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by 김여생

날씨가 하루 만에 가을이 되었다.

아침 산책을 나서는데 오오우 추워- 하며 다시 집으로 들어와 윗옷을 걸치고 나왔다.

간단히 걷는 산책이라 샌들을 신었더니 발가락으로 차가운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왐마, 중간이 없네.'

추석이 지났는데도 덥다고 날씨가 요상하다 하니 하루아침에 초가을도 아닌 그냥 가을이 떡하니 등장해 버렸다.

추워서 살짝 움츠리게 되는데 그래도 공기가 차가우니 콧속이 상쾌하다.

횡단보도를 지나 나무들이 늘어져있는 길목을 지나자 산책로가 나온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인지 개울에 물이 늘었다.

걷다 보니 물살도 빠른 것이 작은 폭포도 만들어졌다.

날도 흐리고 사람도 없어 우뚝 서서 강한 물살을 그저 바라본다.

반대편엔 왜가리가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물 사이로 뭔가 먹을 것이 있나?

지켜보는데 눈이 마주치니 피한다.

기다렸다 먹는 것 같기도 한데 잘 보이지는 않는다.

고요한 아침에 빠른 물살의 물소리는 크고 강인하게 느껴진다.

귀를 꽉 채우는 느낌이다.

돌다리 위로 살짝 물이 찰랑찰랑한데 건너가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 물소리를 옆이 아닌 중간에서 들어보고 싶다.

계속 바라보며 고민했지만 결국 가진 않는다.

'물살이 너무 세.'

아마 넘어져서 균형을 잃으면 계속 떠내려 갈 거다.

물은 무서운데 묘하게 계속 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어렸을 때 한번 크게 물을 먹고 위험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물만 보면 계속 좋다.

그렇게 계속 물과 왜가리를 번갈아 바라보다 오리가 연어처럼 물을 거슬러 가려하는데 물살이 세서 자꾸 뒤로 밀리는 걸 할 수 있다며 옆에서 응원도 해주다가 발가락이 시려워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 비냄새가 군데군데 남아있어 심호흡을 크게 몇 번 더 하고 마음속에 삭 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아 이제 가을인가 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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