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용어 TMI- 패드립 1

왜 그렇게 욕을 하고 싶을까?

by 복희


엄마 없냐?

두 번째 말: 패드립

- 장난인데 뭐가 문제예요?

※ 주의 : 이 글에는 다소 자극적인 욕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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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욕을 하고 싶을까?


사춘기가 되면 왜 그렇게 욕을 쓰고 싶은 걸까? 교무실에 앉아 복도를 가득 메우는 욕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그 생각이 든다. 아니, 사춘기 아이는 왜 목소리까지 큰 걸까? 마치 “나 지금 욕하니까 들어주세요” 하고 내 귀에 외치는 것 같다.

참다 참다가 복도로 뛰쳐나가 “너 욕하지 마” 라고 혼을 낼라치면 대부분은 “제가 욕했어요?”라고 말하며 아주 황당하다는 얼굴로 (혹은 너무나 억울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실제인지, 연기인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맑은 눈의 광인(狂人)...’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학생이 욕하는 찰나의 순간을 교사가 바로 포착하더라도, 학생이 스스로 큰 잘못을 했다고 여기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입은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속마음은 “나만 그런 거 아닌데 억울해”에 가깝다. 그리고 이 생각은 매우 정확하다.

물론 학생 중에서 욕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타인이 불편할 정도로 맞춤법에 민감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 아이들은 대체로 반항심, 또래 집단에서의 영향력, 혹은 욕설이 주는 일시적인 해방감과 재미 때문에 욕을 쓰고 싶어 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중 누가 더 욕을 많이 사용할까? 초등학생까지 더해 초·중·고 학생 중 가장 욕을 많이 사용하는 집단은 누구일까?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혹시 초등학생이 욕을 쓴단 말이야? 하고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학생이 처음 욕을 접하는 시기는 대체로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이며, 고학년의 형이나 언니가 있으면 더 이른 시기에 자연스럽게(?) 욕을 전수받는다.

양명희, 강희숙(2011)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욕설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부분 초등학생 시절이며, 그 이유로는 ‘습관이 되어서’, ‘주변에서 다 하니까’, ‘친구끼리 친해 보이려고’ 등이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욕설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친밀감 표현의 한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실 욕설의 사용 빈도를 따지면, 중학교 때에 가장 획기적으로 많이 늘어나며, 고등학교쯤 가면 철이 들어 오히려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2013년 한 신문 기사에서는 초·중·고생의 95%가 욕설을 사용하며, 특히 중1~2학년 시기가 가장 심하다고 보도되기도 했다.(조선일보, 2013)

초등학생 때 욕설은 흔히 문제아(금쪽이)나 소위 ‘노는’ 소수의 학생이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 볼이 빨간 귀여운 얼굴의 초등학생 입에서 ‘씨발’, ‘개새끼’ 같은 욕을 들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고등학생이 욕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초등학생들의 욕은 어떤 상황의 결과라기보다는 욕 그 자체가 ‘재미’가 되고, 그 말을 했을 때 주변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 더 짜릿하므로 더 무분별하게 퍼진다. 일종의 ‘관심 끌기’ 수단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의미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욕을 즐겨 쓰는 ‘관종’ 타입의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이런 학생들은 욕을 사용함으로써 자기가 겪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과제나 발표 같은 억압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주변 어른들의 관심을 끄려고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중학교 1학년 담임이 되었을 때, 크게 맞춘 교복이 아직 어색하기만 한 말간 얼굴의 학생이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도록 욕을 쏟아내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그 전 해에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으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얼마나 어려 보였겠는가. 그러나 고3을 거치고 온 내가 보기에 중1은 애기였지만, 이들은 초등학교에서는 무서울 게 없는 6학년 대장들이었다.


어쩌다 초등학교 선생님과 같이 연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5, 6학년 애들은 무섭다고 했다. 당시 고등학교에 근무하던 때라 저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지만, 이제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중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고등학생을 보면 어른 같고 약간의 위협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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