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이 제법이 아닌 많이 추워졌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추워져 대비를 못한 나무들은 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을 아직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날이 흐려서인지 조금 더 스산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이런 날엔 부침개지.
기름 넉넉히 둘러 김치전과 감자전을 만들어서 냠냠쩝쩝하면 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다.
싶지만 다이어트 중이다.
춥다고 따뜻한 집에 웅크려서 운동도 안 하고 삼식이가 되어 삼시 세끼를 다 먹은 자는,
거기에 아쉽다고 마카롱과 쿠키와 무수한 과일을 먹은 자는 다이어트행이다.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밖은 추워서 나가기 싫으니 집에서 뜀뛰기를 해본다.
근력운동도 해주고 고양이를 안고 스쿼트도 해준다.
그런데 다이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먹지 말아야 하는 것.
많이 먹고 운동하면 건강한 토실이가 되더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무기력한 요 며칠 입맛이 없어 끼니를 걸렀더니 몸에 부기가 빠진 느낌이다.
'역시 먹지 않는 게 제일이라니.'
오늘도 아침에 간단히 샐러드만 먹고 나가기 전 배가 고파 시리얼을 살짝 먹어주고 수업을 갔다.
(집중해야 하니까 살짝은 먹어줘도 괜찮지않을까?)
어머나.
갔더니 간식이 푸짐하게 차려져있다.
새로 오신 분이 간식들을 한아름 이고 오셨단다.
아흑 버터와플 먹고 싶다.
고소미도 먹고 싶다.
눈으로 레이저를 쏴준다.
하지만 이내 내려놓고 귤 1개로 끝냈다.
저 과자들이 아른거려서인지 붓을 사용하는데 손이 발발발 떨린다.
'어머. 손 정신 차려!'
'왜?'
옆에 계신 언니가 묻는다.
'배가 고파서요. 손이 발발 떨려요.'
'과자랑 커피 좀 가져다줄까?'
'아뇨. 다이어트 중이에요. 흑.'
하니 무슨 젊은 사람이 다이어트냐며 한소리를 듣고 직접 입에 버터 와플을 넣어주시길래 마지못해 받아먹었다.
(정말 마지못해였다. 어른이 주는데 거부할 수 없자너 후후.)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버터 와플과 커피 한 모금에 모든 근심 걱정이 내려가며 즐겁게 수업을 마쳤다.
솔직히 지금 손목이 좋지 못해 붓을 집중해서 잡기가 어렵긴 하다.
조금 먹었는데도 계속 손이 떨리길래 수업 내내 이야기꽃만 피우다 왔다.
(아주 입만 열면 그짓말이.)
밖에 다시 나오니 찬바람이 더 강해지고 나의 콧물도 점점 강해진다.
마스크를 끼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집으로 출발이다.
'어우 이런 날엔 김치우동인데.'
무의식으로 나온 말에 웃음이 난다.
정말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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