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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단식

by 김여생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아니하고 자꾸 풀만 먹는다.
그러다가 급하게 먹었는지 또 풀을 게워냈다.
소화가 안 되나 싶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다.
자려고 누운 고양이를 쓰담쓰담해준다는 명목으로 전신을 주물주물 해본다.
무언가 몽글몽글하게 만져지거나 그런 건 없고 그저 배에 살짝 가스가 찬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뭔가 몽글한 게 만져지면 바로 병원을 가야 한다.)
가스찬 배를 꾹꾹 눌러주고 주물주물 해주며 엄마 손은 약손을 해준다.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
하며 쓰담쓰담해주면 아주 좋아하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하는 것보다 살짝 가락이 들어간 걸 좋아하는 고양이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섬그늘에인데 살짝 잠이 와서 눈이 반쯤 감겼을 때 해주면 그릉그릉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 그르릉 소리가 없어진다.
가끔씩 이렇게 사람 아기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시간이 달라 나보다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흐르는 고양이다.
나와 발맞추어 가줬으면 좋으련만.
조금 더 있으면 어르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 비해 높은 곳도 약간 주춤하는 게 느껴지고 다리에 살짝 힘이 약해진 것도 느껴진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매일 아이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는 중이다.
밥을 안 먹어서 좋아하는 습식을 꺼내어본다.
고양이는 관심을 보이다가 냄새를 킁킁 맡아보더니 쌩하고 뒤돌아가버린다.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풀과 물만 먹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금 더 지켜보다가 계속 안 먹으면 병원을 가야겠다 생각을 해본다.
혹시 몰라 닭가슴살 동결건조 간식을 잘게 부숴서 사료 위에 뿌려줘본다.
(이것 때문에 살이 많이 쪄서 요즘은 거의 주지 않고 있다.)
하.
뿌리자마자 쪼르르 달려오더니 사료를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사료를 허겁지겁 먹어 목이 막혔는지 옆에 있는 습식도 할짝할짝 잘만 먹는다.
'와. 너는 진짜.'
이 편식쟁이가.
닭가슴살 트릿을 얻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시위를 한 거야 고양이!
어이가 없어 허, 참, 와 등의 말을 하고 있는데.
고양이는 배가 부른지 침대로 살콩하게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배를 보이며 양쪽으로 뒹굴뒹굴하고 있다.
(다리를 들고 배를 보이며 뒹굴뒹굴하는 건 기분이 좋거나 편안하고 만족스러울 때 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연기력이 점점 느시네요.
좀 있으면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걱정시켰으니 오늘 뽀뽀 백 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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