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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by 김여생

난 속이 시끄러우면 계속 잠을 자는 편이다.
예전엔 불면증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고 나니 이젠 마음과 머리가 어지러우면 잠을 잔다.
새벽에 일어나 고양이와 놀아준 후 알파파 주파수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두근거리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으며 어느샌가 집중이 된다.
(처음엔 주파수가 도움이 될까? 했는데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엄청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고는 이내 잠에 빠져든다.
마음속이 어지러우면 꿈도 어지럽다.
이런저런 꿈들이 엉키고 설켜 머리를 더욱 어지럽힌다.
살짝 눈을 뜨니 겨우 십분이 지나있다.
세상에나.
한 한 시간은 잔 것 같은데.
뭔가 개운해져서 자는 고양이 위에 덮여있는 담요를 다시 한번 정리해 준 뒤 밖으로 나가본다.
'달려볼까?'
러닝을 해본 적은 없는데 뭔가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달려보고 싶다.
추울까 봐 이리저리 껴입고 나왔는데.
천천히 걷다가 속도를 점점 높여본다.
처음이니 갑자기 확 뛰면 무리가 갈 것 같았다.
(저번에 등산하고 무릎이 아파 쩔쩔거린 기억이.)
경고 수준으로 걷다가 조금씩 뛰어본다.
살짝살짝씩 뛰니 뛸만하다.
그렇게 조금씩 뛰다 보니 조금 멀리 왔다.
'괜찮은데?'
호흡을 하면서 왔더니 숨도 차지 않고 꽤 기분이 좋다.
다들 이래서 러닝 러닝 하나 봐.
잠시 쉬는데 하늘에서 햇빛이 차르르 내려온다.
'아잇 따뜻한데.. 선크림 안 발랐다!'
얼른 얼굴을 가리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안 해본 운동해 보기 성공이다.
이 기분 좋은 마음에 빈손으로 집으로 갈 순 없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이 추운 날 아이스크림을 산다.
시뻘게진 얼굴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니 코흘리개 어린 날의 내가 생각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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