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용어 TMI- 패드립 2

패드립? 그게 뭔데?

by 복희

두 번째 말: 패드립

- 장난인데 뭐가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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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립? 그게 뭔데?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선생님에게 너무 잘 이른다는 것, 이른바 고자질의 횟수이다. 중학교에 가보면 매일 이런 말들을 듣는다.


“선생님 쟤가 저 놀려요.”

“선생님 00이가 제 필통 가져가서 안 줘요.”

“선생님 00이 교실에서 뭐 먹어요.”

“선생님 00이 수업 시간에 자요, 책 없어요.”

“00이 화장해요.”


정말 별의별 걸 다 일러댄다. 이 중1 아이들은 마치 ‘남이 규칙을 어기는 걸 보면 못 참는 병’이라도 있는 듯하다. 고등학생쯤 되면 자아정체성도 어느 정도 확립되어 타인에 대한 탐색이나 관심도 조금은 줄어든다. 그러나 아직 초등학생 티를 못 벗은 중학교 1학년생은 남들이 삐뚤어지는 꼴(그러니까 수업 시간에 자기, 필기 안 하기, 화장하기 등등)을 참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늘 읍소한다.


“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너만 잘 하면 돼.

만약 네가 정말 저 삐뚠 학생이 걱정된다면

선생님한테 이르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거야.

‘00이가 자요’하고

선생님한테 말하는 건

00이한테 무안을 주고,

선생님한테 혼나는 것을

보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야. 알겠니?”


그리고 이런 이르는 말로 수업의 맥을 끊는 학생들은 대부분 수업(공부)이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 배울 내용보다 남들이 수업을 듣는지 안 듣는지가 궁금하고 자기 눈에 먹이감(자는 학생, 딴짓하는 학생)이 포착되면 수업 흐름을 방해하며 교사에게 이른다. 자기는 억지로 참고 있는데 딴 애가 편하게 노는 꼴이 못마땅한 거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왜 안 혼내지?” 하고 의문이 드는 분도 있을 거다. 그런데 수업 시간 중 졸거나 딴짓하는 학생을 혼내는 타이밍과 방식은 전적으로 교사의 재량이다. 중요한 설명 중간에 흐름을 끊지 않고, 집중하는 아이들 진도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한 순간에 훈육하는 게 중요하다. 수업의 목적은 수업을 안 듣는 학생을 혼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의 목적은 바로 오늘의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책상과 물아일체가 되어 붙어 있는 학생들에게 혼을 집어넣는 것부터가 수업의 시작이다. (그 시도는 대체로 실패한다) 그런데 중학교에 오니 앉아 있는 학생은 오직 아픈 학생뿐이다. 심지어 아픈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는 뛰어다니는 기적을 볼 수 있다. 중학생은 에너지가 용광로처럼 들끓는다. 그 에너지가 듬뿍 담긴 큰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내 귓가에 이르기 시작하면 혼이 빠져나갈 것 같다. 근데 수많은 이르는 말 중에 처음 들어본 말이 있었다. 그 말의 정체가 바로 ‘패드립’이었다.


“선생님 00이가 패드립 쳐요.”라고 누군가가 말했을 때, 그 말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많은 말과 함께 내 귓가에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왜냐하면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 말을 들었다는 기억조차도 휘발되어 남아있지 않을 무렵, 한 남학생이 열이 나서 조퇴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지금이야 열이 나면 바로 조퇴 프리패스지만, 때는 2014년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는 열이 난다는 사소한 이유로는 감히 조퇴를 시켜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오니 이 어린 중학생들은 37.5도가 넘으면 법적으로 조퇴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열이 나는 학생을 불러,


“집에 엄마 계시니?”

하고 물으니, 학생이 굉장히 고까운 얼굴로

“선생님 왜 패드립하세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우리 대화의 문제가 뭐지, 왜 한국말인데 소통이 안 되는 거지? 하지만 그 순간에는 학생을 조퇴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집에 누가 계신지 알아야 조퇴시킬 수 있잖아.”

조금 퉁명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당황스러움에 짜증이 묻어나왔던 것도 같다. 결국 아이는 “아무도 안 계세요”라고 했고, 조퇴는 처리되었지만 내 머릿속엔 ‘패드립’이라는 단어가 맴돌기 시작했다.


패드립, 패드립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얘들아, 근데... ‘패드립’이 뭐야?”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헐, 선생님 그걸 모르세요?”

