 식탁 위에 콸콸 부었다. 오일을 잔뜩 머금은 휴지로 식탁 위를 열심히 닦았다. 올리브 향이 가득 차고, 식탁색은 어두워진다. 달라붙은 음식 자국을 세게 문질러 없애며 뿌옇게 때가 끼었던 뇌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해가 보이지 않는 흐린 날이지만 식탁에 빛이 비쳐 반질반질 윤이 난다. 음, 만족스럽다.
한 장씩 출력한 내 책 뭉치를 부엌 바닥에 내려놓았다. 읽으면서 비슷한 주제를 모은다. 울림이 없는 페이지는 뺀다. 죽음 챕터는 꼭 넣어야지. 차례는 5부가 될 것 같다. 좀 많나 싶기도 한데 뭐 나쁘지 않다. 어차피 내 책이니까. 처음에 대형 클립을 끼울 때 버겁게 들어갔는데, 이제 기름 바른 듯 잘 들어간다. 미끄러지듯 첫 책이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