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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by 김여생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 사색 중이다.
생각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결론을 내고 싶지만 하루 이틀에 끝날 수 있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생각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요 몇 달 새로운 일들을 벌였다가 후회하는 중이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한번 사색에 빠지면 고양이가 옆에서 울어도 잘 듣지 못하는 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가까이 가면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애정을 거부하는 나의 고양이다.

그래서 집을 나선다.
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땐 걷는 것이 최고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정처 없이 걷는다.
겨울치고 요즘은 위가 조금 덜한 것 같다.
걷고 걷고 또 걸어 산책로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머리가 복잡해서인지 다리의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집에 다다랐지만 발길이 집으로 향하지 않는다.
꽤 피로한데도.
그렇게 또 나는 정처 없이 걷는다.
5시간을 산책한 생각쟁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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