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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생 Nov 18. 2024

무기력

무기력하다.
그저 계속 누워만 있고 싶다.
날이 추워지니 겨울잠이 자고 싶어다.
따뜻한 침대 속에서 내려가질 못하고 고양이와 뒹굴뒹굴한다.
'코트랑 패딩도 드라이 맡겨야 하는데.'
'모래 갈이도 해야 하는데.'
'아 커피도 한잔하고 싶은데.'
생각만 백 개를 하고 몸은 꼼짝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점심이 될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다가 잠시 일어나서 고양이 간식도 주고 물도 가져와서 다시 누웠다.
집을 보니 고양이가 이리저리 흐트러 놓은 모래와 밥을 늦게 주었다고 입으로 뜯어놓은 스크래쳐 종이 쪼가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우리 고양이 치아가 아주 건강하네.'
옆에 눈을 뒤집고 자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추운 날에는 기운이 나지 않는 편인데 갑자기 겨울이 훅하고 찾아와서 몸이 축축하다.
일도 그림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입맛이라도 돌면 참 좋을 텐데.
이런 날엔 입맛도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오후 네시가 금방 찾아왔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볼륨을 높인다.
그리고 검색한다.
'노동요!'
뽬뽬뽬한 노래를 들으며 집안을 청소한다.
이런 날엔 다 뒤집어엎는 거다.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되게.
바닥도 깨끗이 닦고 모래 갈이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마쳤다.
반팔 바람인데도 춥지 않을 만큼 몸을 움직이니 조금 나아졌다.
스트레칭과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고 씻고 나오니 무기력한데 무기력하지 않은 느낌.
늦게 시작해서인지 벌써 밖은 깜깜하다.
'나가지 않아서 햇빛도 쬐지 못했네.'
아쉽지만 심해에 있다가 살짝 햇빛 들어온 파란 물을 본 느낌이다.
입맛이 돌아와 주면 좋으련만.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서야 할지 생각을 해봐야겠다.
우선 캐롤부터 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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