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 장애가 왔어
‘결정 장애’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딱 그 꼴이랍니다.
선택하느냐 마느냐, 두 가지만 놓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선택을 했을 경우에 일어날 일
선택을 안 했을 경우에 일어날 일까지
온갖 상상을 다 하게 된다니까요.
결정하는 게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미련 때문이더라고요.
익숙한 것과 작별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무언가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안 해도 좋을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봐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원래 인생은 앞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설레는 거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이유로 머무르고 싶기도 하거든요.
무서우니까요.
이런 모습에 실망하셨나요?
솔직한 맘인데 어떡해요.
한번은 이사 문제로
몇 개월을 끙끙 앓았던 적이 있답니다.
살고 있는 집이 다세대 주택이라
시끄럽기도 하고
서울이 답답해서 시골로 내려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더라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이 좋다.
아니다. 시골이 좋다.
그러다 다시 서울만 한 데가 없다.
그러다가 또 지금 안 가면 다시는 못 내려갈 거다.
같은 사안을 두고 몇 개월을 앓았다니까요.
나중에는 스스로가 싫어지더라고요.
나도 참 끈질기다고요.
결국, 시골에 내려왔지만.
왜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가 생각해 보니
미련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또 버리는 걸 아까워하더라고요.
버리는 게 왜 어려운지
원인을 파고 들어갔더니
어떤 일을 이루기까지 들였던 노력이 아까웠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단순한 게 답이더라고요.
여전히 생활 속에서 연습 중이긴 하지만
하느냐, 마느냐
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더라고요.
둘 다 가질 수는 없더라고요.
변명 같은 얘기지만 이런 성격의 장점도 있답니다.
선택을 빨리 끝내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진취적인 면도 있지만 그만큼 냉정해요.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해야 하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냉정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련 많은 점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는 않으려고 해요.
어떤 측면에서는 따듯하다는 거거든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연민이 든다면
고민하는 사안을 한 번 버려 보세요.
속으로는 벌벌 떨지만
겉으로는 ‘될 대로 되라!’ 하면서
탁 버려 보는 거지요.
버리고 난 다음에는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요.
그렇다고 완전히 버려지는 것은 또 아니에요.
하지만 연습을 해 보는 거죠.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결정하고
일주일간 같은 사안에 대해 생각 안 하고 지내기.
일주일간 잘 되었다면 한 달로 늘려 보고
두 달로 기간을 연장해 보는 거예요.
작게 시간을 쪼개면 견딜 힘이 생기더라고요.
인생에도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보고 따라 할 텐데.
출처 안 착해도 괜찮아 ) www.suseonja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