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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Sep 05. 2017

나중일은 그때 다시 생각해요. 지금은 가야만 해요

 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리뷰


                                              


루스키 섬에서 오직 북한섬을 향해서만 걷다가 두 눈에 사진으로는 수십번이 넘게 봤을 그 풍경이 실제로펼쳐졌을 때 나는 참 멋진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밟고 있는 땅을 지나 북한섬으로 향하던 중 나는 잠시 고민했다. 겨우 큰 바위들을 지나 이제 오르기만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길이 험난했다. 두시간이 넘는 산행에 지친 나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나는 그냥 여기 있을래 북한섬 봤으면 됐어. 올라가는 것보다 돌아올 때가 걱정돼."

그때 일행 중 하나가 말했다.



나중일은 그때, 돌아올 때 다시 생각해요. 지금은 가야죠.



나보다 세살 어린 동생이었지만 그의 한마디가 내 게 명언처럼 새겨진 순간이었다.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전 KTX를 타고 부산으로 여행을 가면서 나는 어떤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걱정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를 타고 서울까지 이동해야하는데 과연 내가 그 긴 길을 견딜 수 있을지에 관해. 반야를 가는 길을 잃어 산속을 헤매면서도 생각했다. 과연 이 길에 끝이 있을까.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이겨내면서 나는 배웠다. 내가 할 일은 이 순간을 견디는 것 뿐이라고. 설사 그 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건 오로지 그 시간을 지나는 것 뿐이었다. 그동안 내가 우울에 빠져있든 희망에 사로잡혀있든 그것은 내 선택일 뿐이고.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은 그가 7년동안 쓴 소설 7편을 기록하고 있다. 오직두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등.

일곱작편 모두 과거의 어떤 사건 등을 내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과거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건 과거의 일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곧 현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각 편의 주인공들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그들이 끝내 맞이하게 되는 건 간편하기 그지 없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유골을 찾으러 갔다가 양복 한세트를 얻어오는가 하면 끔찍한 방에 갇힌 이들은 열렬히 탈출을 꿈꿨지만 여전히 지옥같은 방에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것들이 굳이 새드엔딩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엔딩이라기보다 그냥 그 선상에 있을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등장인물들이 모두 내 안에 있다. 나아가는 일밖에 주어지지 않은 동행자들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걷고 멈추고 뛰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어떤 긴 과정 속에 있는 나를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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