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수가 된 이유 - 조선의 프리랜서 창시자 연암

연암이 알려주는 행복의 기술

출처 행복한 백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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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수가 된 이유?




연암선생


무엇보다 내 성격을 내가 제일 잘 알기에 얽매인 생활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지.


그러니까 대단한 결심이 있어 백수가 되었다기보다는 저절로 된 거야.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더 잘 알게 되었고 말이야. 양반이 돈을 버는 방법이란 과거를 통해 벼슬을 하는 방법 밖에 없던 시절이었어도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던 거지. 만약 벼슬을 했다하더라도 한직만 골라서 맴돌면서 ‘언제 그만둘까?’ 하다가 결국 그만 두었을 거라고. ‘백수’가 된다는 것에 대해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군.


그런데 사람이 태어났으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일에 대한 개념도 회사에 들어가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좁은 의미인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는 18세기에 살았던 조선 사람들이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았나 싶어. 일이란 건 하루 종일 할 필요도 없고 적당히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만족했으니까. 가끔 재산증식에 눈이 먼 자들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착하게 살았지. (몸 탁탁 치면서) 이 몸뚱아리만 있다면 언제든 필요한 곳에 내 노동력을 제공하고 밥을 먹고 살 수 있었으니까.


(질문한 고민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네가 이 질문을 하는 것은 21세기는 ‘돈’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구조인가보지? 용기 운운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런데 일 이란 게 꼭 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걸까? 돈이란 것은 어떤 일을 함으로 얻게 되는 보상 같은 걸로 생각하면 안 될까? 그 보상이라는 건 돈으로 올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도 올 수 있지. 내가 말했지? 먹고 살만큼 들어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일을 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나 같은 경우 관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나름대로 일을 했으니 자네가 생각하는 의미로 놀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 일을 할 때는 즐거워했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니까 딱딱하게 ‘이건 일이야’라고 생각지는 않았어. 그저 자기만 좋으라고 놀고먹는 사람이 백수다? 그건 아니지.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아야겠지. 일은 안하고 놀고먹는 삶? 세상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그렇게 살면 지겨워서 나중엔 그 짓도 못 해 먹을 텐데?


나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을 뿐 끊임없이 여러 가지 놀이를 개발하며 살았지. 세상의 흐름을 읽고 떠오른 해결책을 글로 풀이하는 것은 평생의 놀이였고, 친구들과 산천을 주유하며 자연에서 얻은 느낌이나 감상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지. 여유시간을 통해 얻은 경험은 나라는 사람을 더욱 풍부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지.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슨 커다란 결심이 있어 백수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고, 나란 사람을 관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니 절로 과거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백수가 된 거지. 다른 백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발적 백수라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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