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면

by 김여생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10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둘리 최고의 명곡 라면과 구공탄이다.
라면 끓일 때 항상 흥얼거리게 되는 마성의 곡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려 하는데 오메메- 아구구- 곡소리가 나왔다.
홀홀홀거리며 삐걱거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연신 배가 고팠다.
이거 느낌이 숙취랑 똑같잖아!

너무 입을 많이 놀린 자, 수다 숙취로 고생할지어니.

어제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더랬다.

오랜만에 얘기를 많이 했더니 목도 칼칼한 것이 온몸이 쑤신다.

아니 그저 수다 삼매경에 산책 좀 한 것이 이리 힘들 일이냐고요.
어이가 없어서 콧바람을 내뱉으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으니까 더 배고파.
공복에 글을 쓰고 싶은데 꼬르륵 소리가 날 괴롭힌다.
어제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먹어서일까.
꼬불대는 라면이 먹고 싶다.
매콤하고 짜디짠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아 집에 순두부도 있는데.'
'이런이런, 정말 모든 게 갖춰져있군.'
오늘은 순두부 열라면, 너로 정했다!
라면을 끓이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정말 구공탄(연탄)에 끓이면 맛있을까? 고기도 맛있으니까 라면은 더 맛있으려나?라는 잠시 딴 생각도 해본다.
라면에 순두부를 넣고 대파도 송송썰어 보글보글 바글바글 끓여 배가 땅땅해질때까지 맘껏 먹어준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으아아-' 해장하는 기분이다.
얼굴과 몸에 열이 후끈 오른다.
그래서 열라면인가 허허허.
배를 탕탕 치며 앉아서 흥얼거려본다.
'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어제 친구가,
'너 정신이 건강해진 것 같아.'
'술 마셨을 때 나오는 분위기가 멀쩡한데도 나오고 있어.' 라고 했다.
예전엔 어땠길래.. 물으려다가 그럼 어떻고 저럼 어떠하리.
지금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면 되지 싶었다.
나만 느껴지는 줄 알았는데 다른 이에게도 느껴지나 보다.
신기하다.
요즘 들어 부정적인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그냥 나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날 거고 앞에는 꽃길만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해봤는데 오오오 이제 빛을 발하는 건가?
그럼 지금 먹은 라면 칼로리도 순삭 해주세요.
아니다 순삭 되었죠 벌써!
(끌어당김의 법칙은 벌써 일어났다고 느껴야 한다 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9화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