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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K에게.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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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원 Aug 27. 2022

순간의 소중함


그런 날이 있다. 인생에 딱 한번. 온도도 냄새도 색도 비슷한 날은 하루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하루.  


살면서- 인생에   번일  같은 그런 날을 얼마나 많이 보내온 것일까. 수많은 하루하루가 모여 오늘의 내가 되었을 텐데.  한번 감았다 뜨니 지금의 내가  느낌이었다. 조용히 허무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동시에 뿌듯한 하루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은.   있는 모든 힘을 내야  . 인생에  번은 반드시 기회가  거라고. 희망하고  소망하면서 지낸다. 결과가  노력에 비례하는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했으니 됐어하는 위안 정도는 얻을  있겠지. 희망하고 소망하는 것들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요즘. 여전히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시에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대신 시인을 좋아했던 중학교 시절. 교실 창밖은 제멋대로 푸르고. 체육수업을 받는 다른 반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벚꽃이 흩날리는 저녁의 공원. 집에서 교실까지 398걸음이면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날. 10년 후에 여기서 만나자며 친구들과 약속한 순간. 뒷문으로 슬쩍 수업 땡땡이를 쳐서 나왔는데, 나랑 똑같은 방법으로 땡땡이를 친 남동생과 마주친 순간. 신종 플루에 걸린 채, 잃어버린 개를 찾아온 동네를 헤맨 날. 처음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던 순간. 내리는 비를 막아내며 촬영을 강행한 촬영장. 길을 잃었는데 훨씬 멋진 곳을 발견했던 기억. 노광 된 필름에 멋진 게 찍힌 날. 찾던 앨범과 책을 동시에 선물 받은 날. 기억해내려면 끝도 없이 기억해낼 순간의 소중함. 


살면서 겪은 세 번의 죽음을 기점으로 인생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를테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옳고 그름에 대한 나만의 기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정신. 친구에게서 받은 위로와 격려. 그들이 나에게 준 반짝이는 슬픔. 개인의 삶에서 '작은 일'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인생의 쓰디쓴 구간은 사실 상상이 아닐까. '크고 작은 일'로 구분 짓기에는 모든 순간이 푸르다. 순간은 과거지만 현재고 미래라서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라는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앞에서는 원래의 나만 있다. 원래의 나를 잊지 말자. 나를 있게 한 순간의 소중함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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