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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루틴'은 참 많은 것을 바꾸더라

by 우현

기업의 홍보담당자인 나는 최근 흥미로운 설문을 진행했다.

'당신만의 루틴은 무엇인가요?'가 요지였다. 감사하게도 200여 명이 넘는 직원과 가족분들이 자신만의 루틴을 소개해 주셨다. 정말 다양하고도 소소한 루틴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루틴들은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답변들은 다음과 같다.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 잠들지 않도록 침구 정리하기"

"아침 잠에서 갑작스럽게 깨지 않기 위해 화장실 불 안 켜고 씻기"

"군대에서 늘 듣던 알람음 소리로 아침잠 달아나게 만들기"

"일요일 오후에 주변 지인들에게 안부 카톡하기"
"자기 전 배우자와 함께 오늘의 감사노트 작성하기"


일견 보기에 노력이 필요해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분명 루틴이 되어 일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들이었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이다. 이 책에서는 일상의 루틴을 기획해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특히 루틴을 '기획'한다는 관점은 많은 생각을 남겼다.


이를테면, 내가 조금 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싶다면, 루틴을 기획하기 위한 필수 질문들이 있다.

Q. 현재 내가 아침 출근 전까지 별 노력 없이 항상 하는 루틴들은 무엇인가?

A. 알람음 끄기, 씻기, 커피 마시기, 머리 말리기, 옷 입기, 휴대폰 답톡하기

A.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Q. 아침에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하여 셔틀버스를 타는 것, 매일 발생하는 커피값을 아끼는 것

Q. 이 개선점을 위해 내가 기획해야 할 루틴의 흐름은 무엇인가?

A. 아침 알람콜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3곡으로 구성하여 일어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할 것

전날 밤 캡슐커피 내리는 것 세팅해놓기 > 아침에 바로 버튼만 클릭

일어나자마자 바로 침구 정리하기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내버스 시간 어플 휴대폰 메인에 설정해 놓기

전날 밤 세팅해 놓은 옷 그대로 입기

전날 밤 듣고 싶었던 팟캐스트 2편 들으며 출근


아침에 항상 하는 루틴들에 디테일한 내용을 추가했고,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끄러운 루틴들로 재구성하였으며, 잘 이어지지 않는 루틴 사이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종의 사탕과도 같은 새로운 루틴들을 추가했다.


이러한 흐름들을 잘 기획한다는 것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이기에 가능하다. 내가 가진 욕구와 기피하는 것들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하여 미리 기획해 놓는다면, 그 흐름을 좇는 것은 한결 쉽다.


일단 실천해보면 확실히 다를 것이다.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다양한 루틴 중 이 글쓰기 또한 내가 기획한 것의 일부이니까. 그리고 이러한 루틴들이 모여 내 일상을 변화시키고, 나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키워준다.


삶의 다양한 변곡선 속에서도, 나만의 루틴들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 낭만적이지 않을까. 내 삶을 내가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셈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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