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와 나

오늘의 장례

by 키므네

아이들과 등교 준비를 하다 마당을 휘젓는 멋진 물까치쇼를 보았다. 세 명의 환호성 속에 갑자기 봄이가 아래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새가 죽었어!!"


부엌 창문 앞 데크 앞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안 돼!!”라고 외쳤다. 새는 눈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고 몸은 갈색과 노랑 흰색 깃털이 섞여있었다. 참새인지 꾀꼬리 새끼인지 헷갈렸다. 봄이는 이건 참새라고 했다. 거실창문에 충돌방지를 위해 곤충스티커를 일정간격으로 붙인 뒤로 새들이 죽은 건 꽤 오랜만이다. 봄이는 엄마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웃기다며 바닥에 쓰러져 깔깔거렸고, 나무는 순수하게 웃으며 "새가 귀엽게 죽어있어."라고 말했다. 죽음에도 귀엽다는 말이 붙을 수 있구나.


봄이가 나에게 새를 꼭 묻어주라고 당부하며 떠났고, 죽은 새와 나만 남았다.


'아......'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큰 삽 하나를 한 손에 들고 어디에 묻을지 생각하다가 꽃 사과나무 아래로 정했다. 여기엔 이미 우리 집에서 죽은 수많은 생명들이 묻혀있다. 죽은 물고기, 죽은 새, 죽은 쥐(고양이가 고맙다고 뒷 문 앞에 갖다 줬었다.) 등. 전에 묻었던 생명의 뼈나 잔해가 나올까 봐 걱정되었다. 큰 삽으로 추위에 얼은 땅을 깡깡 세게 내리쳐서 조금씩 파내었다. 어느 정도 깊이가 되었을 때(너무 딱딱해서 별로 깊이는 못 팠다) 새를 데리러 갔다. 큰 삽과 작은 삽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심호흡을 한 뒤 숨을 멈추고 새에게 다가갔다. 작은 삽을 데크 아래에 대고 큰 삽으로 새를 조금 밀어 조심스레 작은 삽에 옮겼다. 옮기면서 뒤집어졌는데 안 뒤집여진 면이 더 예뻤다. 넣을 때 예쁜 면으로 뒤집어서 넣어주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다시 뒤집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흙을 덮어주었다. 오른쪽 옆에 국화꽃이 있어 작은 국화꽃을 뿌리째 옮겨와 그 위에 심어주었다. 근데 꽃이 좀 비실한 것 같아 그냥 예쁘게 핀 국화꽃도 한송이 꺾어 위에 꽂아주었다. 이제 다 된 것 같다.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는데...



"꺅!!!!"


나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턱에 가져와 대었다. 죽은 새가 또 있었다. 나는 순간 방금 묻어준 새가 땅에서 나왔나 싶은 공포영화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종류는 같지만 다른 새였다. 여긴 창문도 없고 부딪힐 곳도 없는데 왜 죽었지. 나무 울타리 앞에 가만히 죽어있었다. 요즘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아무튼 또 큰 삽을 들고 왔다. 외롭지 않게 아까 묻어준 새 옆에 구덩이를 하나 더 팠다. 그리고 아까처럼 새를 묻어주었다. 또 다른 국화를 뿌리째(뿌리가 약간 잘렸지만) 옮겨와 그 위에 심어주었다. 보기 좋았다. 두 마리의 새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랐다.



고조들의 명복을 빕니다.

(죽은 새 사진은 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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