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도 웃는다
김훈 작가의 에세이집 "허송세월"을 읽고 있다.
이전 글들과 달리 세월을 거의 다 살아낸 사람의 넋두리처럼 기운 없게 느껴졌다.
내 수준으로 대가의 글을 판단하는 것이 무례하다 생각하지만,
그도 그의 글도 늙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수필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여러 글 중에서, 죽음에 관한 간접 경험과 사색(思索)의 중량감이 나를 짓눌렸다.
군대에서 선임이 해준 얘기가 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죽기를 결심하니 자신이 가진 물건들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친구들에 모두 나누어줬다고 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 눈에 눈물이 났단다.
그 뒷 이야기는 기억에 남지 않지만, 내 앞에서 아픈 얘기를 하고 있는 선임을
보면서 무엇이 그를 다시 살게 했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의 한 구절이다.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신이 혼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살든 죽든,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홀로 있지 않음을 느낄 때
몸에 온기가 돌고 피가 돈다.
추운 어느 겨울날 회사 근처 숲에서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비루하지만 헌 옷가지를 둥글게 말아 넣은 종이박스 집을 그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녀석의 춥고 축축한 삶은 안쓰러운 마음이 담긴 손길로 잠시나마 따뜻한 나날들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쭈쭈"를 틈틈이 생각했고, 더는 버티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
그 녀석을 돌봤다. 마지막까지 혼자는 아니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의 삶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시핑 뉴스>, 애니 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