하며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었는데(학생들은 선생님을 가르치는 상황이 되면 매우 신나 한다) 패드립이란 ‘패밀리 드립’의 줄임말이란다. 그래서 가족에 관련된 욕을 ‘패드립’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영어로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라는 말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그다음 붙는 ‘드립’이라는 말은 애드립(ad-lib)의 줄임말에서 온 표현이다. ‘드립’이라는 말은 원래 개그계에서 즉흥적이고 엉뚱한 농담을 뜻하는 ‘개드립’에서 유래되었으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말장난이나 유머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드립이었잖아”라는 말처럼, 의도적인 공격이나 혐오 표현조차 웃음으로 포장하고 정당화하려는 언어적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흐리고, 감정의 깊이를 가볍게 다루는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드립’이라는 단어는 본래 유머였으나, 공격적 언어를 웃음으로 가리기 위한 방패처럼 사용되며 그 본래 의미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집에 엄마 안 계시니’, 이 말이 왜 패드립인데?”

“선생님 패드립 하지 마요”

(중학생들은 대화의 맥락보다는 단어 하나에 꽂힌다)

“의미를 물어보는 거잖아. 대답해.”

“패드립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엄마 없냐’ 이거예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정말 중학교 1학년들이 이런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말인가! 아마도, 이 패드립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나만큼 충격을 받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남학생들이 몸싸움하기 직전에 내뱉는 말들도 거의 다 패드립이었다.


“애미 없냐.”

“느금마.” 같은 말들. 세상에나, 오 마이 갓.

이 엄청나게 패륜적인 말은 무시무시한 의미와는 달리 ‘패드립’이라는 다소 중화된 용어로 치장되었다. 왜 이건 욕이라고 불리지 않고, 드립, 그러니까 주고받는 말장난이라는 말과 합성어가 되었을까? 그것은 이 말의 유래와 관계가 있다.


‘패드립’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된 공간은 주로 온라인 게임으로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일명 ‘롤(LoL)’이라 부르는 게임이다. 롤(리그 오브 레전드)은 전쟁을 흉내 낸 팀 전략 게임으로 한 팀을 이뤄 전략과 컨트롤, 팀워크로 상대 팀과 실시간으로 싸워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기면 도파민이 터지고, 지면 분노가 치솟는다.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하는 걸까? 게임은 유저에게 전쟁과 유사한 경쟁적 서사와 위기 상황을 경험하게 한다. 보상과 위협이 반복되는 환경은 도파민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현실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극, 승리감, 통제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작용은 스포츠 경기의 몰입 구조와도 유사하다.

그런데 문제는, 게임을 하다 보면 팀원들끼리도 싸우고, 상대방과도 키보드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라는 점이다. 그때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쓰이는 말이 바로 패드립이다.


예를 들어, 내 팀원 중 한 명이 게임 실력이 떨어진다? 혹은 상대팀에게 처참하게 진다? 그러면 분노가 쌓이고, 그걸 가장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상대의 가족을 건드리는 것이다. “엄마 없냐?”는 말이 거기서 탄생했다.

물론 패드립 외에도 장애인 비하, 여성 비하 표현들도 게임 채팅창에 마구 등장한다. “이 장애XX야”, “여자 XX가 게임은 왜 해” 같은 끔찍한 말들. 그중에서도 패드립은 가장 ‘효과적’이고 ‘파괴력 있는’ 공격 언어로 자리 잡았다. 왜냐하면 욕의 수위도 높고, 반응도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이게 문제다. 학생은 게임에서 승리하려는 열망과 졌을 때 느끼는 분노, 이런 강렬한 감정을 자극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협업(컬래버레이션)을 그저 ‘드립’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그래서 장난처럼, 유행처럼 퍼진다. 그렇게 욕은 욕이 아닌 ‘드립’이라는 이름을 달고 현실 속 대화에도 슬며시 스며들게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슬슬 PC방을 가는 학생들이 생기고, 거기서 롤이라는 게임도 하기 시작한다.(요즘 아이들은 롤이 아니라 ‘발로란트’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패드립과 같은 거친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게임 내에서 성인들이 쓰는 말을 생각 없이 흡수하고, 절제력이나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그대로 따라 한다.

게임을 하는 성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은 절제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성인들도 조절을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인들은 그래도 십대 초반 학생보다는 변별력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와 달리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그런 절제력과 자제력이 없다.

