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일어나는데 기름칠이 덜 된 로봇처럼 뻐걱뻐걱 소리가 난다.
한 이틀 스트레칭을 안 했더니 몸이 신호를 보낸다.
'당장 움직여. 어서 몸을 쭉쭉 늘리라고.'
조금 더 누워있고 싶지만 옆으로 눕다가 어디선가 딱 소리가 난다.
어허허 알았다 알았다구.
일어나서 요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우선 눕는다.
얇은 건 등이 배겨서 도톰한 매트로 샀더니 깔면 폭신한 것이 눕기 아주 알맞다.
도톰한 게 좋아 보였는지 고양이의 스크래쳐가 되어 모서리 부분은 만신창이이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하다.
누워서 기지개를 쭉 펴기도 하고 다리를 들어 상체와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칭을 해준다.
이틀 안 했다고 오고고고고 곡소리 비슷한 동물소리가 입으로 나왔다.
어떻게든 누워있고 싶어서 누워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위주로 하는데,
고양이가 다가와 살포시 옆에 앉는다.
'너도 올라오고 싶어?'
고양이는 눈 깜빡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래 올라와. 그 대신 이거 뜯으면 안 돼.'
다리를 살짝 치우니 바로 올라와 엉덩이를 들이민다.
'누워서 스트레칭은 물 건너 갔구먼.'
몸을 일으켜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앉아있는 고양이를 피해 스트레칭을 하다가 한번 스윽 쓰담도 해주고 가끔은 뽀뽀도 해준다.
'뭔가 엄청 행복하고 만족스럽네.'
고양이도 만족스러웠는지 그르릉거리며 그루밍을 하고 있다.
'그래, 행복이 뭐 별거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별것 아닌 일상인데 마음이 꽉 차 만족스러운 마음.
아침부터 가득해지는 느낌이다.
씻고 준비하고 화장을 한 뒤 물품을 챙겨 민화 수업으로 향한다.
오늘따라 날씨가 아주 따뜻해서 가는 내내 햇빛을 벗 삼아 걸어가 본다.
날씨가 따뜻해서일까.
어디선가 조그마한 날벌레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아 나 벌레들이 좋아하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으로 다가오고 얼굴에 붙는다.
벌레들에게 사랑받는 사람 되시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가기만 하면 날벌레들의 타겟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비도 잠자리도 자꾸 얼굴로 다가와서 이마에 부딪히고 눈에도 부딪힌 적이 있다. 나만 그래 정말?)
'날 좀 내비러둬!'
하고 호다닥 걸어가 본다.
민화 수업에 도착했더니 언니들이 얼굴이 그게 뭐냐고 한다.
얼른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 보니 얼굴에 붙어있는 날벌레 친구들.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벌레들에게도 사랑받는 사람임에 감사하게 되었다.
너희 덕분에 웃었다 이 친구들아.
근데 날 좀 그만 좋아하고 멀리멀리 날아다니렴.
너희들의 하루가 조금 더 길고 행복하길 바라.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