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민센터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가 끝이 나는 날이다.
미흡하지만 나도 하나를 판넬로 만들어서 제출했다.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전시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마지막 날이니 직접 가서 찾아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려다 날씨가 꽤 따뜻해서 걸어가기로 한다.
걸어가다가 산책로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밑에 있는 하얀 시루떡 같이 앙증맞은 강아지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시루떡은 나를 보며 계속 꼬리를 흔들며 가자는 주인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
날 반가워해주는 건가?
내가 계단을 다 내려가자 달려오더니 다리에 엉기며 폭풍애교를 부린다.
'어머, 야아 그러지 마.'
젊은 주인은 그러지 말라며 나에게 죄송하다 말한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만져도 돼요?'
'네 그럼요. 아우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사랑이 많은 아이네요.'
다리로 올라탈 기세로 점프를 하길래 내가 앉았다.
얼굴을 핥고 한 바퀴를 돌았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가 주인을 한번 보다가 또 나에게 달려들었다.
약간 몇십 년 동안 떨어진 이산가족 상봉..?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생에 나랑 무슨 사연이 있는 거니?' 했더니,
주인은 '진짜 그런가 봐요.' 하고 같이 웃었다.
시루떡이 진정이 좀 되었을 때,
'안녕. 인연이 되면 또 만나자.' 하고 헤어졌다.
다시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있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하얀 말티즈였는데 정말 시루떡 같았어.
조그마한게 퐁신퐁신하고 살짝 꼬불거리는 그 털은 참 귀여웠지.
코도 참 촉촉하고 발도 앙증맞던데.'
가끔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있으면 강아지들이 다리에 엉기는 일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무척 행복하다.)
나의 고양이는 길고양이인데 길생활때 다른 고양이들에게 매일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서열 다툼으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집에 처음 데려와 진드기 때문에 털을 다 밀었을 때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의 고양이는 자신보다 작고 어린 고양이가 하악질을 해도 배를 보여주는 그저 착하디착한 고양이다.)
등이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밥을 먹을 때마다 그랬었는지 집에 와서 한동안 옆에 내가 앉아 있어야지만 밥을 먹곤 했다.
그래서 외로워 보여도 둘째를 들이지 못했다.
예전 트라우마를 생각나게 할 것 같아서.
그런데 강아지에게는 별 반응이 없다.
집이 2층이라 가끔 대형견이 산책하며 크게 짖으면 집안으로 소리가 모두 들어오는데 나의 고양이는 전혀 긴장감이 없다.
그래서 둘째는 강아지가 어떨까 생각한다.
고양이 한 마리로도 정말 집안이 환해지고 사랑이 넘치지만 같은 동물이 있으면 서로 친구도 되고 좋지 않을까 점점 생각이 든다.
이젠 나의 고양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서 사랑이 넘치는 고양이가 되었으니 슬슬 둘째를 생각해 보고 싶다.
둘이 지지고 볶고 뛰어놀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주민센터까지 걸어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가 걸리는데 둘째를 생각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도착해버렸다.
그림을 받고 다시 집으로 오는 길.
머릿속에서 둘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아 둘째. 둘째, 둘째!'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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