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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Jul 13. 2017

글쓰기는 왜 어려운가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방법

1. 

한 달 넘게 블로그를 손 놓고 있었다. 블로그 앱 기능이 좋아졌는지 한 달 넘게 쓰지 않았다고 알려주더라. 블로그뿐 만 아니라 글 자체를 쓴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완전 손을 놓고 있었다. 


2. 

나는 물건이 아닌 가치를 파는 사람이다. 가치를 팔기 위해서는 그 의미를 잘 전달해야 하고 이는 '말'과 '글'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다. 강연과 팟캐스트를 통해 '말'은 잘 전달하고 있었지만 '글'은 상대적으로 부담되어서인지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3. 

회사를 다닐 때, 자려고 누워서 빈둥대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강연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꿈을 가지고 퇴사를 했다. 지난 1년간 나는 매주 강연을 했다. 이제 강연은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나에게 영감이 오는 시간은 누워있을 때, 즉 가장 릴랙스 된 상태인데 얼마 전 자기 전에 이런 계시(?)를 받았다. "아, 이제 글을 써야겠다"


4.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글쓰기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쓰면 글이 된다. 그저 쓰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려운 것인가. 막연하게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만 가지고 있다가 진짜 뭐가 어려운 것인지 조목조목 적어보기로 했다. 


"글쓰기는 왜 어려운가" 

-제대로 쓰려면 컴퓨터를 켜야 하는데 책상에 앉는 것도 어렵고 노트북을 켜기 조차 싫다. 

- 잘 쓰려고 머릿속에서 구상만 하다가 쓰지는 않는다. 

-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려다가 중간에 멈춘다. 

- 다른 사람들이 내용을 어떻게 생각할까 겁이 난다. 

- 쓰면서 자기검열을 한다. 

- 길고 제대로 된 글을 쓰려니 호흡이 달린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글 쓰는 환경을 '시작'하는 게 힘들다. 

- '매끈한 글'을 쓰려다가 부담되어서 아예 안 써버린다. 

- 쓰면서 '자기 검열'을 나도 모르게 계속한다. 


5. 

글쓰기는 너무 '어려워!!!'라고 덩어리로만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진짜 뭐가 어떻게 어려운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니 해결책도 절로 생각난다. 해결책을 간단히 말하면 '못쓰면 된다'인데 어떻게 '못 쓸 것인가'를 세부적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려면"

- 운동을 하는 것보다 헬스장에 가는 게 더 어렵다. 글을 안 써도 좋다. 일단 블로그에서 '글쓰기' 버튼만 누르자. 운동을 안 해도 좋으니 헬스장에 출석만 하는 거다. 


- 책상에 앉기가 싫으면 모바일로 쓰자. 모바일로는 길게 쓰기가 어려우니 사진 한 장에 그에 대한 설명이나 느낌 딱 한 줄이라도 적자. 딱 한 줄이다. 


-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일단 '막' 적는다. 고치는 것은 나중에. 완벽한 문장을 만들거나 맞춤법을 챙기기 위해 글 쓰는 호흡을 끊지 않는다. 


- 솔직해야 살아있는 글이다. 내 사상과 개성을 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두루뭉술한 글을 쓰는 것보다 뾰족한 글이 더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자기만의 '꼴'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신의 못난 점마저. 자기검열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자. 


- 짧게 쓰자. 심지어 기/승/전/결이 없어도 좋다. 근거 없이 내 느낌/주장만 적어도 좋다. 논문 쓰는 거 아니니까. 글의 전체 길이를 짧게 쓸 뿐만 아니라 문장도 짧게 써보자. 처음에 딱 한 문단만 쓴다고 생각하고 쓰면 그다음 문단은 저절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 글이 그런 것처럼. 


6. 

쓰고 보니 '글쓰기' 교과서 같은 말을 잘도 나열한 것 같다. 단지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을 넘어 뭐가 어떻게 어려운지 디테일하게 문제점을 파악해보니 좋다. 앞으로 나에게 닥친 모든 문제들을 '일단 적음'으로써 그 실체를 세밀하게 파악해보려 한다. 


7. 

그리하여 나는 매일 글을 쓸 것이다. 사실 나는 '매일매일', '꼬박꼬박' 이런 구호를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다. 내키지 않는 날엔 당연히 안 쓴다.  "죽어도 매일 써야 해"보다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안 쓸 거야" 이렇게 숨통을 틔워줘야 더 잘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주 작은 글부터 써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다 보면 점점 '쓰기 체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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