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빵

by 김여생

오후 2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조금 헛헛하다.

오전에 이것저것 하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뭔가 곁들임이 필요해.

핸드폰을 붙잡고 손가락으로 휙휙 넘겨본다.

'갑자기 만월빵이 먹고 싶어.'

매일매일 제일 솔직한 나의 뱃고래.

정했으면 이제 신속 정확하게 움직여야지.

빠르게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준비한다.

집에 앉아 빵을 받을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매일 감사하고 행복하다.

커피를 고민하다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한 나의 위장을 위해 오늘은 진한 핸드드립대신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를 준비해 본다.

사랑 한 스푼과 설탕 반스푼은 덤이다.

호기심 많은 나의 고양이는 내가 혼자 신나서 바쁘게 움직이면 뒤에서 눈에 레이저를 쏘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우와웅.' 소리를 내며 그르릉 그르릉.

나는 '나도 네가 좋아.' 하고 가서 전신뽀뽀를 한번 진하게 날려준 후 다시 할 일로 복귀한다.

'뽀뽀하랴, 커피 내리랴 바쁘다 바빠.'

그러는 와중에 빵은 벌써 집 앞 도착이다.

발가락도 신이 나서 룰루랄라 현관문으로 달려 나간다.

그런데 쇼핑백이 묵직하다. 묵직?

롤케이크와 만월빵뿐인데 왜 묵직하지?

쇼핑백을 열어보니 두 개의 박스가 있다.

롤케이크 한 박스와 만월빵 한 박스.

이런이런. 배달이 잘못 와 부렸구먼.

얼라리. 사장님, 만월빵 한 박스가 아니라 낱개 한 개 주문인데요.

'잘못 왔으니까 전화 주시겠지 뭐.'

먹을 것을 보니 뱃고래가 연신 재촉을 해 우선 내일 손님맞이용으로 산 롤케이크를 열어본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벌써 내 옆으로 와 킁킁거리고 있다.

고양이에게 먼저 냄새를 맡게 해 준 후, 나는 드디어 첫 입을 해본다.

(나의 고양이는 다행이게도 사람음식엔 관심이 없다. 냄새만 맡고 쌩.)

'으으음. 빵도 퐁신하니 크림도 달달하고 이젠 건포도까지 맛있네?'

'커피도 맛있는 우유와 설탕까지 넣으니 어떻게 맛이 없겠습니꽈하하하.'

카페라테에 롤케이크이라니, 정말 잘 어울린다.

앉은자리에서 롤케이크 세 조각에 카페라테를 단숨에 해치웠다.

'어차피 만월빵 먹어도 모자라서 롤케이크를 개봉했겠구나. 후후.'

아주 선견지명이 대단한걸?

정말 만족해서 만월빵을 못 먹은 서운함이 하나도 없다.

공복에 먹으니 생각 외로 꽤나 배가 부르다.

배를 땅땅 치며 룰루랄라 하다가 문득 왜 매장에서 전화가 안 오지? 싶었다.

'설마 모르고 있는 건가?'

'어차피 산책 나가야 하는데 갖다 줘야겠다.' 하고 만월빵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서본다.

밖에 나오니 집에선 덜 느껴지던 습도가 코를 찌른다.

'습식사우나세요! 오호우.'

슬렁슬렁 걸어서 매장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나를 반긴다.

사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해 본다.

낱개하나만 시켰는데 이게 와서 서비스인 줄 알고 놀랐다며 하지만 정신 차리고 잘못 주신 거 같아서 가져왔다며 조잘조잘.

사장님은 놀라서 어머머머 아예 모르고 계셨다며 이렇게 더운 날 여기까지 와 주셨나며 연신 고마워하셨다.

나는 나온 김에 가져온 거라고 하며 만월빵 하나만 주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어떻게 그러냐면서 갑자기 있는 대로 빵을 담기 시작하신다.

사, 사장님?

어머어머 아르바이트생이 정신이 없었다 보다며,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여기까지 오시고 어머 정말 죄송하다며 수다쟁이인 나보다 말을 더 빠르게 하시면서 빵을 담았다.

호의는 거절하지 말자 주의인데 사장님, 이렇게 퍼주시면 어떡해요.

'사장님, 너무 많이 주시는 것 같은데요..'

거의 남아있는 빵을 종류별로 쓸어주셨다.

'아유, 너무 고마워서 아이고 정말.'

너무 많은 양에 당황했지만 이걸 거절하면 사장님이 더 난감해하실 것 같아 씩씩하게 받았다.

'감사히 받고 또 구매하러 올게요!' 하고 더 주시기 전에 얼른 나왔다.

가벼웠던 손이 묵직해졌다.

무거울 정도로 많이 주셔서 산책하는데 아령을 들고 하는 느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오랜만에 시골에서 느끼던 정을 느끼며 행복해졌다.

하나라도 더 쥐어주고 싶어 하는 마음,

비난하지 않고 미안해할 줄 알며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전해져 나는 이 묵직한 사랑에 보답해 줄 것이 없는지 또 찾게 된다.

만월빵 하나에 많은 감정들이 온몸을 감싸는 하루다.

두둑한 사랑을 들고 산책하는데 '띠링.' 알림이 울린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머, 주말에 신청해 놓았는데 이렇게 빨리?


'뭐야 뭐야. 오늘 내 생일이야? 뭐야!'

산책하다가 기분이 좋아 팔짝팔짝 뛰다가 넘어질 뻔했다.

근처에 있던 초등학생들이 날 보며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래 내가 너희의 웃음이 되었다니 다행이구나. 이모가 오늘 행복햐.'

운수대통인 날이여-

몸과 마음이 모두 가득해지는 하루다.



감사합니다 브런치스토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