또, 유튜버나 스트리머 중에서도 이 ‘패드립’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파괴적이며 기괴한 기행들을 일삼는 방송을 하는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이다. 특히 남학생들은 여학생보다 그런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하기 때문에, 패드립은 주로 남학생이 사용한다. 여학생들은 대체로 이런 표현을 질색한다.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넷마블 테트리스에 심취했던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공감되는 면도 있다. 내 경험을 떠올려 봐도 게임에서 지면 그렇게 속상하고 화가 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지고 나면 소심하게 욕을 쓰고 방을 나가버리고 했던 것 같다. 반대로 진 상대방이 채팅창에 욕을 다다다 쓰고 나가버린 적도 있고 말이다.(나도 한 테트리스했다)

게임이라는 것은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과 도파민을 자극한다. 그래야 게임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 패륜적인 욕설 또한 게임의 한 부분으로 폭발한 도파민이 일으키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2022년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의 어머니를 향해 저속한 표현과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의 재판 결과는 무죄였다.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글이라도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송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뉴스1, 2022)


나 역시 한 명의 여성으로서, 내 친구와 동료들이 어머니가 되어 육아에 허덕이며 자신을 어머니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고 듣기에 이게 얼마나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인지 학생들에게 읍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중학교에 근무하던 3년 내내 이 말을 들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갔다가 다시 2021년에 돌아온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패드립은 학생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패드립의 예로는 가장 약한 것이 “엄마 없냐.”(응용편 “엄마 없는 새끼”)이고 조금 더 센 표현은 엄마라는 말 대신 ‘애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 엄마’를 줄여 ‘느금마’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비슷한 의미로 ‘니 애미’라는 말도 있다.

‘엄마 없냐’나 ‘엄마 없는 새끼’ 같은 말은 롤에서 게임을 못 하는 상황과 같이 무언가 못하는 상대를 비하하거나, 상대가 어이없거나 멍청한 짓을 했을 때 핀잔주는 말로 활용되고 비교적 친분이 있는 사이에도 잘 사용한다.

그리고 ‘니 애미’나 ‘느금마’ 같은 말은 싸우기 일보 직전이나 더 약이 올라 서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사용하는 편이다. 말이 점점 짧아지는 것은 대화 참여자가 더욱 열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학생들이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니 애미’나 ‘그금마’ 같은 말 뒤에는 생략된 표현이 있다. 어머니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의미이다. 그 말은 너무나 패륜적이기에 대체로 감춰지거나 생략되어 표현된다.


여기까지 적으면 초등학생까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초등학생들의 윤리 수준을 엄청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과연 학생들이 이것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고등학생이 비교적 성인과 유사한 판단 기준으로 욕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초등학생은 맥락도 뭐도 없이 그냥 자신이 기분이 나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욕설을 사용한다.

나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집에 엄마 계시니?”라는 말도 패드립으로 인식할 정도로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 학생은 생각하지 않고 욕을 하고, 또 받아들인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도 하니까, 혹은 상대방이 하니까 그 행위를 같이 동조하는 것일 뿐이다.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패드립은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다. 왜냐하면 그 본질적인 의미를 서서히 깨닫기 때문이다. 나무 위키의 ‘패드립’ 설명에도 ‘주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며, 중학교쯤 되면 사용횟수가 줄어들고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부터 횟수가 압도적으로 줄어든다. 성인이 넘어서까지 패드립을 달고 사는 사람은 사회부적응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고 잘 나와있다. 그러니 이 패드립의 진짜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고 생각해서 이 발언을 하는 학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상대방을 조롱하기 위해, 혹은 장난이나 놀이의 일종으로 이런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볼드 처리한 부분은 각주표시입니다.


각주 24) 이때 학생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패륜 드립의 줄인 말이라는 설도 있다. 아마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패륜이라는 말의 뜻을 몰라서 말 못 해준 것 같다.


각주 25) 인터넷에서 실시간(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사람. 특히 게임, 먹방, 일상 브이로그, 토크, 노래, 공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방송한다.


각주 26) 그 의미가 살아 있는 표현이 ‘헬창’이라는 표현이다. ‘헬창’은 헬스 + 엠창을 조합하여, 헬스에 미친 사람(들)을 가리키는 축약어이다. 엠창의 엠은 에미의 줄인 말이며, 창이 창녀에서 나온 말이어서 어원 자체는 조금 난감한 용어이다. (나무위키, 2025)


각주 27) 하지만, 이제 이런 ‘엄마’를 호칭하는 말도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 어른 계시니?", 아니면 "지금 연락가능한 보호자가 누구니?” 정도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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