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정말 왜 이럴까. 지나치네!' 요즘 아주 지나치다. 식욕이 못 말려! 왜 이렇게 입이 구준한거야. (입이 심심해 자꾸 무언가 먹고 싶을 때 사용하는 말로 사투리다. 할머니가 자주 사용하셔서 단어가 입에 배었다.) 차가워진 날씨 때문일까. 떨어지는 낙엽 때문일까. 겨울잠 자기 전 식량을 비축하는 동물처럼 먹어도 먹어도 이 심심한 입안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때 자제를 못하면 이제 찰랑이는 뱃살을 겨울과 함께 하는 거다. '그럴 순 없지. 정신차려엇!' 자꾸 냉동실에 얼려둔 떡이 아른아른. 저어기 비상식량으로 넣어놓은, 정말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으려 넣어둔 감자칩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이상하게 가을 끝자락만 되면 입이 구준하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고 싶은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몹시 불쾌하다. 식욕이 이 정도로 수직 상승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떨어져 버린다. 그럼 하루에 한 끼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며칠 뒤 폭식을 하는 아주 좋지 않은 레퍼토리를 기억한다. 올해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욕을 참을 수 없으면 나간다. 산으로 들로 물가로. 갈비향이 솔솔 나는 산책로는 피해서. 빵의 고소한 향기가 나는 곳도 피해서다. (음식향이 나는 코스들을 다 꿰고 있다 후후.) 산책을 하면 머릿속도 비워지고 좋다. 음식을 먹을 때 최대한 길게 오랫동안 먹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 입안에 무언가 있으니까 그나마 잠잠하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으나 어서 끝나주었으면. 자꾸 인터넷으로 음식 코너를 보고 있고 배달 앱을 들락날락하는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정말 역대급으로 심해서 혼잣말을 계속하며 자제를 했다. '그만해야지? 많이 먹었어. 이 정도면 충분해.' '더 먹으면 큰일 나. 이건 아니지. 적당한 게 좋은 거야.' 아이 달래듯 나 자신을 달래본다. 세뇌시키듯 계속 말하다 보니 조금 풀려서 과자를 뜯을 뻔하다가 고구마 하나로 마무리했다. 그까이꺼 과자 하나 뜯으면 어떻냐고? 그렇게 생각했다가 밥을 다 먹고 앉은 자리에서 과자 두 봉지에 아이스크림 투게더 한 통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이 시기에는 나 자신을 풀어주지 않는다. 울긋불긋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둘씩 떨어져가는 게 서운해서일까. 쌀쌀한 찬 기운이 자꾸 몸으로 스며들어서일까. 이유가 어찌 됐든 어서 끝나주길 바라. 맘 놓고 과자 한 봉지만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